2021.9.25.연중 제25주간 토요일                                                 즈카2,5-9.14-15ㄷ 루카9,43ㄴ-45

 

 

 

주님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삶의 여정

-찬미와 감사, 희망과 기쁨-

 

 

 

가을입니다. 가을은 기도의 계절이자 수확의 계절입니다. 봄의 꽃향기도 좋지만 가을의 열매 향기는 더 좋습니다. 한없이 깊고 그윽하며 푸근합니다. 찬란한 일출日出도 좋지만 평화롭게 빛나는 일몰日沒은 더욱 깊고 아름답습니다. 이런 일몰같은 노년에 죽음이면 좋겠습니다. 어제의 일출 사진도 좋았지만 일몰시의 장면도 좋아 사진에 담아 나눴습니다.

 

“노년의 일몰도 이렇게 멋지길 소망합니다!”

“아멘! 잘 살아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신부님을 보면서 

곱고 맑은 삶, 조용하고 아름다운 삶을 배웁니다.“

 

어제 미사신청한 분의 메시지 일부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남의 일같지 않습니다. 우리의 노년을 생각하게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빠 내외분과 어머니를 위해 미사봉헌합니다. 오빠가 어머니와 함께 살다가 힘들다고 요양원으로 보낸다고 하네요. 그러지 않고 다른 길이 열리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본인은 원치 않고 있습니다.”

 

어제 마침 예전 초등학교 교사시절 선배 교사였던 분으로부터 함께 따르던 선배 교사가 요양원에 있다는 소식도 충격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일몰같은 노년을 맞이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깨닫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젊음보다도 아름다운 노년과 죽음입니다.

 

“잘 살다가 잘 죽는 것입니다!”

 

수십년전 개신교 목사님의 소원이 뭐냐는 질문에 즉각적인 대답에 흡족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제 서원 50주년을 맞이하는 70대 중반의 수녀님으로부터 책과 더불어 선물로 받은 글 서두가 생각납니다.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주님, 찬미받으소서. 사람은 어떤 상황에 처하든, 영원에서 지음 받아 영원 향해 달겨가니, 남는 것은 감사뿐! 수도서원 50주년, 주님 기쁜 일 베푸시니 함께 살아 준 모든 이들 천번 만번 감사해요!”

 

‘알렐루야’ 찬미로 살다가 ‘아멘’ 감사로 끝맺는, 찬미와 감사의 양날개로 하느님 창공을 날다가 끝맺는 인생이면 참 보람있고 아름다울 것입니다. 어제 23년만에 피정온 자매님이 보관해온 말씀 처방전을 보니 감개무량했습니다. 30대 초반이었던 분이 50대 중반의 중년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1998,2,21-부활대축일까지

마르타의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1코린13,7)

 

아마도 어려움에 대한 처방으로 사랑의 약을 제시했던 것 같습니다. 즉시 23년 동안 자매님이 살아온 삶을 격찬激讚하면서 즉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처방전으로 써드렸습니다.

 

“2021.9.24-10.30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서 마르타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5,16-18)

 

어제 끝기도후 잠시 주방에 들렸다가 식단 메뉴 메모지도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70대 중반의 주방장 수사님이 일주일간 짜놓은 식단 메뉴지에 글짜가 빼곡했습니다. 끝까지 자기 소임에 최선을 다하는 노년 인생의 아름다움을 보는 듯 했습니다. 요즘 푸른 하늘과 산을 배경한 성전 사진은 거의 매일 찍다 싶이 합니다. 산 배경이 되고자 싶은 소망에 어제 쓴 글입니다.

 

“단 하나의 소망, 

이건 하늘님도 아신다

바로 산 배경이 되고 싶은 거다

조용히 뒤로 물러나, 높이 앉아

모두를 품에 안고 묵묵히

바라보고 지켜보는 산 배경이, 사랑이 되고 싶은 거다.”

 

산 배경과 같은 아름다운 노년인생을 사는 것이 단 하나의 소망입니다. 가을철입니다. 철이 나라 봄-여름-가을-겨울의 사철입니다. 가을철이면 생각나는 인생여정중 가을인생입니다. 참 자주 묵상자료로 나눴던 일일일생一日一生, 일년사계一年四季입니다. 제 인생 여정을 일일일생 하루로 압축하니 오후 4시, 일년사계로 압축하니 초겨울로 드러나는 현재의 시점時點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인생여정중 어느 시점에 위치하고 있는지요? 이런 묵상이 삶의 환상에서 벗어나 하루하루 깨어 단순소박한 아름다운 본질적 삶을 살게 합니다. 이래서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도 있고, 베네딕도 성인은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 합니다.

 

어떻게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본질적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요?

희망과 죽음에 대한 묵상이 답입니다. 희망이 최고의 명약名藥입니다. 희망에서 샘솟는 기쁨입니다. 참 힘은 희망의 힘, 기쁨의 힘입니다. 바로 하느님의 힘입니다. 희망이 없는 곳이 지옥입니다. 죽음에 대한 명약의 처방도 희망뿐입니다. 살아갈수록 색깔 바래지는 희망이 아니라. 색깔 짙어지는 희망이어야 합니다. 

 

이래야 우울증이나 치매에 걸리지 않습니다. 생생한 희망이 깨어 있게 하며 더불어 찬미와 감사, 기쁨의 삶을 살게 합니다. 희망이, 꿈이 사라지면 허무와 무의미의 어둠과 더불어 불안과 두려움, 우울증과 치매입니다.

 

“자신의 희망을 하느님께 두라.”(성규4,41)

“하느님의 자비에 대해 절대로 실망하지 마라.”(성규4,74)

 

베네딕도 성인의 말씀입니다. 하느님이 궁극의 희망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믿고 사랑할수록 더욱 깊어지고 빛나는 희망입니다. 이래야 아름다운 일몰같은 노년 인생에 죽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짧지만 의미는 한없이 깊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 하신 일에 놀라는데 예수님은 두 번째 수난과 부활에 대해 예고를 하십니다.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 들어라.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죽음이 마지막이 아니라 부활의 희망이 태양처럼 자리하고 있는 예수님이심이 너무 분명합니다. 날마다 죽음을 예견하면서 부활의 영광을 내다보면서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사셨을 예수님이십니다. 아직 무지에 눈먼 제자들은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이해하지 못했고, 그 말씀에 대해 묻는 것도 두려워했습니다. 바로 얼마전 산상에서 변모체험후의 예수님이기에 부활의 영광에 대한 희망이 내면에서 늘 태양처럼 빛나고 있었을 것입니다. 희망의 태양이신 하느님과 늘 함께 했던 예수님이셨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희망이 명약입니다. 더 분명히 하면 부활의 희망, 파스카의 희망이 우리에게는 최고의 명약입니다. 파스카의 예수님과 함께 하는 삶이 하늘 나라의 꿈과 희망을 앞당겨 살게 합니다. 

 

청와대 참모들이 일하는 여민관與民館을 아십니까? 예전의 위민관爲民館과의 대조가 깊은 깨우침을 줍니다. 여민동락與民同樂에 뿌리를 둔, 민초들과 ‘함께(with)’ 한다는 뜻의 여민관은 민초들을 ‘위한(for)’ 위민관보다는 예수님 생각에 가깝습니다. 우리를 ‘위해서’ 보다는 우리와 ‘함께’하는 임마누엘 하느님 예수님입니다. 

 

희망과 기쁨의 예언자 즈카르야입니다. 바오로의 옥중서간이 희망과 기쁨으로 빛났듯이 유배후의 암울한 상황에서도 희망과 기쁨으로 빛나는 즈카르야의 예언은 파스카의 예수님을 통해 그대로 실현됩니다. ‘예루살렘’은 우리 삶의 자리를, ‘딸 시온’은 우리를 상징합니다.

 

“주님의 말씀이다. 내가 예루살렘을 둘러싼 불벽이 되고, 그 한가운데에 머무르는 영광이 되어 주리라. 딸 시온아 기뻐하며 즐거워하여라. 정녕 내가 이제 가서, 네 한 가운데에 머무르리라. 주님의 말씀이다. 그날에 많은 민족이 주님과 결합하여, 그들은 내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 한가운데에 머무르리라.”

 

오늘이 그날입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십시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그대로 실현되는 하늘 나라의 꿈이자 희망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아름답고 희망과 기쁨에 넘치는 하늘 나라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은 죽음을 없애시고, 복음으로 생명을 환히 보여 주셨네.”(2티모1,10). 아멘.

 

 

 

 

 

 

 

 

 

  • ?
    고안젤로 2021.09.25 08:38
    베네딕도 성인께서 늘 추구하셨던
    오직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셨던것 처럼 저희도 저희 생활속에서 하느님만 보고 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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