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9.17.토요일 성녀 힐데가르트 동정 학자(1098-1179)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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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독(聖讀;Lectio Divina)의 여정

-내적변화와 풍요로운 부활의 삶-

 

 

 

성독의 대상은 1차적으로 신구약 성서지만 자연성서로, 각자 삶의 성서로 확장됩니다. 오늘 복음은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와 ‘비유로 말씀하신 이유’, 그리고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에 대한 설명’, 셋으로 이뤄집니다. 씨뿌리는 사람은 바로 우리 삶의 영원한 롤모델인 예수님 자신을 지칭합니다. 예수님은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 삶의 현실에 일희일비 좌절함이 없이 하느님을 향한 한결같은 신망애信望愛의 삶의 자세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저절로 이 비유를 통해 예수님의 삶을 렉시오 디비나 합니다. 예수님의 삶자체가 하느님의 살아 있는 성서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뿐 아니라 교회의 무수한 성인성녀들, 그리고 우리 믿는 이들 하나하나의 삶도, 살아 있는 성서로 고유한 렉시오 디비나의 대상이 됩니다. 이런 사고思考가 저절로 이웃 하나하나를 소중히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게 합니다.

 

우선 영적 거인이자 위인이요 성인인 두 분의 삶에 대해 나눕니다. 흡사 살아 있는 성서를 대하는 느낌입니다. 오늘 우리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12세기 독일의 베네딕도회 수녀였던 성녀 힐데가르트 동정학자 기념미사를 봉헌합니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분으로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받는 성녀입니다. 어찌 한 사람안에 이런 다양한 천재적 재능을 구비할 수 있는지 천재란 말로 다 담아낼 수 없는 성녀입니다.

 

독일 출신의 베네딕도 수녀원 원장 직함에 붙는 명칭은 작곡가, 문학가, 언어학자. 자연학자, 과학자, 철학자, 의사, 약초학자, 예언자, 카운슬러. 시인, 운동가 정말 끝없이 이어지는 만능의 천재 성녀입니다. 전분야에서 당대 최강급이었고 후세에 까지 길이 남을 업적을 남겼습니다.

 

성녀는 가톨릭에서 인정한 기적을 일으킨 것도 아니고 순교한 것도 아니라 공식적으로 시성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남긴 업적이 워낙 대단한지라, 1664년 독일 마인츠교구를 중심으로 그가 선종한 9월17일을 축일로 기념했으며, 1940년 교황청에서 공식적인 성인들 이름만 올리는 로마 순교록에 힐데가르트의 이름을 넣어, 시성은 안했지만 반쯤 성녀로 인정하다가 결국 사후 833년 만인 2012년 5월10일, 교황 베네딕도 16세가 정식으로 시성하여 성인 반열에 올렸고 동년 10월7일 교회학자의 칭호를 부여했습니다. 성녀의 어록도 일부 소개합니다.

 

“육신은 죄에서 잉태되며 육신에서 태어난다. 모든 영적 존재는 하느님에게서 비롯된다. 영은 육신이 되지 않으며, 육신 역시 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이 영과 육의 일체화에 의해 우리는 완성된다.”

 

“하느님께서는 간통한 자, 대식가, 그리고 술주정뱅이에게 냄새나는 진흙탕, 죽음을 가져오는 냄새와 연기의 형벌을 내리신다. 이들은 이런 속세의 기쁨을 진기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만끽한 자들이다.”

 

“만약 이 지식이 높으신 주님을 찬미하기 위한 발판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있는 가치라 한다면, 지식은 존재할 수 없을지니, 그 근원도 그 자체도 모두 하느님에게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사탄은 하느님을 경배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경배한다. 주님께 의지하지 않고 홀로 서려 했다. 모든 살아 있는 피조물은 창조자이신 주님을 경배해야지 자신을 높이려 해서는 안된다.”

 

“광기狂氣의 길을 따르는 자와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지혜를 비웃는 자들은 저 자신을 저주함이라, 이들은 영생의 축복을 모르기에 그 악행은 끝이 없도다. 내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자신의 타고난 성질이 왜 이토록 변덕스러운지 고민하지도 않는다.”

 

성녀의 삶을 렉시오 디비나 하는 마음으로, 공부하는 마음으로 주옥같은 말을 인용했습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공감과 감동을 선물하는 성녀의 지혜입니다. 또 한 분은 살아 있는 성인, 프란치스코 교황입니다. 9.13-15일까지 2박3일의 꽉찬 일정의 카차흐스탄 사도적 여행을 마치시고 귀국도중 기자들과 수시간 자유롭게 인터뷰한 대목도 많은 감동과 영감을 제공했습니다. 

 

출력해 보니 장장 9쪽의 풍부한 내용이었고 다 독료讀了했습니다. 87세의 노령에도 불구하고 지칠줄 모르는 영적활력에 얼마나 깊고 폭넓은 사고에 지식, 뛰어난 기억력에 지혜인지, 정말 총명하기가 기자들을 압도했습니다.

 

귀국후 다음날은 성모경당에서 마리아 어머님께서 보호해 주셨음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시고 이어지는 꽉찬 일정을 소화해 내시니 참 놀랍습니다. 트라피스트 수도회 총회에 참석한 수도회의 장상들인 아빠스들에게도 감동적인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교황님은 이 장상들이 자신은 물론 공동체가 덕성을 북돋우고 향상시키기 위해 네가지 ‘꿈들(dreams)을 추구할 것을 격려했습니다. 1.친교, 2.참여, 3.선교, 4.양성의 네가지 꿈들이었고, 교황님은 이 꿈으로의 초대를 새롭게 하는 ’거룩함의 꿈’으로 요약했습니다.

 

“용기를 잃지 마시오. 여러분들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성령의 힘을 지니셨습니다. 결국 거룩함은 여러분 삶안에 있는 성령의 열매입니다.”

 

참 멋진 살아 있는 성인으로 하느님의 사람, 교회의 사람, 그리스도의 사람이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입니다. 삶자체가 살아 있는 성서로 렉시오 디비나 하는 마음으로 나눴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당신 비유 말씀을 경청할 것을 명령합니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렉시오 디비나에 침묵중 자신을 비운후 경청은 필수적 전제 조건입니다. 억지로 짜내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흘러나오는 묵상이자 기도요 관상이어야 하며, 바로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성령의 은총입니다. 문제는 하느님이나 말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밭에 있습니다. 전능하신 하느님도 우리의 협력의 응답을 절대로 필요로 하십니다. 

 

아무리 말씀의 씨앗들이 좋아도 길바닥 같은 마음밭에 떨어지면, 바위같은 마음밭에 떨어지면, 가시덤불같은 마음밭에 떨어지면 모두가 헛일입니다. 좋은 땅같은 마음밭에 떨어질 때 정화와 성화의 내적변화에 풍요로운 영적 수확의 삶입니다.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은 사람들이다.”

 

누구나 소망하는 것이 이런 영성생활일 것입니다. 그러나 타고난 좋은땅의 마음밭은 없습니다. 진짜 농부는 하느님을, 밭을 탓하지 않고 자기를 탓합니다. 길바닥 같은 땅, 바위같은 땅, 가시덤불같은 환경이나 자신의 모습에 결코 좌절하거나 실망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하느님께 온전히 신뢰와 사랑, 희망을 두고 한결같이 렉시오 디비나의 말씀공부와 실천에 인내와 분투의 노력을 다합니다.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습니다. 말씀은 빛이자 생명이요 영이요 주님의 현존입니다. 참으로 믿는 이들의 삶은 성독의, 렉시오 디비나의 여정입니다. 한결같이 항구히 말씀공부와 실천에 분투의 노력을 다할 때 내적변화와 더불어 길바닥같은, 바위같은, 가시덤불같은 불모지와 같은 환경이나 마음밭도 서서히 좋은 땅으로 변모됩니다. 마침내 온 환경과 마음밭이 좋은 땅으로 변모하고 풍요로운 수확의 가을 인생을 누릴 것입니다.

 

죽어서의 부활이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 시작된 영원한 삶, 하늘 나라의 삶, 부활의 삶입니다. 이런 말씀공부와 실천에 한결같이 분투의 노력을 다하는 이들은 이미 오늘 지금 여기 현세에서 부활의 삶을 삽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부활 때에 완성되는 인간의 구원에 대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미 오늘 여기서부터 완성에의 여정이 부활의 삶이 시작된 것입니다.

 

“썩어 없어질 것으로 묻히지만 썩지 않는 것으로 되살아 납니다.

 비천한 것으로 묻히지만 영광스러운 것으로 되살아 납니다.

 약한 것으로 묻히지만 강한 것으로 되살아 납니다.

 물질적인 몸으로 묻히지만 영적인 몸으로 되살아 납니다.“

 

아, 이미 렉시오 디비나, 성독의 여정중에 주님을 닮아감과 동시에 시작된 이런 부활 변모의 모습에 영원한 삶입니다. 바로 말씀을 통해 성령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우리가 흙으로 된 그 사람, 아담의 모습을 지녔듯이, 하늘에 속한 그분, 예수님의 모습도 지니게 될 것이니 바로 렉시오 디비나, 성독의 은총, 성령의 은총입니다. 흙으로 된 그 사람 아담의 모습에서 점차 날로 하늘에 속한 그분 예수님의 모습으로 닮아 변해가는 우리들입니다. 

 

렉시오 디비나의 은총이, 매일 거행하는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내적변화와 더불어 좋은땅의 마음밭으로 변화시켜 주시며 풍요로운 영적 수확의 삶을 살게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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