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9.12.16. 대림 제3주간 월요일                                                    민수24,2-7.15-17 마태21,23-27

 

 

성령의 사람

-경계인境界人-

 

 

참으로 믿는 사람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성령파에 속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제1독서 민수기의 브오르의 아들 발라암이, 오늘날의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그 대표적 인물일 것입니다. 

 

성령파에 속하는 성령의 사람은 경계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계인이란 말을 최초로 사용한 분은 아마 토마스 머튼일 것입니다. 토마스 머튼은 참되 수도승은 경계인이자 주변인이 되어야 한다 했으며 사전을 찾아보니 그 뜻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경계인; 주변인과 같은 말로 둘 이상의 이질적인 사회나 집단에 동시에 속하여 양쪽의 영향을 함께 받으면서도, 그 어느 쪽에도 완전하게 속하지 아니하는 사람-

 

요즘 참 감명깊게 읽은 책이 ‘최명길 평전’입니다. 아마 한국 5천년 역사상에서 가장 참혹한 전란의 시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연이어 계속됐던 16-17세기 조선시대일 것입니다. 병자호란전 척화파와 주화파의 대립은 참으로 치열했습니다. 여기서 주화파의 대표적 인물이자 충신忠臣이 최명길이며 그에 대한 어느 학자의 평에 공감했습니다.

 

“누구는 최명길을 ‘선택적 원칙주의자’라고 정의했지만 나는 그를 ‘경계인’이라고 부르고 싶다. 경계인은 누구 편에도 서지 않는다. 한쪽에 서면 대립적인 두 당사자를 동시에 아우를 수 없기 때문이다. 경계에 서는 것은 한쪽에 수동적으로 갇히는 게 아니라 경계에서 자기로 살아가는 자이다. 이 점에서 쇠락해가는 명과 떠오르는 청을 냉철히 관찰하면서 선택적으로 시의적절하게 대응해 나간 최명길이야말로 진정한 경계인이다.”

 

우리식으로 말해 참으로 깨어 있는 분별의 지혜를 지닌 성령의 사람이 경계인입니다. 우리 수도자의 수도복은 경계인의 표지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와 더불어 교수신문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택한 ‘공명지조共命之鳥’란 말마디도 의미심장했습니다. 사자성어 조사에 응답한 1046명의 교수 가운데 347명(33%)이 공명지조를 택했다 합니다.

 

“공명지조는 불교경전에 나오는 상상속의 새로 ‘한몸에 두개의 머리를 가져 목숨을 함께 하는 새’를 가리킨다. 서로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실상은 공멸하게 되는 공동운명체라는 것이다. 

 

불경에 따르면 이 새는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가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자 다른 머리는 이에 화가 난 나머지 어느 날 독이든 열매를 몰래 먹어 버렸고,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게 되었다. 

 

새는 좌우로 난다. 좌우의 공존이 둘다 사는 길이다. 한국의 현재 상황은 상징적으로 마치 공명조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에 이 사자성어를 택한 동기이다.”

 

비단 수도자뿐 아니라 참 신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분별의 지혜를 지닌 성령의 사람, 경계인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교회 지도자들은 더욱 그러합니다. 얼마전 6세기 가자의 수도승 발사누피우스의 ‘성령을 고수하라(Cleave to the Spirit)’는 내용도 새롭게 떠오릅니다.

 

“좋으신 하느님께 위로자 성령을 보내 주십사 기도하자. 성령이 오실 때 우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고 우리에게 신비를 계시하실 것이다. 성령께 인도되도록 하라. 마음에 속지 말고, 분산되지도 마라. 낙심이나 우울을 정신 안에 허용하지 마라. 

성령은 눈을 밝히고, 마음을 떠받쳐 주고, 지성을 들어 올린다. 성령은 어리석은 자를 지혜롭게 하고, 힘과 겸손, 기쁨과 의로움, 인내와 온유, 사랑과 평화를 가르치고 부여한다. 하여 너는 확고한 바위를 지니는 것이다. 

성령을 소홀히 여기지 마라. 바람도 비도 강물도 바위 위에 세워진 건물을 무너뜨릴 수 없다. 형제여, 성령이, 성령의 기쁨이 우리에게 와서 우리를 온전한 진리로 안내하도록 간청하자.”

 

오늘 제1독서 민수기의 발라암은 하느님의 영이 내리자, 성령의 사람이 되어 ‘열린 눈을 가진 사람의 말이며,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이의 말’이라 하며 그가 받은 4번째 신탁을 통해 귀한 진리를, 메시아 예수님 탄생을 예언합니다.

 

“나는 한 모습을 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나는 그를 바라본다. 그러나 가깝지는 않다. 야곱에게서 별 하나가 솟고 이스라엘에게서 왕홀이 일어난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는 무지의 편견에 사로 잡힌 적대자들이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누가 이런 권한을 부여했는지 이의를 제기할 때, 성령의 선물인 분별의 지혜로 되치기 하며 이들의 말문을 막아 버립니다.

 

“나도 너희에게 한 가지 묻겠다. 너희가 나에게 대답하면,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해 주겠다. 요한의 세례가 어디에서 온 것이냐? 하늘에서냐, 아니면 사람에게서냐?”

 

이미 물음에 답이 있습니다. 이들이 “모르겠소.” 무책임하게 대답하자 예수님 역시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 대답하며 참으로 지혜롭게 이들의 예봉을 무력화하며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듭니다. 이 또한 성령의 사람, 경계인만이 할 수 있는 지혜로운 답변입니다. 

 

참으로 우리 믿는 이들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성령파에 속한 ‘성령의 사람’, ‘그리스도의 사람’인 경계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성령의 사람, 경계인이 되어 분별의 지혜를 발휘하며 살게 하십니다.

 

“오소서, 주님, 저희를 찾아 오시어, 평화를 베푸소서. 저희가 주님 앞에서 온전한 마음으로 기뻐하게 하소서.”(시편106,4-5). 아멘.

 

  • ?
    고안젤로 2019.12.16 08:06
    사랑하는 주님, 주님의 은총으로 성령을 받아 모시어 저희가 세상속에서
    "아, 이럴땐 주님께서는 어찌 하셨을까"라고 한번 더 생각하고
    주님 말씀의 기준으로 보게 하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57 지상에서 천상天上의 삶을-2016.11.16. 수요일 성녀 제르트루다(1256-1302) 동정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6.11.16 141
2456 지상에서 천국의 삶 -꿈꾸라, 사랑하라, 선포하라-2022.7.3.연중 제14주일 프란치스코 2022.07.03 172
2455 지상에서 천국을 삽시다 -형제적 사랑과 믿음, 주님의 용서와 치유-2020.12.7.월요일 성 암브로시오 주교 학자(340-397)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0.12.07 145
2454 지상에서 천국을 삽시다 -공정이 물처럼, 정의가 강물처럼-2018.7.4.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7.04 156
2453 지상에서 천국天國의 삶 -주님의 초대는 선물이자 과제이다-2023.11.7.연중 제31주간 프란치스코 2023.11.07 151
2452 지상地上에서 천상天上의 삶을 -초월적 거점의 확보-2015.11.18.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5.11.18 225
2451 지상地上에서 천국天國을 삽시다 -배움, 싸움, 깨어 있음-2019.12.1.대림 제1주일 1 프란치스코 2019.12.01 129
2450 지상 천국의 온전한 삶 -하느님 중심의 정주(定住)와 믿음과 사랑-2024.1.29.연중 제4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4.01.29 155
2449 지상 천국天國의 삶 -착하고 성실한 삶;사랑, 지혜, 깨어있음, 책임-2020.11.15.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1 프란치스코 2020.11.15 103
2448 지상 천국天國의 삶 -“두려워하지 마라”-2020.12.10.대림 제2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0.12.10 120
2447 지상 순례 여정중인 -이상적 천상 교회 가정 공동체-2023.5.7.부활 제5주일(생명 주일) 프란치스코 2023.05.07 272
2446 지도자들은 물론 사람들의 필수 덕목 -섬김과 배움, 자비와 지혜-2024.2.3.연중 제4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4.02.03 128
2445 지금이 바로 구원의 때입니다 -과거를 묻지 않는 하느님-2018.2.23. 사순 제1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2.23 158
2444 지금이 마지막 때입니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2015.12.31.목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 프란치스코 2015.12.31 350
2443 지금이 구원의 기회다 -명분名分과 실리實利- 프란치스코 2017.11.23 146
2442 죽음의 길, 생명의 길-2017.2.17. 연중 제6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7.02.17 122
2441 죽음을 배웁시다 -진리, 순종, 비움-2019.4.19. 주님 수난 성금요일(주님 수난 예식) 1 프란치스코 2019.04.19 231
2440 주님처럼 우리 모두 영원한 표징이 되어 삽시다 -구원, 회개, 희망, 겸손-2021.7.25.연중 제17주일(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1 프란치스코 2021.07.25 143
2439 주님이 좋아하시는 참된 단식 -사랑과 정의-2019.3.8.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3.08 249
2438 주님의 평생 전사 -주님과 함께 영적승리의 삶을 삽시다-2024.1.22.연중 제3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4.01.22 161
Board Pagination Prev 1 ...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