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5. 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

성경독서:이사11,1-10 교부독서:레오 대교황의 성탄강론1-3

이사9,1-6 티토2,11-14 루카2,1-14

 

 

 

누가 예수님 탄생을 체험하는가?

-사랑, 가난, 고독, 깨어 있음-

 

 

 

기뻐하십시오. 감사하십시오.

오늘 밤 학수고대하던, 오매불망 꿈에 그리던 우리 구원자 주 그리스도 예수님 탄생하셨습니다. 그리스도와 더불어 우리도 새 생명으로 태어났습니다. 예수님의 성탄은 동시에 우리의 성탄이 되었습니다. 아, 이제 살만한 세상이, 살맛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신실하신 주님은 당신 꿈의 약속을 실현시켜 주셨습니다. 마침내 이사야의 예언이 실현되었습니다.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 당신께서는 즐거움을 많게 하시고 기쁨을 크게 하십니다.”

 

어둠의 세상에 무지의 어둠을 환히 밝히며 참 빛으로 탄생하신 주님이십니다. 죽음의 세상에 생명으로, 슬픔의 세상에 기쁨으로, 절망의 세상에 희망으로 탄생하신 주님이십니다. 불화와 전쟁의 땅에 평화의 주님으로, 불의와 부정의 세상에 공정과 정의의 주님으로 탄생하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역시 이사야 예언의 실현입니다.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 왕권이 그의 어깨에 놓이고 그의 이름은 놀라운 경륜가, 용맹한 하느님, 영원한 아버지, 평화의 군왕이라 불리리라. 다윗의 왕좌와 그의 왕국 위에 놓은 그 왕권은 강대하고, 그 평화는 끝이 없으리라. 그는 이제부터 영원까지 공정과 정의로 그 왕국을 굳게 세우고 지켜 가리라.”

 

예수님 탄생으로 바야흐로 하느님의 원대한 꿈이 실현되기 시작했습니다. 독서기도시 수사님이 노래한 이사야서 말씀도 영원한 평화의 실현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러면 누가 예수님 탄생을 체험했습니까? 

 

누구나 자명한 구원의 예수님 탄생 체험이 아닙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예수님 탄생을 체험한 이들은 베들레헴 고을의 양떼를 지키던 목자들이었습니다. 주님의 영광이 목자들의 둘레를 환히 비추자 두려움에 떠는 이들을 향해 주님의 천사는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그대로 오늘 성탄 밤 미사에 참석한 우리 안에 구세주로 탄생하신 주 그리스도이십니다. 오늘 밤 우리들 역시 은혜롭게도 목자들과 함께 주 그리스도 예수님 탄생을 체험합니다. 왜 그 많은 사람들중 목자들만 주 그리스도 탄생을 체험했을까요? 누가 예수님 탄생을 체험할 수 있겠는지요?

 

첫째, 사랑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갈망하는, 열망하는 사랑이 있을 때 눈이 열려 주님 탄생을 체험합니다. 목자들은 사랑으로 마음의 눈이, 마음의 귀가 활짝 열려 있었기에 주님의 영광의 빛을 보았고 주님의 천사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과연 우리의 주님께 대한 사랑은 어떻습니까?

 

둘째, 가난입니다.

정말 주님을 사랑하는 자는 가난을 사랑합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주님은 가난한 이들에게 축복을 약속하셨습니다. 당시 목자들이라면 가난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가난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었습니다. 외적으로 가난했을지 몰라도 내적으로는 주님 사랑으로 부자였고 자유로웠습니다. 존엄한 품위를 지닌 가난한 목자들임이 분명합니다. 외적 풍요의 삶같지만 내면은 한없이 빈곤한 오늘날 사람들과는 너무 대조적입니다. 참으로 진정 불쌍한 가난한 이들은 주님 사랑이 결핍된 자들, 하여 탐욕에 중독된 자들입니다. 

 

셋째, 고독입니다.

밤새 양떼를 돌보던 목자들은 참으로 고독하고 외로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목자들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고독중에도 함께 사랑으로 연대했습니다. 고독이 깊어질수록 연대의 사랑도, 주님께 대한 사랑도 깊어지기 마련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가난과 더불어 고독도 사랑합니다. 가난이나 고독은 바로 하느님을 찾으라는, 하느님을 만나라는 주님 사랑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넷째, 깨어 있음입니다.

주님을 사랑할 때 가난도 고독도 사랑합니다. 저절로 가난할 때, 고독할 때 영혼은 초롱초롱 사랑으로 깨어 기도하게 됩니다. 막연한 깨어 있음이 아니라 가난과 고독중에 주님을 기다릴 때 깨어있게 됩니다. 

 

이런 주님을 기다림에서 맑고 밝은 기쁨이 샘솟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목자들이 그러했을 것입니다. 주님을 향해 깨어 있던 목자들은 마침내 주님 탄생을 체험했고 내면은 행복으로 충만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 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 주님 탄생의 이 은총이,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를 교육하여, 불경함과 속된 욕망을 버리고 현세에서 신중하고 의롭고 경건하게 살도록 해줍니다. 

 

오늘 목자들과 함께 주님 탄생을 학수고대하던 가난하고 고독한 중에 사랑으로 깨어 있던 우리 안에 아기 예수님 탄생하셨습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과 함께 새로이 탄생했습니다. 참으로 믿는 이들에겐 매일이 주님과 함께 성탄입니다. 우리 모두 하늘의 천사들과 하늘의 군대와 함께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2,14). 

 

영광과 평화는 우리 구원 실재의 양면입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께 영광’이 되고 ‘이웃에게 평화’가 되는 구원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주님의 자비를 청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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