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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8.7.연중 제18주간 토요일                                                       신명6,4-13 마태17,14ㄴ-20

 

 

 

믿음의 여정

-사랑의 힘은 믿음의 힘이다-

 

 

 

"당신의 자비는 영원하시다."

오늘 새벽 독서기도시 시편 137장 27절까지 매절 이어진 후렴입니다. 이런 하느님의 영원하신 자비가 광야여정중인 우리에게는 샘솟는 활력의 원천이 됩니다.

 
절기는 정직, 정확합니다. 오늘은 입추立秋입니다. 참 오랜만에 가을이 온 듯 서늘한 새벽에 요즘 들어 가장 맑은 밤하늘에 가장 많은 별들이었습니다. 자연 안에서 정주생활을 하다보면 하루가, 일년이 지나는 모습이 한눈에 보입니다. 새삼 삶은 여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입니다. 월요일 이었는가 하니 벌써 오늘 토요일입니다. 벌써 2주가 지나 오늘은 이발하는 날입니다. 휴가 떠났던 형제들 긴 듯 하지만 곧 돌아옵니다. 하루하루가 선물이요 참 절박하게 느껴집니다. 2006년도 15년전 제본했던 시집을 펼쳐보는 순간 ‘나 지금 어디에?’란 긴 시를 발견했습니다.

 

-“창밖 풍경은 살아 있는 그림, 살아 있는 성경

해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날마다 새벽, 아침, 점심, 저녁, 밤이 지난다

때로는 구름도 흘러가고 새들도 날아간다

 

창밖을 바라보며 배우는 인생

하루를 평생처럼, 평생을 하루처럼 살아야 함을

또 매사 창밖 풍경 바라보듯 거리를 두고 초연히 바라봐야 함도 배운다

 

아, 계절을 볼 수 없어 철없는 사람들 부지기수이듯

시간을 볼 수 없어 때를 분별 못하는 사람들 부지기수인 오늘의 현실

자연을 떠난 업보다

 

저녁기도 시간 짙어가는 어둠

‘어, 내 인생 몇 시이지?’

불현 듯 떠오른 생각, 

점점 어둠도 고요도 깊어지겠지

 

해맑은 아이라면 아침 이슬 머금은 아침 6시

십대 사춘기 나이라면 낮 10시, 한창 청년의 나이라면 낮 12시

삼십대의 무르익은 젊음이라면 오후 1시

 

이러니 하루가 평생의 압축이 아닌가

하루를 평생처럼, 평생을 하루처럼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맑고 밝기만 하고 깊이가 없는 오전의 나이라면

점심 지나면서는 고요히 스며드는 어둠과 더불어 

깊어가는 오후의 나이들이어야 맞는 거다

 

그리고 밤 나이에는 풍요로운 고독과 침묵의 품 안에

별빛, 달빛 반짝이는 그 분 밤의 품 안에 머물다

잠같은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거다

이어 새벽 동터오는 아침과 더불어 주님과 함께

찬란한 부활을 맞이하는 거다

 

궁극엔 햇빛 찬란한 부활의 아침을 향한 믿음의 여정이기에

또 나이 시간에 구애됨 없이

아침에는 아침 나이의 순수로, 점심에는 점심 나이의 열정으로

저녁 나이에는 성숙한 사랑으로 살 수 있기에

늘 희망 가득할 수 있는 우리들이다 

‘내 나이 지금 어디에?’, 창밖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이런 삶의 여정에서 벗어날자 아무도 없습니다. 엊그제 서울 대교구 소속의 황인국 마태오 몬시뇰께서 선종하셨다는 소식이 충격이었습니다. 예전 노원본당에 계실 때 수도원에서 배도 사가셨고, 수도원 본관 ‘자비의 집’에서 일주간 머물며 피정도 하셨던 분입니다. 1936년 생이니 저보다 13년 연상이시고 저절로 남은 햇수를 헤아리며 베네딕도 성인의 말씀을 상기하게 됩니다.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라.”(성규4,47)

 

믿는 이들 누구나 믿음의 여정을 살아갑니다. 어제는 주님의 변모 축일, 저녁 노을이 장관이라 여러분들과 나눴습니다. 너무 강렬히 타오르는 산불같기도 하고, 검붉은 핏빛 같기도 하고, 화산의 용암같기도 하여 아름답기 보다는 섬찟한 느낌도 들었고 시대의 징표를 읽어야 함을 배웠습니다. 어제 신문에서 본 산불로 화염에 싸인 터키의 산불이 연상되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지구가 불타고 있다 하지 않습니까? 새삼 믿음의 여정중 내적 삶의 깊이를 날로 더해가야 함을 배웁니다. 

 

기도의 힘은 믿음의 힘이고 믿음의 힘은 하느님의 힘입니다. 참 중요한 보물 하나를 택하라면 믿음을 택하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날로 믿음을 더해 갈 수 있을까요? 오늘부터 시작된 신명기가 답을 줍니다. 바로 이스라엘 백성의 전통 신앙 고백의 첫 문장입니다. 우리가 매주 토요일 끝기도 때마다 듣는 독서입니다. 흔히 히브리어 첫 글자를 따서 ‘셔마(들어라)’라고 부르는 신앙고백입니다. 영적 이스라엘인 믿는 이들 모두가 마음에 날마다 새겨야 할 말씀입니다. 베네딕도 규칙 역시 “아들아, 들어라!”로 시작됩니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 너희는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이 말을 너희 자녀에게 거듭 들려주고 일러 주어라. 또한 이 말을 너희 손에 표징으로 묶고 이마에 표지로 붙여라. 그리고 너희 집 문설주와 대문에도 써 놓아라.”(신명6,4-9)

 

참 강력한 명령입니다. 권고가 아니라 명령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믿는 이들의 으뜸 의무가, 행해야할 명령이 이런 하느님 사랑입니다. 참으로 우리가 참 사람이 되어 하느님 자녀로 살기 위한 유일한 처방은 이 한 말씀뿐입니다. 이런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수행에 힘쓰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의 모든 수행은 이런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이런 사랑의 수행이 마음의 순수와 열정의 샘이 됩니다. 바로 이런 한결같은 사랑의 수행과 더불어 선사되는 믿음입니다. 참으로 탓할 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의 부족한 사랑, 부족한 믿음입니다. 그러니 오늘 복음에 대한 답은 신명기의 독서가 줍니다.

 

간질병에 걸려 몹시 고생하는 아이를 당신께 데려 오자 모두를 싸잡아 하시는 주님의 한 말씀이 그대로 오늘의 세대를 두고 하시는 말씀같습니다. 

 

“아, 믿음이 없고 비뚤어진 세대야!”

 

바로 이에 대한 답을 신명기의 하느님 사랑이 주는 것입니다. 참으로 우리의 변질變質, 변절變節, 변심變心, 변덕變德을 막아주고 부단히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변모變貌하게 하는 사랑이요 더불어 깊어가는 믿음입니다. 예수님께서 호통치시니 마귀는 나가버리니 그대로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사랑의 힘, 믿음의 힘, 하느님의 힘입니다. 제자들과 예수님의 대화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참 좋은 가르침입니다.

 

-“어찌하여 저희는 그 마귀를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

“너희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서 옮겨 가라.’ 하더라도 그대로 옮겨 갈 것이다. 너희가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결국은 믿음 하나뿐입니다. 바닷물이 증발하면 소금만 남듯이 삶의 거품이 사라지면 남는 것은 믿음뿐일 텐데 과연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을런지요.  인간품위의 우선순위도 믿음, 건강, 돈입니다. 모든 것 다 사라지고 나중까지 남는 것은, 하느님께 갖고 갈 것은 믿음 하나뿐인데 그 믿음이 없다면 그 인생 얼마나 허무하겠는지요! 무지에 대한 답도 믿음뿐입니다. 정주의 믿음, 인내의 믿음, 겸손의 믿음, 사랑의 믿음, 희망의 믿음, 그러니 믿음은 우리 영성생활의 모두라 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할수록 선물처럼 주어지는 믿음입니다. 그러니 믿음의 여정은 그대로 사랑의 여정이 됩니다. 주님은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부족한 사랑과 믿음을 더해 주시어 우리 모두 믿음의 여정에 한결같은 노력을 기울이게 하십니다. 그러니 다음 화답송 시편은 저절로 우리의 고백이 됩니다.

 

“저의 힘이신 주님, 당신을 사랑하나이다. 주님은 저의 반석, 저의 산성, 저의 구원자이시옵니다.”(시편18,2-3ㄱ).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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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1.08.07 11:19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 너희는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이 말을 너희 자녀에게 거듭 들려주고 일러 주어라. 또한 이 말을 너희 손에 표징으로 묶고 이마에 표지로 붙여라. 그리고 너희 집 문설주와 대문에도 써 놓아라.”(신명6,4-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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