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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3. 연중 제33주간 목요일                                                                     1마카2,15-29 루카19,41-44



지금이 구원의 기회다

-명분名分과 실리實利-



오늘 마카베오기 상권의 주인공 마타티아스와 복음의 주인공 예수님은 좋은 대조를 이루면서 오늘의 우리에게 깊은 깨우침을 줍니다. 묵상중 더불어 생각나는 ‘남한산성’이란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잇슈가 됬던 것은 주화파와 척화파의 대결입니다. 참으로 어려운 것은 이것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견해만 달랐지 두 파 사람들 다 애국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명분과 실리의 문제로 둘 다 옳기 때문입니다. 명분을 택해 실리를 잃어도 안되고 실리를 택해 명분을 잃어도 안되기 때문입니다. 명분이 영혼이라면 실리는 육신이라 할까요. 둘 다 택해야 하는데 참 어려운 일입니다. 


병자호란 때의 대응전략의 차이를 말하는 이런 대구가 있습니다. ‘금일불가무 최지천 화전론(今日不可無 崔遲川和戰論)(지천은 최명길의 아호), 백세불가무 삼학사 주전론(百歲不可無 三學士主戰論), 오늘날에 있어서 최명길의 화전론이 없을 수 없고, 긴 세월로 볼 때 삼학사의 주전론도 없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삼학사는 1637년 병자호란때 조선이 중국 청나라에 항복하는 것을 반대하고 척화론을 주장했다가 청나라에 잡혀가 참혹한 죽음을 당했던 세사람, 즉 홍익한, 윤집, 오달제를 일컫는 말입니다. 역시 화전론과 주전론은 실리와 명분 같아서 둘다 옳기에 양자 택일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 줍니다.


오늘 마카베오기의 마타티아스에게서도 흡사 양자간의 딜렘마를 보는 듯 합니다. 임금과 관리들은 마타티아스에게 왕명을 따르면 그와 그 아들들은 임금님의 벗이 되고 은과 금과 많은 선물로 부귀를 누릴 것이라고 회유합니다. 


이런 달콤한 실리의 유혹에서 벗어날 자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타티아스는 실리의 유혹을 단연코 떨쳐내고 명분의 고난을 택해 주님을 위해 주전파가 됩니다. 하여 그와 그 아들들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성읍에 남겨 둔 채 산으로 달아났고, 정의와 공정을 추구하는 많은 이들이 광야로 내려가 자리잡습니다.


주님의 명분을 택해 순교의 길을 간 분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순교를 택해 영원히 사는 이들도 있고 대부분은 실리를 택해 영원히 죽은 이들도 있다 할까요. 그렇다하여 현세에서 실리의 생명을 택한 이들을 마냥 비난할수도 없을 것입니다. 대부분 무지無知하고 약한 인간들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오늘 마카베오기는 이런 명분과 실리의 문제를 생각하게 합니다.


오늘 복음도 참 특이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시자 그 도성을 보고 우시며 탄식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마치 예수님의 무지의 사람들에 대한 깊은 절망감의 반영같습니다. 오늘날 만연된 세속화로 타락의 길을 향하는 도시를 두고 하시는 말씀 같기도 합니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 그때가 너에게 닥쳐올 것이다.---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대로 오늘 우리를 회개, 각성覺醒케 하는 말씀입니다. 이어 예루살렘의 완전 파괴를 예언하셨고 로마군에 의해서 그대로 예루살렘은 초토화 됩니다. 기억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반복되는 역사입니다. 하여 평화를 원하면서도 끊임없이 계속되는 전쟁입니다. 평화를 가져다 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또 우리 눈에 그것이 감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이 바로 평화의 길입니다. 깨어 눈이 열려 주님을 따를 때 평화의 길입니다. 마타티아스와 예수님을 통해 오늘 우리가 받는 가르침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오늘 지금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명분과 실리를 포함하여 영원한 파스카의 삶을 살 수 있는 지혜의 길, 평화의 길은 지금 여기서부터 주님을 따름으로 시작됩니다.


어제 카톡을 통해 받은 재미있는 유머가 있어 나눕니다. 이 세상에는 세가지 귀중한 금이 있다고 합니다. ‘황금, 소금, 지금’이라 합니다. ‘지금’이 귀중한 금이라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이 말을 남편이 그 아내에게 문자로 보냈더니 바로 답이 왔다 합니다. “현금, 지금, 입금”. 이 문자를 본 남편은 급히 거리로 나가 문자를 보냈답니다. “지금, 쬐금, 입금”.


제가 주목하는 것은 ‘지금’입니다. 세상에 '지금'보다 더 귀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니 깨어 ‘지금’을 사는 자가 진정 현자요 부자입니다. 오늘 지금 열린 눈으로 깨어 파스카의 주님을 따를 때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충족시키며 평화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주님 안에서 참 평화요 명분과 실리의 일치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평화의 길로 인도하십니다.


“올바른 길을 걷는 이는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시편50,23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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