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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0.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로마5,12.15ㄱ.17-19.20ㄴ-21 루카12,35-38


                                                                행복하여라, 깨어 있는 사람들!


깨어 있는 사람들이 진정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현대인들이 많이 불행한 것은 깨어 있지 못한 탓입니다. 살아있다 하나 실상 영혼이 잠들어 있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과연 깨어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 까요? 영성생활이 궁극으로 목표하는 바도 오늘 지금 여기 깨어 사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 깨어 있을 때 참으로 살아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깨어 있지 못해 자기를 잊고, 잃고 환상 속에 영혼 없이 사는 이들도 참 많을 것입니다.


외로움, 그리움, 기다림, 인간의 원초적 정서입니다. 외로워서 사람이고, 그리워서 사람이고 기다려서 사람입니다. 누군가를 갈망하는 사람이요 이런 외로움이, 그리움이 누군가를 깨어 기다리게 합니다. 1969년 희곡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기다림’을 주제로 한 작품이 생각납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 깊이에서는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기다림이 있을 때 외로움도, 그리움도 견뎌낼 수 있고 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기다림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입니다. 희망이, 꿈이, 비전이 실현되기를 기다릴 수도 있고, 사람하는 임이 오기를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기다림이 없는 곳, 바로 거기가 지옥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깨어 살 수 있는 것도 기다림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기다림의 기쁨이 있을 때 나이에 상관없이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영원한 청춘을 살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기다림의 기쁨, 기다림의 행복입니다. 이런 기다림을 극명히 체험할 수 있는 계절이 바로 대림의 전례시기일 것입니다. 아니 대림뿐 아니라 우리는 늘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의 기쁨을 살고 있습니다. 기다림의 기쁨을, 설렘을 잘 드러내는 오늘 복음입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바로 오늘 지금 여기서 깨어 주님을 기다리며 살라는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권고말씀입니다. 매일 이런 자세로 전례기도에 참석하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우리는 찾아갈 곳, 찾아 갈 분이 있어 행복합니다. 참으로 우리는 기다릴 분이 있어 행복합니다. 바로 주님이십니다. 주님만이 우리의 영원한꿈이자 비전이여 희망입니다. 우리만 주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주님 역시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기다릴 때 주님은 오시고 우리는 주님을 만납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을 기다렸다가 주님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기다림이 없으면 만남도 없고, 만남이 없으면 기쁨도 없습니다. 이런 기다림과 만남의 기도의 리듬이 우리를 깨어 살게 하는 원천입니다. 


깨어 있음은 '텅 빈 빛의 충만'입니다. 깨어 있을 때 깨끗한 마음이 뒤따르고 깨달음의 은총도 뒤따릅니다. 아름다운 영혼, 매력적인 영혼이 깨어 있는 영혼입니다. 깨어 있음의 빛에 온갖 두려움과 불안의 어둠은 사라지고 죄악의 유혹도 침입하지 못합니다. 


하여 깨어 있음의 영성훈련이요 수행입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평생 매일 규칙적으로 바치는 미사와 시편성무일도 역시 깨어 있음의 영성훈련입니다. 깨어 있음의 습관화, 생활화를 이루어 주는 끊임없는 기도의 수행이 우리의 마음을 깨끗이 하고 자유롭게 합니다. 막연한 깨어 있음이 아니라 깨어 주님을 기다리다 주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전례의 궁극 목표도 살아있는 주님을 만나는 데 있습니다. 깨어 기다리다 주님을 만날 때 치유와 위로의 구원체험이요 정화와 성화의 내적변화입니다. 도대체 이런 주님을 기다리는 기쁨, 주님을 만나는 기쁨이 없이, 이 사막같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 낼 수 있을런지요. 매일 깨어 주님을 기다리다가 사막의 오아시스 미사시간에 주님을 만나는 우리들입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님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님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런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참 아름다운 오늘 복음의 대목입니다. 주인은 주님으로 바꿔 읽으면 더욱 실감이 납니다. 바로 이런 주님을 기다렸다 만나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그대로 미사 장면 묘사 같습니다. 루카복음 22장 27절을 연상케 합니다.


“누가 더 높으냐? 식탁에 앉은 이냐, 아니면 시중들며 섬기는 사람이냐? 식탁에 앉은 이가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에 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식탁에 우리 모두 앉게 한 다음, 섬기는 분으로 우리 곁에서 시중들며 당신 말씀과 성체의 음식으로 우리를 환대하십니다. 이런 그리스도를 닮아 '새 사람'으로 변모되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오늘 로마서에서의 바오로의 고백이 그대로 성취됩니다.


“한 사람의 의로운 행위로 모든 사람이 의롭게 되어 생명을 받습니다. 한 사람의 순종으로 많은 이가 의로운 사람이 됩니다.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 이는 죄가 죽음으로 지배한 것처럼, 은총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 주는 의로움으로 지배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한 분이신 주님으로 말미암아 우리 모두 의롭게 되어 영원한 생명을 받는 충만한 은총의 미사시간입니다. 미사시간이야 일정한 시간에 준비했다 주님을 만나지만 정작 주님이 언제 찾아 오실지는, 특히 마지막 주님이 찾아 오시는 죽음의 날은 아무도 모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의 수행이, 미사의 은총이 우리 모두 늘 주님을 기다리고 준비하며 깨어 살게 합니다. 매일미사의 은총은 하루로 확산되고 하루의 삶은 미사로 수렴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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