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0.6.15.연중 제11주간 월요일                                                      열왕기상21,1ㄴ-16 마태5,38-42

 

 

 

자비가 지혜다

-폭력과 보복의 악순환 끊기-

 

 

 

-“신부님, 지금쯤 수도원 미사중이겠네요. 피정도 고프고 그곳의 기도소리와 새소리 풀향이 그립습니다.”

“반갑습니다! 사랑하는 안나 자매님! 청초한 사랑, 메꽃들 축복인사 받으시고 늘 새롭고 행복하세요!”

“너무 예뻐요. 청초라는 표현과 정말 닮았네요. 감사합니다.”-

 

힘들지만 힘껏 기도하며 노력하며 살아가는 자매와 주고 받은 카톡 메시지입니다. 아침 산책때 마다 만나는 참으로 보잘 것 없는, 거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야생화 메꽃들이지만 참 요즘 장관입니다. 정말 하늘에 떠오른 별들같습니다. 며칠전 나눈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이란 시를 다시 나눕니다.

 

-“하늘의 별같다

땅이 하늘이 되었다

땅에 떠오른

무수한 별무리 청초한 메꽃들

하루 폈다지는 ‘하루살이’꽃

하루가 평생이다

환상적이다

공동체의 아름다움이다

주변이 환하다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살 수 있겠다”-

 

하나하나가 하늘의 별같은 사람들입니다.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고귀한 품위의 사람으로 살아야 합니다. 멀리 갈 것 없이 가까이 만나는 고귀한 이웃 형제자매들을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만이 답이요 길입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오전 오후 참 많은 분들의 면담성사를 준 날입니다. 보속 처방전 말씀은 주로 6월 예수성심성월에 맞는 다음 예수님 말씀을 드렸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요한15,12)

 

사죄경과 강복을 드린 다음, 집무실에 걸려있는 ‘십자가의 예수님’ 아래 서도록 한후 사진도 찍어 드리고 함께 찍기도 했습니다. 또 미사신청차 방문한 어느 모녀母女분의 모습이 너무 정다워 함께 사진을 찍어 드리기도 했습니다. 웃으며 찍을 때의 표정은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던지요. 사진을 보면 저절로 행복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요즘은 ‘사랑의 사진사寫眞師’가 된 느낌입니다.

 

“사랑하는 자매님, 사진처럼 웃으며 행복하게 사세요.”

 

웃으며 사랑할 때 아름답고 행복합니다. 하나하나가 꽃같이 아름다운 얼굴들입니다. 오늘 말씀도 우리의 사랑을 환기시킵니다. 무지에서 기인한 탐욕이, 악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제1독서 열왕기 상권에서 봅니다. 무죄한 나봇의 포도밭을 빼앗는 아합 임금과 이를 사주하는 그의 아내 악녀惡女 이제벨의 천인공노天人共怒할 행위가 공분公憤을 자아 냅니다. 

 

사람이 무지와 탐욕에 눈멀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봅니다. 바로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며 우리 자신을 보게 합니다. 참으로 쥐도 새도 모르는 완전범죄이지만 하느님의 눈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요즘 어디나 CCTV가 있지만 하느님은 모두를 살펴 보는 진짜 CCTV입니다. 

 

문득 노자도덕경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천망회회 소일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 ‘하늘이 친 그물은 눈이 성기지만 그래도 굉장히 넓어서 악인(惡人)에게 벌(罰)을 주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 다’는 고사성어입니다. 하느님 앞에 완전 범죄는 불가능하며 하느님의 심판은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후에 전개되는 내용에서 보겠지만 이 두 악인들에 대한 하느님의 철저한 응징이 뒤따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물음이 있습니다. 가해자들이야 심판도 받고 벌을 받는다 하지만 나봇같은 무죄한 이들의 죽음은 어떻게 보상받느냐 하는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무죄한 이들의 죽음이요 지금도 계속되는 현실아닙니까? 죽은 목숨 살려낼 수는 없으니 얼마나 안타깝고 답답한 일인지요. 

 

어제 면담성사를 줄 때 자매의 말도 생각납니다. 참으로 믿음 깊고 담대하고 침착한 분이었습니다. 한 밤중에 분노를 삭히지 못한 남편이 방에 들어와 목에 칼을 대고 “살고 싶으냐 죽고 싶으냐?” 묻길래 “살고 싶다” 말하니 칼을 내 던지고 짐 싸들고 집을 나갔다는 일화입니다. 누구나 살고 싶은 것은 자연스런 본능입니다. 그러니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말로나 행위로 살인하는 것보다 큰 죄는 없습니다. 

 

나봇같은 무죄한 이들을 하느님께서 결국 살리시겠지만 역시 여전히 우리에게는 영원한 화두요 안타까움입니다. 정말 무지와 탐욕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와 더불어 사랑의 노력이 절실함을 깨닫습니다. 구체적으로 가까이에서부터 이웃 형제들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자비가 지혜임을 깨닫게 합니다. 보복의 악순환보다 큰 재앙은 없습니다. 

 

악을 무력화시키고 보복의 악순환을 끊는 길은 적극적 자비의 실천뿐입니다. 악에 대한 무저항이 아니라 일일이 악에 맞대응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또한 유혹입니다. 발본색원 악의 뿌리를 뽑는다 하지만 이 또한 유혹이요 악과 싸우다 괴물이 되는 경우가 십중 팔구입니다. 요즘 북한의 행태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참으로 지혜롭고 침착한 대책이 절실합니다.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말씀도 있지만 답은 거룩한 자비행뿐입니다. 악은 선의 결핍이란 말도 있고 사랑에 굶주린 악이란 말도 있습니다. 참 악의 신비입니다. 이런 악에 정면대응하지 말고 적극적 자비의 실천으로 저항하라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은 그대로 예수님을 통해 자비하신 하느님의 지혜가 고스란히 반영됨을 봅니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

 

이런 이들이 성인聖人입니다. 제가 피정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성인이 되라는 것인데 바로 이것이 세상에 온 보람이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악을 무력화시키고 보복의 악순환을 끊는 길은 이런 자비행뿐임을 깨닫습니다. 얼핏보면 바보 천치天癡같으나 참으로 지혜로운 처신입니다. 대우大愚가 대자大慈의 대지大智라는 역설의 진리를 깨닫습니다. 나봇이 이런 말씀의 정신대로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아합의 요구에 따라 처분했다면 살 수 있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고지식한 원칙주의자 나봇에게는 부질없는 가정이겠습니다. 

 

좌우간 우리 믿는 이들의 공적公敵인 무지와 탐욕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또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깨달아 적극적 자비의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결코 보복의, 폭력의 악순환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늘 깨어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을 닮은 자비롭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20.06.15 08:05
    "악을 무력화시키고 보복의 악순환을 끊는 길은 적극적 자비의 실천뿐입니다. 악에 대한 무저항이 아니라 일일이 악에 맞대응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또한 유혹입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31 “하느님은 어디에서 사시는가?” -존엄한 품위의 우리 안에, 우리와 더불어- “우리가 바로 성전입니다”2024.2.6.성 바오로 미키(1564-1597)와 25위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4.02.06 130
3330 우리 영혼의 본향(本鄕)이신 예수님 -집에서 집을 그리워함- (homesick at home)2024.2.5.월요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231-250)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4.02.05 146
3329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예수님처럼” -찬미의 전사, 복음의 전사, 기도의 전사-2024.2.4.연중 제5주일 프란치스코 2024.02.04 145
3328 지도자들은 물론 사람들의 필수 덕목 -섬김과 배움, 자비와 지혜-2024.2.3.연중 제4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4.02.03 126
3327 봉헌의 여정 -한결같은 하느님 중심의 삶-2024.2.2.금요일 주님 봉헌 축일(축성 생활의 날) 프란치스코 2024.02.02 137
3326 하느님 나라의 꿈의 실현 “소유가 아닌 존재론적(存在論的), 시적(詩的)인 복음 선포의 삶“ 2024.2.1.연중 제4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4.02.01 117
3325 내 소중한 삶의 성경책 ‘렉시오 디비나’하기 -날로 썩어가는 부패인생이 아닌, 날로 익어가는 발효인생을 삽시다- “끈임없는 기도와 회개, 배움의 겸손한 삶”2024.1.31.수요일 성 요한 보스코 사제(1815-1888)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4.01.31 149
3324 하느님 중심의 믿음 -믿음의 여정, 믿음의 훈련, 믿음의 전사- “하루하루 ‘믿음으로’ 살았습니다”2024.1.30.연중 제4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4.01.30 154
3323 지상 천국의 온전한 삶 -하느님 중심의 정주(定住)와 믿음과 사랑-2024.1.29.연중 제4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4.01.29 151
3322 온전하고 건강하고 거룩한 삶을 삽시다 -“찾으라, 들어라, 섬겨라”-2024.1.28.연중 제4주일(해외 원조 주일) 프란치스코 2024.01.28 122
3321 믿음의 여정 -기도와 회개와 함께 가는 믿음-2024.1.27.연중 제3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4.01.27 121
3320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공동체 삶의 리듬 -친교의 관상, 선교의 활동-2024.1.26.금요일 성 티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4.01.26 145
3319 회심의 여정 -안으로는 회심의 제자, 밖으로는 선교의 사도 -2024.1.25.목요일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프란치스코 2024.01.25 134
3318 하느님 중심의 삶 -내 삶의 성경 ‘렉시오 디비나’하기-2024.1.24.수요일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1567-1622)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4.01.24 141
3317 하느님 중심의 한가정, 참가족, 참사람 -“하느님의 뜻을 실행합시다”-2024.1.23.연중 제3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4.01.23 128
3316 주님의 평생 전사 -주님과 함께 영적승리의 삶을 삽시다-2024.1.22.연중 제3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4.01.22 159
3315 회개(悔改)의 여정, 귀가(歸家)의 여정 -‘하느님의 나라’ 꿈과 실현- 프란치스코 2024.01.21 73
3314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제대로 미치면 성인, 잘못 미치면 폐인”2024.1.20.연중 제2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4.01.20 113
3313 더불어(Together) 성화(聖化)의 여정 “성소 역시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 과제'이다” -부름, 따름, 섬김, 배움, 닮음-2024.1.19.연중 제2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4.01.19 102
3312 우리의 모두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님 만세!” -오늘 지금 여기 지상(地上)에서 천국(天國)을 삽시다-2024.1.18.연중 제2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4.01.18 15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