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8.20.목요일 성 베르나르도 아빠스 학자(1090-1153) 기념일

에제36,23-28 마태22,1-14

 

 

 

축제祝祭의 삶

-오늘 지금 여기가 구원救援의 자리다-

 

 

 

요즘 정주서원의 깊이에 대한 깨달음이 새롭습니다. 우리 분도 수도자들의 특징적이자 으뜸서원이 정주서원입니다. 언제나 늘 거기 그 자리, 하느님 중심에 날로 깊이 뿌리 내려가는 내적 여정의 삶을 뜻합니다. 그러니 정주의 깊이는 다 다를 수 있습니다. 외관상 자유롭지 못할 것 같아도 내적으로 이탈의 자유와 행복을 누리게 하는 정주생활입니다.

 

늘 한 눈에 환히 보이는 바오로 수사님이 묻힌 곳이 정주서원의 깊이를 더합니다. 영원히 주님 안에, 수도원 안에 정주의 삶을 상징하는 수사님이 묻힌 자리입니다. 내가 영원히 정주할 곳은 여기라는 자각에 삶은 저절로 비워져 훨씬 단순해지고 홀가분해지는 느낌입니다. 요즘 산책시 자주 부르는 ‘금강에 살으리랐다’ 2절에 ‘금강’대신 ‘수도원’을 넣어 불러 보기도 합니다.

 

-“이 몸이 스러진 뒤에 혼魂이 정녕 있을진데

혼이 나마 길이길이 금강에 살으리랐다

생전生前에 더럽힌 마음 명경明鏡같이 하고져”-

 

현세는 물론 연옥 정화를 연상케 하는 깊은 내용입니다. 이미 정주의 삶을 통해 명경같이 깨끗이 정화되기 시작한 정주의 수도형제들임 깨닫습니다. 깨달아 알면 정주의 오늘 지금 여기가 구원의 자리입니다. 이런 깨달음을 노래한 ‘행복기도’입니다.

 

“주님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 나라 천국이옵니다.”

 

더불어 생각나는 아주 예전 불렀던, 요즘도 산책시 자주 부르는 ‘일터로 가자’의 노래의 참 흥겨운 3절도 생각납니다.

 

-“낙원이 어데냐고 묻지 말게나 

심으며 웃은 얼굴 어화 낙원이로구나

내가슴엔 비가 개어 하늘 푸르고

내가슴엔 언제나 봄바람 분다

어화 어화 어화디야 일터로 가자

이 나라의 주인이 너와 나로구나”-

 

어제는 마침 2년만에 고백성사차 들렸던 수녀님에게 청아淸雅한 음성의 동요 몇곡을 들은 후 감사의 메시지와 화답글입니다.

 

-“천상의 음성! 동요 감사합니다!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입니다!”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사진도 찍고 노래도 부른 날입니다. 큰 환대와 선물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강론 제목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축제의 삶입니다. 살 줄 몰라 불행이요 살 줄 알면 행복입니다. 살 줄 알면 삶은 축제가 되고 살 줄 모르면 삶은 고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해인생이 아닌 축제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 축제인생을 살라고 한 번뿐인 축제의 삶에 초대받은 인생들입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가 축제의 자리이자 구원의 자리입니다.

 

오늘 복음 역시 어제에 이어 하늘 나라의 비유입니다. “하늘 나라는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로 시작되는 혼인 잔치의 비유가 참 심오합니다. 그대로 축제인생에 초대된 우리 임을 깨닫게 합니다. 주님은 고맙게도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어수선하고 혼란스런 시대, 광야여정중의 우리를 미사잔치에 초대해 주셨습니다. 바로 이 미사은총이 고해인생을 축제인생으로 변모시켜 줍니다. 날마다 축제인생을 살게 하는 미사은총입니다.

 

그러나 복음의 초대받은 사람들은 어리석었습니다. 무지에 눈멀었습니다. 일에 눈멀었고, 돈 벌기에, 탐욕에 눈멀었고 폭력성에 눈멀었습니다. 예외없이 축제의 삶에 초대받은 사람들인데 참으로 많은 이들이 무지에 눈멀어 축제인생을 누리지 못합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축제인생 하늘 나라를 못살면 죽어서도 못삽니다. 초대의 부르심에 대한 반응은 바로 다음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떤 이들은 밭으로 가고, 어떤 자는 장사하러 갔다. 나머지 사람들은 종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였다.”

 

무지에 눈이 멀으니 삶의 우선 순위를 잊었습니다. 우선 주님의 천상 축제의 잔치에 참석함이 우선인데 말입니다. 그러나 초대에 응답했다 하여 저절로 구원이 아닙니다. 초대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주님의 초대에 응답해 세례받았다 하여 구원이 아닙니다. 평생 항구하고 충실한 사랑 계명의 실천의 수행이 뒤따라야 합니다. 바로 복음에서 혼인 예복이 상징하는 바 이런 충실한 수행의 응답입니다.

 

“친구여, 그대는 혼인 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

 

바로 천상의 미사잔치에 참여한 우리들을 돌아보게 합니다. 과연 미사잔치에 합당한 마음의 예복을, 즉 믿음, 희망, 사랑이란 신망애信望愛의 예복禮服을, 참되고 선하고 아름다운 진선미眞善美의 예복禮服을 입었는지 살펴 보게 합니다. 그러나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참으로 회개한 깨끗한 영혼들에겐 즉시 에제키엘 예언서의 축복이 실현됩니다. 그대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고 너희 안에 새 영을 넣어 주겠다. 너희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 주겠다. 나는 또 너희 안에 내 영을 넣어 주어, 너희가 나의 규정들을 따르고 나의 법규를 지키게 하겠다.”

 

세상에 이보다 더 크고 귀한 은총의 선물은 없습니다. 주님의 초대에 회개로 응답한, 바로 이 미사잔치에 참석한 우리에게 선사되는 놀라운 성령의 축복, 정화淨化와 성화聖化의 축복입니다. 

 

오늘은 12세기 영성으로 전 유럽을 석권했던 마지막 교부라 칭하는 그 유명한 시토회의 창립자 클레르보 수도원의 베르나르도 아빠스 학자 기념일입니다. 시토회, 트라피스트 수도자들이 최고로 존경하여 받드는 사부입니다. 참으로 다방면에 천재였던 불가사의의 인물입니다. 클뤼니 베네딕도회에서 시토회로 판도를 바꾼 성인입니다. 관상생활을 지향했지만 고행생활로 병약한 몸에도 불구하고 2/3는 교회 문제의 해결사解決士로 유럽을 여행했습니다. 유럽 전체가 사목활동의 현장이었습니다. 

 

교황은 물론 왕들등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그 바쁜 와중에도 그렇게 많은 주옥같은 설교와 서간, 성서 주석 등 무수한 영성에 관한 글을 쓸 수 있었는지 정말 불가사의입니다. 연옥같은 세상에서 참 치열히 하늘 나라 천국을 살았던 대 영성 수도승이었습니다. 

 

성인은 22살에 31명 친지들과 수도원에 들어갔고 얼마후 아빠스가 되었고 만63세 선종할 때까지 참 치열히 살았습니다. 성인이 선종할 당시 전 유럽에는 성인에게서 시작한 500여개의 수도원이 번창하고 있었다 합니다. 12세기 당대는 물론 오늘날도 수도승 영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대 영성가 성 베르나르도 아빠스입니다. 혹자는 20세기 토마스 머튼을 성 베르나르드 이후 최고의 수도영성대가로 꼽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지상에서 천국을 살라고 하느님께서 교회의 주신 참 좋은 선물, 영원한 회개의 표징, 희망의 표징, 구원의 표징이 된 성인입니다. 

 

오늘 입당송 “주님은 복된 베르나르도를 지식의 영으로 가득 채우시어, 하느님 백성에게 풍성한 가르침을 전하게 하셨네” 란 말마디와 기도문중, “하느님의 집을 향한 열정으로 타올라, 교회에 빛을 비추게 하셨으니”, “말과 행동으로 교회의 화목을 위하여 헌신한” 이란 말마디들이 성인의 면모를 잘 보여줍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해가 아닌 축제의 삶을,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늘 나라 천국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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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8.20 08:05
    "살 줄 몰라 불행이요 살 줄 알면 행복입니다. 살 줄 알면 삶은 축제가 되고 살 줄 모르면 삶은 고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해인생이 아닌 축제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 축제인생을 살라고 한 번뿐인 축제의 삶에 초대받은 인생들입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가 축제의 자리이자 구원의 자리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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