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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4.2.사순 제4주간 토요일                                                             예레11,18-20 요한7,40-53

 

 

 

하느님 중심의 삶과 기도

-경청과 분별의 지혜-

 

 

 

참으로 오랜만에 밝고 유쾌한 뉴스를 봤습니다. 큰 깨달음이요 가르침이었습니다. 지난 3월 30일 불교 조계종 15대 종정으로 추대된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성파 대종사 법회 소식입니다. 추대 법회의 참석에 앞서 성파 종정과 문대통령이 나눈 차담도 좋았습니다. 문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자주 성파 큰 스님을 찾으며 가르침을 받았다 합니다.

 

“이제 퇴임하게 되면 통도사 옆으로 가게 되어 가까운 이웃이 되는데 자주 찾아 뵙고 가르침을 청하겠습니다.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

 

문대통령의 말에 성파 종정의 충고도 좋은 깨우침이었습니다. 

 

“행백리자반구십리(行百里子半九十里)란 말이 있습니다. 백리 길을 가는 사람은 구십리를 반으로 여기기에 남은 십리가 중요합니다.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하기 바랍니다.”

 

초발심의 자세를 역설한 말씀인데 사전 원고 대신 농담을 섞어가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미소띤 인자한 모습의 83세 노구老軀 종정의 즉석법문도 참 힘찼고 자유롭고 멋졌고 큰 깨우침이었습니다. 

 

“특별한 법문을 많이 준비했는데 통도사 멀리에서 오다 보니 오는 동안에 싹 다 잊어버렸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말로 법어를 하고자 한다.” 

서두를 시작한 후, 

“봄이 오니 많은 꽃이 핀다. 여러분도 따스한, 화합하는 마음을 부려서 얼굴에 웃음꽃이 필 수 있도록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불자의 임무와 책임이다. 우리 나이가 70, 80이 되면 인생길 많이 걸어왔다, 경험많다, 아는 거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초발심으로 돌아가 이때 까지 있었던 것 싹 지워버리고 새로 출발하자.”

 

실제 육성의 법문을 들으면 훨씬 재미있습니다. 무엇보다 종정이 강조한 것이 초발심의 자세였습니다. 종파를 초월해 참으로 영적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공통적 특징이 늘 새롭게 시작하는 초발심의 자세요 지혜입니다. 매사 “처음처럼!” 파스카의 영성이기도 합니다. 불교에서 강조하는 바 역시 우리처럼 자비와 지혜입니다. 사랑이 바로 지혜요 무지의 병에 대한 근본 처방이기도 합니다.

 

참으로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 때 무지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을 닮아 자비와 지혜의 삶일 것입니다. 이런 자비와 지혜의 결정적 모범이 바로 예수님입니다. 무지의 악, 무지의 병입니다. 오늘 말씀의 주인공인 제1독서의 예레미야 예언자와 복음의 예수님도 사면초가, 무지의 악에 포위되어 위기를 겪습니다. 예레미야의 첫 번째 고백의 기도입니다.

 

“당신께서 저에게 그들의 악행을 보여 주셨습니다. 저는 그들이 저를 없애려는 음모를 꾸미는 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정의롭게 판단하시고, 마음과 속을 떠 보시는 만군의 주님, 당신께 송사를 맡겨 드렸으니, 당신께서 저들에게 복수하시는 것을 보게 해 주소서.”

 

온전히 하느님께 자신을 맡긴 하느님 중심의 삶과 기도가 예레미야의 활로活路였음을 봅니다. 무지의 악에 대한 유일한 처방은 하느님의 중심의 삶뿐임을 깨닫습니다. 끊임없는 기도로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 때 하느님은 분별의 지혜를 선물하십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의 바리사이들은 참으로 무지했습니다. 전혀 편견에 눈이 멀고 귀가 먹어 삶의 진상을 보지도 듣지도 못합니다. 얼마나 두터운 무지의 벽, 편견인지 답이 없어 보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드러나지 않고 예수님에 대한 갖가지 반응들만 소개됩니다. 

 

복음의 예수님 역시 제1독서의 예레미야처럼 고립무원, 사면초가의 곤경 중의 처지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바리사이들의 편견과 선입견의 무지가 얼마나 치명적 병이요 악인지 깨닫게 됩니다. 이래서 초발심의 자세가, 늘 새로운 마음 자세로 듣는 겸손과 경청의 자세가 본질적임을 깨닫게 됩니다.

 

“저분은 참으로 그 예언자시다. 저분은 메시아다.”

라는 말을 깊이 경청했다면 예수님을 참으로 아는 분별의 지혜를 발휘했을지 모르나, 무지한 바리사이들은 잘못된 정보를 인용하여 단호히 거부합니다.

 

“그분처럼 말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습니다.”

바리사이들은 이어 성전 경비병들의 체험적 고백도 경청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희도 속은 것이 아니냐? 최고 의회 의원들이나 바리사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그를 믿더냐? 율법을 모르는 저 군중은 저주받은 이들이다.” 라며 이들을 무시하며 이들의 무지를 매도하는 참으로 엘리트 의식에 젖어있는 교만한 바리사이들입니다.

 

마지막으로 바리사이중 하나인 니코데모의 지극히 합리적인 처방도 거부합니다.

“당신도 갈릴래아 출신이라는 말이오? 성경을 연구해 보시오. 갈릴래아에서는 예언자가 나지 않소.”

참으로 바리사이들에게 결정적으로 결여된 것이 경청과 분별의 지혜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 무지의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한결같이 무지의 편견에 눈먼 바리사이들의 반응들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이 아니라 철저히 자기 중심의 닫힌 삶입니다. 이들에게 참으로 적절한 요즘 사순시기 새벽성무일도시 초대송 후렴입니다.

 

“주님의 목소리를 오늘 듣게 되거든 너희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말라.”

 

정말 바리사이들이 열린 마음, 겸허한 마음으로 이들의 말을 경청했더라면, 분별의 지혜가 있었더라면 예수님의 진면목을 깨달았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이런 바리사이의 무지의 편견은 우리의 보편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선입견과 편견으로 인한 오해와 착각은 얼마나 비일비재한지요.

 

참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하느님 중심의 삶과 경청의 자세, 그리고 기도를 통한 분별의 지혜일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하느님 중심의 삶을 강화해 주시며 분별의 지혜도 선물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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