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1.목요일 12월21일                                                                      아가2,8-14 루카1,39-45

 

 

주님은 우리의 영원한 연인(戀人)이시다

-주님과 사랑의 여정-

 

 

“오 샛별이여, 

찬란한 광채이시오, 정의의 태양이시오, 

오시어 죽음의 땅과 어둠속에 앉아있는 우리를 비추소서.”

 

대림2부 다섯째 날, 12월21일 ‘O후렴’도 마음 설레게 합니다. 당신의 애인인 우리가 보고 싶어 우리를 찾아오시는 우리의 영원한 연인이신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시기이자 이런 주님이 속히 오십사 애절한 마음으로 바치는 기도입니다. 이처럼 당신의 연인인 우리를 일편단심 한결같이 사랑하시는 주님이십니다. 

 

바로 이런 주님과 사랑의 여정중인 우리들입니다. 과연 날로 주님과 깊어지는 사랑의 관계, 사랑의 여정인지요? 요즘 간간히 내리는 흰눈을 보며 오래전 써놓은 글도 생각납니다. 불현듯 내리는 흰눈이 우리에게 전해지는 주님의 연서(戀書)같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쓴 시입니다.

 

“계속 쏟아지는

 흰 눈발들

 임 보내시는

 천상 편지 

 

 하얀 그리움

 가득 담겨 있는

 임의 편지

 잔잔히 물결치는 마음

 

 글씨 보이지 않아도

 다 알아 보겠네”-2001.1.28.

 

더불어 떠오른 ‘환한 사랑 둥근 달 하나 낳았구나’라는 시입니다. 

 

“푸르른 밤하늘

 휘영청

 밝은 달 하나

 온 누리 환히 밝힌다

 

 푸르른 고독이

 푸르른 사랑이

 휘영청

 환한 사랑 둥근 달 하나 

 낳았구나!

 

 오, 

 푸르른 고독이! 

 푸르는 사랑이!”-2001.2.11

 

22년전 2001년도 유난히도 참 많은 시를 썼던 해입니다. 주님의 푸르른 하늘 사랑에서 태어난 ‘환한 사랑 둥근 달 하나’ 같은 존재가 주님의 영원한 연인인 우리들입니다. 오늘 제1독서 아가서의 배치도 이채롭고 적절합니다. 교회전통에서 한결같이 신비가들의 사랑을 받았던, “노래중의 노래(the Song of Songs)”, 최고의 노래가 아가(雅歌)입니다.

 

“그대, 내 사랑, 아름다워라. 아름다워라, 비둘기 같은 눈동자”(아가1,5)

 

연인들끼리 사랑을 노래한 아가서이지만 동시에 교회의 신비가들은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신부인 교회에 대한 신랑이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또 우리 영혼에 대한 주님 사랑의 고백으로 읽었습니다. 이처럼 주님은 당신의 연인인 우리 영혼을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 아가서의 감미로운 고백을 들어 보세요.

 

“내 연인의 소리! 보셔요. 그이가 오잖아요. 산을 뛰어오르고, 언덕을 뛰어 넘어 오잖아요. 나의 연인은 노루나 젊은 사슴같답니다... 내 연인은 나에게 속삭이며 말했지요. 

‘나의 애인이여, 일어나오.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리 와 주오. 자 이제 겨울은 지나고 땅에는 꽃이 모습을 드러내고 노래하는 계절이 다가 왔다오.’...‘나의 애인이여, 일어나오.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리 와 주오.’”

 

벌써 대림시기를 지나 꽃피는 부활시기가 온 느낌도 드는 오늘의 아가입니다. 그대로 연인이신 주님의 사랑의 방문에 황홀해 하는 우리 영혼을 상징합니다. 다음 아가서(아가, 안소근 번역, 가톨릭 출판가, 2014, 11-12쪽) 설명에 공감합니다.

 

“아가는 성경 전체를 위한 열쇠다. 랍비 아키바의 말이 옳았다. 실상 구약성경은 여성 앞에서 외치는 남성의 기쁨에 넘친 탄성에서 시작되고(창세2,23), 신약성경은 신랑이신 하느님에 대한 신부의 사랑의 외침으로 끝난다(묵시22,17). 그리고 구약성경과 신약성경 한 가운데에는 아가가, 사랑의 책이, 성경의 심장이 있다.”

 

얼마나 멋지고 사랑스러운 아가인지요! 아가가 없었다면 성경은 얼마나 쓸쓸하고 허전했을까요. 말그대로 성경의 심장같은 아가입니다. 우리의 영원한 연인이신 주님은 우리가 그리워, 보고 싶어 찾아오십니다. 대림시기는 물론 날마다의 미사전례를 통해 한결같이 끊임없이 찾아 오십니다. 오늘 복음도 이런 관점에서 보며 이해가 확연해 집니다. 

 

당신의 연인을 찾아 오듯 엘리사벳을 찾아 오신 주님의 어머니 마리아요, 마리아의 방문에 기뻐 환호하는 엘리사벳과 태중의 아기 세례자 요한입니다. 성령에 가득차 환호하는 엘리사벳의 고백은 늘 들어도 새로운 감동입니다. 이런 엘리사벳 같은 활짝 열린 마음으로 이 거룩한 대림시기 미사중 오시는 주님을 환대해야 하겠습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말한마디 천량빚 갚는다 했습니다. 도반간의 덕담은 이러해야 하니 그대로 성령의 은총입니다. 두분간의 주님을 중심으로 한 더불어의 영적우정이 참 깊고 순수하고 아름다워 감동적입니다. 엘리사벳의 진심 가득한 지지와 격려와 환대가 마리아에게는 큰 위로와 치유의 구원이 됐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반갑고 놀라운 것은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간의 우정의 여정이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마리아 태중이 주님 앞에 즐거워 뛰노는 엘리사벳 태중의 세례자 요한은 흡사 마리아 감실 안의 주님앞에서 춤추는 모습이요, 이는 주님의 궤 앞에서 덩실덩실 춤췄던 다윗(2사무6,5)을 연상케 합니다. 우리의 영원한 연인이신 주님께 대해 혼신의 힘을 다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사랑의 표현인 시이자 기도이자 노래인 시편은 춤까지 이르러야 비로서 사랑의 완성이란 생각도 듭니다. 예전 써놨던 글도 생각납니다.

 

-“그리움 

 색깔로 표현하면   

 그림(畵)이 되고

 

 그리움 

 글자로 써내면 

 시가(詩)가 되고

 

 그리움 

 소리로 부르면 

 기도(祈禱)가

 노래(歌)가 되고

 

 그리움 

 몸으로 풀으면 

 춤(舞)이 됩니다.”-1998.5.5

 

그리움을 긴 글로 써내니 강론(講論)이 되네요. 그러니 우리의 모든 수행은 주님 향한 그리움의 표현이자 사랑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랑의 표현인 한곁같은 수행이 우리의 영원한 연인이신 주님과의 우정을 날로 깊게 합니다.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의 영원한 연인이신 주님과 사랑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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