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6.26. 연중 제12주간 월요일                                                                                  창세12,1-9 마태7,1-5



영원한 도반道伴, 영원한 청년靑年

-주님과 아브라함-



말씀 묵상 중 떠오른 아주 예전에 써놓은 자작애송시 ‘오솔길’입니다.


-너/밖에든 안에든/오솔길 있는가

 아무도 모르는/임과 나만이 아는 오솔길

 임이 그리워/목마를 때 찾는 오솔길/임과 함께 걷는 오솔길

 늘 걸어도/늘 그립고 아늑한 오솔길/너 있는가-1998.7.28.


날마다 수도원 하늘길, 오솔길 영원한 도반이신 주님과 함께 걷는 것도 저에겐 큰 기쁨중의 하나입니다. 창세기의 의인 노아도, 에녹도 평생 주님과 함께 살았습니다. ‘하느님과 함께 살았다’는 히브리어 직역은 ‘하느님과 함께 걸었다

(walked with God)’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은 노아, 에녹, 그리고 아브라함의 영원한 도반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영원한 도반 하느님이십니다. 아브라함은 믿는 이들의 모델입니다. 하느님과 얼마나 친밀한 소통 관계에 있는 아브라함인지 깨닫게 됩니다. 오늘 독서는 ‘아브람’이라 하지만 그냥 ‘아브라함’이라 부르려 합니다.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주님과 함께 하란을 떠날 때 그의 나이는 무려 일흔 다섯이었다 합니다.


저와 비교하니 무려 여섯 살이나 많습니다. 순간 영원한 청년 아브라함이란 생각이 들었고, ‘영원한 도반, 영원한 청년-주님과 아브라함-’을 강론 제목으로 택했습니다. 아브라함의 인생 나이를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로 압축하면 오후 5시쯤의 나이요, 인생사계人生四季로 압축하면 늦가을 나이인데, 그의 정신적 젊음의 나이는 오전 9시쯤 되는 것 같고, 계절로 하면 봄같습니다.


하느님을 영원한 도반으로 삼아 함께 할 때 생리적 연령과는 무관한 영원한 청년입니다. 새삼 젊음은 나이에 있는게 아니라 주님과 함께 하는 마음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너에게 축복하는 이들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를 내리겠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창세12,2-3).


바로 하느님의 이 약속 말씀이 영원한 청년의 비결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복덩어리 아브라함입니다. 얼마나 하느님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는 복된 존재 아브라함인지 깨닫게 됩니다. 하루하루 하느님과 함께 하면서 이웃에게 복된 존재로 살아가는 아브라함은 우리 믿는 이들의 영원한 롤모델입니다.


아브라함의 여정은 끊임없는 떠남의 여정이었고 새로운 땅에 머물 때는 꼭 주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고,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불렀습니다. 바로 매일 미사의 제단을 쌓고 하루하루 내적 떠남의 여정을 살아가는 우리와 닮았습니다. 산티아고 순례시 매일 새벽 5시 미사를 드리고 간단한 아침식사후 떠날 때의 추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런 하느님 중심의 진실한 삶일 때. 삶의 중심과 질서는 저절로 바로잡아 지기 마련입니다. 이웃을 판단하기 보다는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성찰하는데 관심의 초점이 바뀝니다. 그러니 오늘 복음의 답은 제1독서 창세기의 아브라함이 주고 있습니다.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도 심판받고,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마태7,1-2).


상대방을 모르고 자기를 몰라서 심판이요 판단이지 상대방을 알면 알수록 또 자기를 알면 알수록 심판도 판단도 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모습에서 자기를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아브라함처럼 하느님 앞에 진실한 사람은 자신을 너무 잘 알기에 남을 판단하지도 심판하지도 않습니다. 


심판과 판단은 자기 몫이 아니라 하느님 몫임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판단하지 않고 사랑에서 나온 분별의 지혜로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 것입니다.


하느님도 모르고 자신도 모르는 무지한 위선자들이 남을 판단하지 아브라함처럼 하느님을 알고 자신을 아는 진실하고 겸손한 사람은 절대로 남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느님의 복을, 위로와 치유, 기쁨과 평화를 나눠줍니다. 우리 역시 영원한 도반이신 주님과의 우정이 날로 깊어지면서 아브라함처럼 진실하고 겸손한 복된 존재, 영원한 청년으로 살 수 있습니다.


우리의 영원한 도반이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에게 복을 내려 주시어 당신과의 우정을 날로 깊게 하시며, 이웃과 당신의 복을 나누며 살게 하십니다.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머무르신다.”(시편33,1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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