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5.12.부활 제6주간 수요일                                             사도17,15.22-18,1 요한16,12-15

 

 

 

‘여강여산如江如山', 무공해의 삶

-무지에 대한 답은 성령과 회개뿐이다-

 

 

 

“그림자처럼 인생은 지나가고, 부질없이 소란만 피우는 것, 모으고 쌓아도, 그 차지할 자 누구인지 모르나이다.”

“나는 주님의 집에서 푸르른 올리브같이, 언제 까지나 주님의 자비에 의탁하리라.”

“생명과 죽음을 주시는 분도 주님이시며, 명부에 내려 보내고 올라오게 하시는 분도 주님이시로다.”

“빈궁과 부요를 주시는 분도 주님이시며, 주님은 낮추시고 또 높이 올리시는도다.”

“의인에게는 빛이 솟아 오르고, 마음 바른 이에게는 기쁨이 샘솟나이다.”

 

새벽 성무일도시 마음에 와닿은 주옥같은 생명의 시편들입니다. 어제 언뜻 스치듯 본 ‘영성생활 제61호’ 잡지의 산을 배경한 강과 함께 ‘여강여산如江如山’이란 글자가 있었던 수묵화水墨畵 그림이 생각납니다. 더불어 떠오른 ‘강과 산’이라는 짧은 자작 좌우명 애송시입니다.

 

-“안으로는 강

천년만년 임향해 흐르는 강

밖으로는 산

천년만년 임기다리는 산”-1998.1.27

 

또 하나의 강과 산이란 자작 시도 나누고 싶습니다.

 

"강은

흐르고 흘러도

여전히

산곁에 있다

 

나는

흐르고 흘러도

여전히

임곁에 있다."-1999.7.28

 

 

늘 임곁에 흐르는 강같은 영원한 현재의 삶 또한 참 좋습니다. 강과 산뿐이라면 무지와 허무의 무의미한 삶이겠지만 궁극의 희망이신 주님이 계시기에 강과 산도 비로소 존재 의미를 지닙니다. 강이 상징하는 바 시간이라면 산이 상징하는 바 공간입니다. 산과 강,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 살고 있는 성령의 사람입니다. 여강여산如江如山, 성령에 따른 삶을 상징합니다. 무지의 대한 궁극의 답도 진리의 성령뿐입니다. 시간과 공간에 관한 깨우침을 주는 글입니다.

 

“삶의 근원적 토대는 공간보다 시간이다. 우리가 매달리는 공간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에서만 가능하다. 공간과 달리 우리가 마음대로 장악할 수 없는 시간은 낯설다. 우리는 시간의 낯섦을 피해 공간의 익숙함으로 도피한다. 공간에서 익숙한 생산과 소비의 쳇바퀴를 분주히 돌린다. 

우리는 삶의 근원적 토대인 시간에 다가가 대면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삶이 불안해질수록 공간으로 파고든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안식은 우리에게 공간의 분주함을 ‘멈추고’ 시간 속으로 들어와 머물라 한다. 시간 속에, 주님 안에 머물 때, 우리의 관심은 소유가 아닌 존재 자체로 향한다. 공간은 소유의 영역이고 시간은 존재의 영역이다. 안식으로 우리는 소유의 삶에서 존재의 삶으로 옮아간다.”(녹색평론178호;115쪽)

 

안으로는 임향해 끊임없이 흐르는 강처럼 살고 밖으로는 끊임없이 임기다리는 정주의 산으로 살아야 비로소 존재의 삶, 성령에 따른 삶입니다. 공간에 포획되어 소유의 삶을 살 때 날로 무거워지는 소유의 짐에 자기를 잃어 버릴 수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소유에 소유, 중독되어 자유를 잃고 소유의 노예로 살아가는 지요. 무지의 탐욕으로 공간의 소유에 집착하여 안주의 삶을 살다보면 부패로 무너지기 십중팔구입니다. 시간과 공간, 존재와 소유의 경계선에서 경계인으로, 성령에 따라 살아 갈 때 비로소 자유인입니다. 바로 복음 말씀 그대로입니다.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그분께서는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으시고 들으시는 것만 이야기하시며, 또 앞으로 올 일들을 너희에게 알려주실 것이다. 그분께서 나를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나에게서 받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모두 나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령께서 나에게 받아 너희에게 주실 것이라고 내가 말하였다.”

 

당시 제자들과의 약속은 이미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예수님 덕분에 실현되어 우리는 진리의 성령에 따라 성령 충만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진리의 성령에 따라 살 때 무지와 허무에서 벗어나 겸손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소유의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 시간과 공간, 존재와 소유의 경계에서 자유로운 경계인으로 살 수 있습니다. 진리의 성령의 은총으로 깨달음의 여정, 개안의 여정에 항구할 수 있습니다. 

 

이의 전형적 모범이 바로 제1독서 사도행전의 성령의 사도, 대자유인 바오로 사도입니다. 밖으로는 산같은, 안으로는 강같은 바오로 사도의 제2차 전도여정중 고대 문명의 중심지 아테네에에서 있었던 일화를 보여줍니다. 공간의 화려하고 웅장한 우상들 속에 하느님을 잊고 사는 무지의 아테네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바오로 사도입니다.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신 하느님은 하늘과 땅의 주님으로서, 사람의 손으로 지은 신전에는 살지 않으십니다. 또 무엇이 부족하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들의 섬김을 받지도 않으십니다. 하느님은 오히려 모든 이에게 생명과 숨과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사실 그분께서는 우리 각자에게서 멀리 떨어져 계시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이므로, 인간의 예술과 상상으로 빚어 만든 금상이나 은상이나 석상을 신과 같다고 여겨서는 안됩니다.”

 

그대로 오늘 우리에게 새로운 깨달음으로 와닿는 바오로의 아테네 시민을 대상으로한 명강론입니다. 참으로 주님 안에서 무엇에도 매이지 않고 성령에 따라 강처럼, 산처럼 자유롭게 살라는 가르침입니다. 강론의 결론은 파스카의 주님입니다.

 

“무지의 시대에는 그냥 보아 넘겨 주셨지만 이제는 어디에 있든 모두 회개해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명령하십니다.”

 

바로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예수님을 삶의 중심에 받아들여 성령의 삶, 회개의 삶을 살라는 촉구입니다. 무지에 대한 답은 성령에 따른 회개의 삶뿐임을 깨닫습니다. 성령에 따른 끊임없는 회개의 삶이 시간과 공간을 정화하고 존재와 소유의 경계에서 경계인으로, 자유인으로 살게 합니다. 안으로는 끊임없이 하느님을 향해 흐르는 강으로, 밖으로는 끊임없이 하느님을 기다리는 산으로 살게 합니다. 

 

이래야 무지의 어둠에서 허무의 늪에서 벗어납니다. 화려하고 장엄한 우상의 조형물에 현혹되지 않고 하느님 만드신 자연 그대로의 현실에 만족합니다. 기후재난, 코로나도 하느님을 잊고 끝없는 탐욕으로 공간의 소유와 즐거움에 집착하고 탐닉耽溺하여 하나뿐인 공동의 집인 지구를 함부로 다룬 자업자득, 무지의 결과입니다.

 

배는 밥으로 채울 수 있어도 무한한 가슴은 하느님 사랑만으로, 진리의 성령만으로 채울수 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진리의 성령 따라 끊임없는 회개와 더불어 여강여산如江如山, 무공해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21.05.12 07:35
    "사랑하는 주님, 저희가
    지금 겪고 있는 현실을
    이기고 세상 모든 진리는
    주님뿐임을 기억하여
    실천하게 하소서.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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