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2.7.4.연중 제14주간 월요일                                       호세2,16.17ㄷ-18.21-22 마태9,18-26

 

 

거룩한 꽃자리

-부패腐敗인생이 아닌 발효醱酵인생을 삽시다-

 

 

어제 저녁식사에서 노인들에 관한 대화중 한 형제의 7월은 노인성월老人聖月이었으면 좋겠다는 기발한 제안에 공감했습니다. 사실 7-8월은 영적 방학처럼 성월이란 명칭이 없는데 7월 노인성월이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황님도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부모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7.26)이 속해 있는 7월의 기도지향을 ‘노인들을 위하여(For the elderly)’로 택했습니다.

 

이렇게 노인들이 많기로는 인류역사상 초유일 것입니다. 기도지향중 네 주요내용입니다. ‘1.부드러움의 교사들, 2.백성들의 지혜, 3.노년의 고독, 4.노인들에게 가까이 있는 교회’ 등 적절한 내용이었습니다. 참으로 이상적인 노년의 삶이라면 거룩한 고독의 꽃자리에서 날로 주님과 가까이, 부드럽고 지혜로운 교사로 사는 것이겠습니다. 

 

말그대로 치열한 분투奮鬪의 노력努力을 다했을 때 주님 은총과 더불어 악취惡臭나는 부패腐敗인생이 아닌 향기香氣로운 발효醱酵인생이겠습니다. 마침 며칠전 왜관수도원에서 온 ‘수도서원 50주년 금경축’을 맞이한 세분 수도형제들의 상본을 보면서도 “참 아름답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모두가 70대 후반의 미소띤 후덕한 얼굴들이었습니다. 서품상본 사진 아래 경력들은 그대로 순명의 발자취처럼 보였습니다. 평생 순명의 삶, 발효인생을 산 아름다운 수도형제들이었습니다.

 

마침 어제 도반사제로부터 노모와 함께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과 더불어 기도를 청하는 메시지도 받았습니다. 평생 두 아들을 홀로 키워낸 어머니인데 끝까지 모시다가 결국은 치매 요양원에 입원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신부님, 저희 모친께서 월요일 치매 요양원에 입원하십니다. 신부님의 기도중에 기억해 주시길 청합니다.”

 

장수長壽시대, 누구나의 미래가 노년시기와 죽음입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치매입니다. 기도와 더불어 거룩한 꽃자리에서 발효인생을 살도록 하루하루 날마다 분투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구상 시인의 “꽃자리”란 시가 생각납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주님과 만남의 자리가 바로 치유와 구원의 꽃자리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전례에 참석하고 있는 이 성전자리가 거룩한 꽃자리입니다. 한두번 주님과의 만남이 아니라 살아있는 그날까지 날마다 주님과 만날 때 내 삶의 자리는 거룩한 꽃자리가 됩니다. 바로 오늘 말씀의 주제와도 일치합니다. 

 

제1독서 호세아서의 하느님 ‘남편’과 하느님 백성 ‘아내’가 만나는 광야의 자리가 상징하는 바 주님과 우리가 만나는 오늘 지금 여기의 거룩한 꽃자리입니다.

 

“나는 너를 영원히 아내로 삼으리라. 정의와 공정으로써, 신의와 자비로써, 너를 아내로 삼으리라. 또 진실로써 너를 아내로 삼으리니, 그러면 네가 나를 알게 되리라.”

 

주님을 만나 주님을 알아 닮아갈수록 정의와 공정, 신의와 자비, 진실의 사람이 되어 저절로 치유와 구원이요, 거룩한 꽃자리의 발효인생이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바로 우리의 거룩한 꽃자리는 그리스도 예수님입니다. 복음 환호송 말씀이 그대로 진리입니다.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은 죽음을 없애시고, 복음으로 생명을 환히 보여 주셨네.”

 

오늘 복음이 그대로 입증합니다. 구원의 꽃자리인 주님을 찾아 만나 간절한 믿음의 기도를 바치는 회당장입니다.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아이에게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일어나시어 제자들과 함께 회당장의 집을 찾아 소녀의 손을 잡으시니 소녀는 살아 일어납니다. 거룩한 꽃자리 주님을 만나 살아 난 회당장 딸입니다. 복음 중반부 회당장의 딸을 살리기전 등장하는 열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는 여자의 치유의 구원 사건도 감동적입니다. 주님의 옷자락 술에 손을 댄 간절한 믿음의 여자에 대한 주님의 구원선언입니다. 

 

“딸아, 용기를 내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그대로 거룩한 꽃자리 미사전례에 참석한 우리 모두에 대한 치유의 구원 선언 같습니다. 마침내 거룩한 꽃자리 주님을 만나 치유의 구원을 받은 혈루증을 앓던 여자입니다. 회당장과 그 딸, 그리고 혈루병을 치유받은 여자는 평생 주님과 만남의 구원의 추억을 생생히 간직하고 늘 거룩한 꽃자리를 살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새삼 주님과 만나는 거룩한 꽃자리가 되기 위해, 치유와 구원의 꽃자리가 되기 위해 우리의 간절하고 한결같은 기도와 믿음이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어제 처음으로 수도원 정원 뜨락에 핀 백합꽃을 발견했습니다. 1년 꼬박 기다렸다가 거기 그 자리 꽃자리에서 피어난 ‘순결과 변함없는 사랑’의 꽃말을 지닌 백합꽃입니다. 그대로 우리 정주의 그 자리가 바로 거룩한 꽃자리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기다린 날 수에 비해 폈다지는 날수는 턱없이 짧을 것입니다. 참으로 짧게 폈다지는 꽃같은 파스카 선물 인생임을 깨닫습니다.

 

“자랑하지 않는다

 뽐내지 않는다

 때되면

 고요히 폈다 질 뿐이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보아주든 말든

 그분 안에서 폈다 지는 꽃이다”

 

정주의 거룩한 꽃자리에서 꽃처럼 살라는 가르침을 주는, 늘 거기 그 자리에서 때되면 폈다지는 다양한 꽃들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발효인생을 살게 하시며, 정주의 거룩한 꽃자리에서 ‘파스카의 꽃’으로 치유와 구원의 아름다운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63 세례성사 은총의 축복 -하느님의 자녀답게, 아름답고 품위있게 삽시다-2020.1.12.주일 주님 세례 축일 프란치스코 2020.01.12 201
2262 주님의 빛의 자녀 -주님의 신망애信望愛의 사람-2019.12.13.금요일 우리 연합회의 수호자 성녀 오딜리아 동정(660-720)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9.12.13 201
2261 깨어 있음 훈련 -예수님 안에서, 예수님과 함께, 예수님을 통해서-2019.10.22.연중 제29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10.22 201
2260 축제 인생 -순종, 공동체, 품위-2019.1.20.연중 제2주일 1 프란치스코 2019.01.20 201
2259 순종의 여정 -참 아름다운 삶-2018.4.9. 월요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8.04.09 201
2258 하느님 주신 참 좋은 사랑의 선물 셋 -예수님, 성체성사, 발씻어주심-2018.3.29. 주님 만찬 성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3.29 201
2257 탐욕貪慾에 대한 처방은 믿음뿐이다-.2015.10.19. 연중 제29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5.10.19 201
2256 신神의 한 수手 -명국名局 인생-2015.9.26. 연중 제25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5.09.26 201
2255 불광불급(不狂不及) -“제대로 미치면 성인(聖人), 잘못 미치면 폐인(廢人)”-2023.1.21.토요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291-304)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1.21 200
2254 순례 여정 -꿈의 순례자들-2023.1.8.주일 주님 공현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3.01.08 200
2253 빛 속의 정주(定住) 생활 -사랑의 계명 준수-2022.12.29.목요일 성탄 팔일 축제 제5일 프란치스코 2022.12.29 200
2252 하느님 중심의 삶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의 삶-2022.10.17.월요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110)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10.17 200
2251 너 자신을 알라 -자기인식自己認識의 지혜와 겸손, 사랑-2022.6.20.연중 제12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2.06.20 200
2250 공동체 성서聖書의 렉시오 디비나 -우리는 예수님과 하느님을 배경한 형제들이다-2022.5.12.부활 제4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2.05.12 200
2249 믿는 이들의 영원한 모범이신 마리아 성모님 -우리 하나하나가 “임마누엘”이다-2022.3.25.금요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2.03.25 200
2248 보물찾기, 보물줍기 인생 -개안開眼의 여정-2022.2.16.연중 제16주간 수요일 -제주도 성지 순례 여정 피정 3일차- 프란치스코 2022.02.16 200
2247 누가 ‘하느님의 사람’인가? -기도, 감사, 자비-2019.9.15.연중 제24주일 1 프란치스코 2019.09.15 200
2246 좁은 문 -구원과 멸망-2019.8.25.연중 제21주일 1 프란치스코 2019.08.25 200
2245 사람은 무엇인가? -하느님의 모상, 하느님의 자녀-2019.7.25.목요일 성 야고보 사도 축일 1 프란치스코 2019.07.25 200
2244 하루하루 삽시다 -평생처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2018.2.15.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2.15 200
Board Pagination Prev 1 ...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