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9.3. 월요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540-604) 축일

                                                                                                                     2코린4,1-2.6-8 루카22,24-30



마지막 유언

-섬기는 사람이 되어라-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많은 이들이 좋아했던 11년전 출간됐던 제 책명입니다. 당년 ‘둥근 마음, 둥근 삶’에 이어 출간됐고, 이어 7년 전에는 ‘사랑밖엔 길이 없었네’란 3권째 책이 출간됐고 지금은 품절됐지만 수도원 피정집마다 3권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참 재미있는 것이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에 대한 답을 나머지 2책의 제목이 주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윗 세권 책도 좋은 분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출간됐지 제 주변머리론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제 다음 책을 낸다면 제목은 제 좌우명 자작시 이름을 따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로 정하라 조언들 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의 물음은 곧장 ‘어떻게 죽어야 합니까?’란 물음으로 직결됩니다. ‘어떻게 죽어야 합니까?’에 대한 물음이 귀가준비의 남은 삶을 깨어 살도록 자극합니다. 죽음 앞에 환상은 사라지고 본질만 들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여 제가 피정 중 자주 시도하는 것이 임종어, 유언, 묘비명을 써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좌우명이 되어 각자 삶의 지침이 되기도 하겠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라면 좀 길어도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자작 좌우명 애송시를 묘비명으로 써달라 할 마음입니다. 장례미사때도 강론 대신 이 좌우명 시를 읽어달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섬기는 사람이 되어라’와 ‘제자들에게 보상을 약속하시다’ 두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섬기는 삶에 최선을 다했을 때 저절로 따라오는 주님의 보상의 축복임을 깨닫습니다. 루카복음에서 오늘 복음의 배치가 의미심장합니다. 마태오나 마르코와 달리 루카는 요한처럼 최후의 만찬에 이어 예수님의 마지막 유언처럼 전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동상이몽, 오합지졸의 제자공동체에 주신 유언이 바로 오늘 복음에 제시됩니다. 세상에 유토피아 이상적 공동체는 없습니다. 예수님의 제자공동체 역시 인간적 눈으로 보면 참으로 부족한 이들의 공동체였습니다. 하여 오늘 복음에서 누구를 가장 높은 사람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진 것 아닙니까? 


또 오늘 복음 전에는 제자가 배신할 것을 예고하신 내용이고 오늘 복음 다음에는 베드로가 당신을 모른다고 배신할 것을 예고하는 내용입니다. 예수님의 처지가 얼마나 곤궁하고 고독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함께했어도 결국은 혼자의 외로운 처지의 예수님이셨음을 봅니다.


이런 와중에서 나온 예수님의 마지막 유언같은 말씀입니다. 요한복음의 예수님의 마지막 유언같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 드리는’ 거룩한 섬김의 실천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지배하고 군림하고 권세를 부리는 세속 사람들과는 분명히 선을 그으며 마지막 유언같은 말씀을 주십니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처럼 되어야 하고 지도자는 섬기는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


당시 제자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예수님의 마지막 유언같은 말씀입니다. 이 말씀만으로는 부족하셨던지 주님은 다시 재차 섬김의 모범이신 당신을 닮을 것을 강조하십니다.


“누가 더 높으냐? 식탁에 앉은 이냐, 아니면 시중들며 섬기는 이냐? 식탁에 앉은 이가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에 있다.”


언제 어디서나 늘 믿는 이들의 공동체 한 가운데에 섬기는 사람으로 현존하시는 파스카의 예수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진정 섬김의 삶에 항구할 때 섬기는 분으로 공동체 중심 가장 낮은 곳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만납니다.


그러니 분도 성인의 말씀대로 분도수도공동체만 아니라 믿는 이들의 공동체는 모두가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임을 깨닫게 되며 우리 삶의 여정은 주님과 형제들을 섬기는 법을 배워가는 ‘섬김의 여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섬김의 사랑, 섬김의 권위, 섬김의 겸손, 섬김의 순종, 섬김의 기쁨, 섬김의 리더십 등 섬김은 영성생활의 모두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영성이 있다면 ‘종servant과 섬김service’의 영성이 있을 뿐입니다. 영어 말마디에서 보다시피 종과 섬김은 같은 어원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사랑의 섬김입니다. 사랑의 표현이 겸손한 섬김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의 바오로 사도가 섬김의 모범입니다. 바로 다음 말씀이 이를 입증합니다.


“우리가 선포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닙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선포하고, 우리 자신은 예수님을 위한 여러분의 종으로 선포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비추시어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나타난 하느님의 영을 알아보는 빛을 주셨습니다. 참으로 서로 섬길 때 예수님을 닮아 하느님의 영광으로 빛나는 얼굴들임을 깨닫습니다. 바오로뿐 아니라 오늘 기념하는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님 역시 온통 섬김의 사람으로 사셨습니다. 그 유명한 ''베네딕도 전기'도 서방 4대 교부들 중 한 분인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님이 쓰신 책입니다. 입당송에 묘사된 성인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복된 그레고리오는 베드로 좌에 올라, 언제나 주님의 얼굴을 찾고, 주님 사랑의 신비를 그리며 살았네.”


신비가요 관상가로 명성을 떨쳤던 참으로 위대했던 성인 교황님이셨습니다. 성인은 자신을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라 일컫기를 즐겨했고 지금도 교황님은 이 명칭으로 불립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섬기러 오신 당신을 닮아 섬김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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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젤로 2018.09.03 10:04
    우리 삶의 여정은 주님과 형제들을 섬기는 법을 배워가는 '섬김의 여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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