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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9.12.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코린7,25-31 루카6,20-26



행복은 선택이다

-회개와 연대-



참 기적같은 세상입니다. 며칠전 한 수도형제가 휴대폰에 만보기를 설치해줬습니다. 새벽 잠깨어 화장실 다녀오고 이런저런 움직임후 휴대폰을 열어봤더니 ‘오늘 41보’라 기록이 나왔고, ‘어제는 10142보’ 걸었다는 기록이 나왔습니다. 참 신기했습니다. 퍼뜩 ‘삶은 걷는 것’이란 생각이 깨달음처럼 스쳤습니다.


그렇습니다. 삶은 걷는 것입니다. 4년전, 산티아고 800km, 2000리를 매일 두발로 걸으며 삶은 걷는 것이자 기도하는 것임을 실감했습니다. 참 많이 걸었고 참 많이 기도했던 산티아고 순례여정이었습니다. 구약성서에서의 히브리어 어법도 의미심장합니다. 바로 우리말 ‘하느님과 함께 살았다’의 히브리어 영어 번역은 ‘하느님과 함께 걸었다He walked with God’입니다.


바로 삶의 여정은 하느님과 함께 하느님을 향해 걷는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걸을 때마다 하느님과 함께 걷는다 의식하면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입니다. 주님은 마태복음 마지막 구절에서 분명,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ㄴ) 약속하셨습니다.


제가 피정자들 강의 중에 참 자주 예로 들었던 질문이, ‘내 인생광야여정을 일일일생, 하루로 압축했을 때, 어느 시점에 와 있겠느냐?’라는 질문에 이어, ‘내 인생광야여정을 일년사계로 압축했을 때 어느 계절에 와 있겠느냐?’라는 질문입니다. 피정자들 대부분이 하루중 오후 시점에, 사계절중 가을철에 속한 분들이라 이 질문에 대부분 숙연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우리가 삶의 여정을 보는 방법도 둘입니다. 지금 여기서 미래의 하느님 목표를 바라보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미래의 종말에서 거꾸로 지금 여기를 보는 것입니다. 미래의 종말의 구원의 빛으로 지금 여기를 보면 삶은 훨씬 역동적이 됩니다. 종말을 앞당겨 사는 느낌입니다. 하루하루가 선물임을 실감할 것이며 바로 이것이 하루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사는 종말론적 삶입니다. 결코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 복음과 독서의 이해도 확연해집니다. 바오로 사도 및 초대교회 신자들은 예수님 재림이 곧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재림을 앞두고 종말론적 깨어 있는 삶을 살았고 신약성서 곳곳에 이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의 종말을 앞당겨 사는 종말론적 깨어있는 삶은 여전히 유효한 우리가 살아야 할 영적 삶입니다.


오늘 복음은 행복선언에 이어 불행선언이 나옵니다. 모두 종말론적 관점에서 볼 때 이해도 확연해집니다. ‘행복은 선택이다-회개와 연대’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떠오른 강론 주제입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

“행복하여라, 지금 굶주리는 사람들! 너희는 배부르게 될 것이다.”

“행복하여라, 지금 우는 사람들! 너희는 웃게 될 것이다.”


행복은 선택입니다. 가난하다 생각할 때, 지금 굶주린다 생각할 때, 지금 운다 생각할 때 곧장 행복자체이신 하느님을, 하느님의 나라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서 행복을, 하느님을 선택하여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 하느님으로 인해 배부르게 될 것이고 웃게 될 것입니다. 지금 여기서 행복을 못살면 다음 어디서도 못삽니다. 


이어지는 불행선언은 역으로 행복에의 초대입니다. 이들은 저주도 아니고 형벌의 선고도 아닌 탄식이며 경고입니다. 회개하고 연대하라는 예언자적 절박한 호소입니다. 


“불행하여라, 너희 부유한 사람들! 너희는 이미 위로를 받았다.”

“불행하여라, 지금 배부른 사람들! 너희는 굶주리게 될 것이다.”

“불행하여라, 지금 웃는 사람들! 너희는 슬퍼하며 울게 될 것이다.”


정신 번쩍 들게 하는 충격요법의 표현입니다. 바로 지금 부유한 사람들, 배부른 사람들, 웃는 사람들은 거기에 안주하거나 자족하여 부패腐敗한 삶을 살지 말고 뛰쳐나오라는 것입니다. 회개하여 불행한 이들과 함께 행복자체이신 하느님을 향해, 하느님 나라를 향해 활짝 열고 깨어 종말론적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주변의 지금 가난한 사람들, 굶주린 사람들, 우는 사람들, 즉 불행한 이들과 연대하여 함께 행복을 나누라는 것입니다. 회개와 연대를 촉구하는 오늘 복음의 행복선언에 이은 불행선언입니다. 주님은 모두를 행복에로 초대하시며 행복은 우리의 선택임을 깨우쳐 주십니다. 참으로 지혜로운 이들은 이런 하느님의 부르심에 회개와 연대로 응답하여 종말론적 삶을 사는 이들입니다.


오늘 제1독서의 초점은 그리스도인의 종말론적 자유입니다. 결혼이냐 미혼이냐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종말론적 구원과 자유의 삶에 초점을 두라는 것입니다. 종말의 구원의 빛으로 현재를 비춰 보면서 집착에서 벗어나 깨어 초연한 자유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 아내가 있는 사람은 아내가 없는 사람처럼, 우는 사람은 울지 않는 사람처럼, 기뻐하는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 사람처럼, 물건을 산 사람은 그것을 가지지 않은 사람처럼, 세상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처럼 사십시오. 이 세상의 형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있는 듯 없는 듯, 보일 듯 말 듯 물흐르듯 자유인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모두가 다 지나갑니다. 세상사에 무관심하라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현실에 절대를 두지 말라는 것입니다. 세상 안에 살되 거리를 두고 살면서 결코 세상 재미에 빠져 마음 뺏기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현재 누리는 즐거움에 도취되지 않고 깨어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이가 진짜 현자입니다. 감정의 동요를 가능한 억제하라는 스토아 철학자들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릅니다. 참으로 내적 보물인 하느님께 희망과 행복을 두었기에 가능한 이런 인내와 초탈, 무욕과 무집착의 종말론적 깨어 있는 삶입니다. 


결코 값싼 종말론적 삶이 아닙니다. 이런 종말론적 치열한 삶에서 바오로 사도의 ‘항상 기뻐하라는, 늘 기도하라는,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라’는 권고임을 깨닫습니다. 매일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봉헌하는 주님의 이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종말론적 행복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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