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13.연중 제6주간 월요일                                                           창세4,1-15.25 마르8,11-13

 

 

주님 안에서 지혜롭고 품위있는 삶

-초연과 이탈의 훈련-

 

 

오늘 말씀 묵상중 문득 떠오른 한달전(2023,1.12)의 강론에 그 강론을 받은 형제의 댓글 답신입니다. 다음 같은 일부 제 강론 내용입니다.

 

“우리가 살아야할 자리는 외딴곳, 안식처는 주님께서 늘 함께 하시는 오늘 지금 여기 이 자리입니다. 아파도 아프지 않은 척, 슬퍼도 슬프지 않은 척, 병이 있어도 건강한 척, 외롭고 쓸쓸해도 즐거운 척, 최소한도의 일상생활만 할 수 있으면 이렇게 사는 것은 위선이 아니라 진정 성숙한 믿음이요 살 줄 아는 삶의 지혜입니다.”

 

이에 대한 그 형제의 다음 답글에 공감했습니다.

 

“오랜 시간 척하고 살면서 스스로 위선이라 여겼었는데.... 큰 위안이 되네요.”

 

‘척하며’ 살아가는 자세는 위선은 커녕 참으로 성숙한 믿음의 모습입니다. 거리를 두고 자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참으로 지혜롭고 품위있는 자세입니다. 이를 위한 초연과 이탈의 훈련이 필수입니다. 예수님처럼 외딴곳을 잘 활용하는 것입니다. 주님과 함께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외딴곳입니다. 얼마전 인용했던 ‘외딴곳’은 제가 요즘 쓴 글중에서 아주 좋아하는 글입니다.

 

“답은 내 안에 있다

오늘 지금 여기가 

내적초월의 자리 외딴곳이다

 

언제 어디서나 

내적깊이와 높이의 본질 추구의 

내적초월의 삶을 살자

 

주님 만나러 

외딴곳 찾아 나설 것 없다

 

언제 어디든 

주님과 함께 있으면 

초월적 거점의 내적공간이 형성되고

 

바로 거기가 

주님을 만나는 구원의 자리 외딴곳이 된다

참 겸손 은총의 열매다”

 

바로 이를 위한 묵상기도, 명상기도, 비움기도, 반추기도, 향심기도들입니다. 모두가 다른 기도 명칭이지만 내적 기도 원리나 방법은 똑같습니다. 이런 기도 훈련이 잘 되어 습관화될 때, 초연과 이탈의 삶에 지혜롭고 품위있는 삶입니다. 연중 제6주간 본기도 내용처럼 이런 외딴곳의 훈련이 잘 된 바르고 진실한 사람은 은혜롭게도 주님의 거처가 됩니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저는 제1독서 창세기와 복음을 묵상했습니다.

 

창세기의 카인의 경솔한 처신이 참 안타깝습니다. 이 또한 무지의 결과입니다. 타오르는 질투와 분노로 자기 통제력을 잃은 무지의 사람, 카인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헤아릴 수 없다면 무조건 끝까지 인내하며 기다리며 자신의 품위를 지키는 것이 진정 지혜로운 자세였던 것입니다. 

 

비록 질투와 분노로 마음은 극도로 혼란스러웠을지라도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하여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디며 평온한 척 했어야 했습니다. 지극한 인내가 태풍을 미풍으로 바꿀수 있으며 경솔한 조건반사적 처신이 유혹에 빠져 미풍을 태풍으로 바꿀수 있습니다. 카인과 아벨 형제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

 

‘세월이 흐른 뒤에 카인은 땅의 소출을 주님께 바치고, 아벨은 양 떼 가운데 맏배들과 그 굳기를 바쳤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아벨과 그의 제물은 기꺼이 굽어 보셨으나, 카인과 그의 제물은 굽어보지 않으셨다. 그래서 카인은 몹시 화를 내며 얼굴을 떨어뜨렸다.’

 

바야흐로 카인이 질투와 분노의 유혹에 떨어져 아벨을 살인하는 대죄를 짓기 직전입니다. 하느님이 왜 그랬는지 원인을 묻는 것은 부질없는 일입니다. 참으로 카인이 지혜로웠다면 '하느님도 말못할 내적 사정이 있었겠지' 생각하며 하느님의 자유의지를 존중하고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디며 자기의 품위를 지켰을 것입니다. 

 

이랬다면 태풍같은 질투의 분노도 미풍으로 변했을 것이며 하느님도 내심 카인이 고마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태는 그 반대로 전개됩니다. 다음 주님의 질책에도 카인은 냉정을 회복해야 했습니다. 카인은 좌우간 화를 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옳아도 화를 내면 무조건 집니다. 화만큼 인간품위를 손상시키는 것은 없습니다.

 

“너는 어찌하여 화를 내고, 어찌하여 얼굴을 떨어뜨리느냐? 네가 옳게 행동하면 얼굴을 들 수 있지 않느냐? 그러나 네가 옳게 행동하지 않으면, 죄악이 문앞에 도사리고 앉아 너를 노리게 될 터인데. 너는 그 죄악을 잘 다스려야 하지 않겠느냐?”

 

시의적절한 충고이나 분노로 흥분하여 자제력을 잃은 카인의 귀에 들어올리 없습니다. 결과 카인은 아벨을 살인했고, 이어 주님의 추궁에 참 뻔뻔하게 대답하니 완전히 자기 품위를 포기한 작태입니다.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모릅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대죄를 지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데 이어 카인도 동생 아벨을 죽인 대죄로 삶의 자리에서 쫓겨나 세상을 떠돌며 해매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는 작죄作罪의 카인의 후예들인 사람들입니다. 자비하신 주님께서 작죄한 아담과 하와에게 가죽옷을 입혀주셨듯이, 이런 카인에게도 생명을 지켜주실 것이라 약속하십니다.

 

졸지에 카인과 아벨, 쌍둥이 아들 형제를 잃은 아담, 하와의 슬픔은 얼마나 컸겠는지요! 참으로 선악과를 따먹은 불순종의 죄의 결과가 얼마나 엄중한지 깨닫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이 부부에게 자비를 베풀어 “셋”이라는 아들을 주셨고, 다시 심기일전하여 새롭게 삶을 시작한 부부의 용기있는 삶이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카인만 무지한게 아니라 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논쟁하는 바리사이들 역시 무지합니다. 참으로 무지의 악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깨닫습니다. 무지의 질투와 분노로 인생을 망친 카인에 이어 복음의 바리사이들 역시 무지로 인해 예수님을 시험하여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 일으킵니다. 

 

예수님의 삶자체가 하늘의 표징들로 가득한 삶인데 새삼 무슨 표징이 필요하겠는지요! 무지에 눈먼 바리사이들의 참 어리석은 소행입니다. 이들이 참으로 지혜롭고 자기 품위을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끝까지 인내하며, 열린 겸손한 마음으로 예수님의 삶을 관상했을 것이고, 주님의 은총으로 하늘의 표징들로 가득찬 예수님 삶임을 알아챘을 것입니다. 

 

이어지는 예수님의 말씀과 지체없이 초연히 이들을 떠나는 예수님의 단호한 분별의 지혜가 참 멋지고 우리에게 참 좋은 가르침이자 깨우침이 됩니다. 카인처럼, 바리사이들 역시 참된 회개가 필요한 이들입니다. 그러나 카인은 물론 이들에게는 회개가 없었습니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들을 버려두신 채 다시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셨다.-

 

뒤늦게라도 이 말씀을 듣고 회개했어야 하는데 이들은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참으로 끊임없는 회개와 더불어 지극한 인내와 지혜롭고 품위있는 삶이, 또 외딴곳의 영성훈련이, 초연과 이탈, 회심의 훈련이 우리의 영적 삶에 얼마나 본질적이고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초연과 이탈의 정신으로 지혜롭고 품위있는 삶을 살게 하십니다. 연중 제6주간 본기도가 참 은혜롭습니다. 하느님은 하늘 위에, 또 멀리 밖에 있는 분이 아니라, 바르고 진실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우리 안에 계심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하느님, 바르고 진실한 마음 안에 머무르시겠다고 하셨으니, 저희에게 풍성한 은총을 내리시어 하느님의 마땅한 거처가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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