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13. 월요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1195-1231) 기념일

                                                                                                               열왕기상21,1ㄴ-16 마태5,38-42


                                                                        비폭력적 사랑의 저항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늘은 악惡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악의 신비라 합니다. 성선설과 성악설의 논쟁에서 보다시피 악의 문제는 해결되고 있지 않습니다. 아니 영원히 미결의 문제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도대체 악은 무엇인가? 악에 대한 하느님의 입장은 무엇인가? 


엄연히 악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오늘의 현실입니다. 예전에는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범죄를 발본색원 뿌리 뽑겠다 했지만 여전히 비웃듯이 악이 창궐하는 세상입니다. 아무리 밭에 잡초를 뽑고 또 뽑아도 여전히 줄기차게 무성히 솟아나는 잡초의 경우와도 흡사한 악의 현실입니다.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 합니다. 악마는 디테일 안에 숨어 있다고 합니다. 잔인한 고문이 평범한 일상이 된 자에겐 잔인한 고문을 하면서도 집안일을 걱정하고 자녀들에겐 좋은 아버지일 수 있습니다. 오늘 1독서의 아합 임금이나 그의 아내 이제벨을 보십시오. 아합 임금의 우유부단함 속에 악마가 숨어있습니다. 


이제벨은 아예 악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듯 합니다.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평범히 나봇을 죽게 만듭니다. 전혀 양심의 가책도 없어 보입니다. 흡사 ‘악의 DNA’를 지닌 타고난 악인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만일 악의 DNA를 타고 났다면 이제벨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악은 무지(無知)입니다. 하느님을 모르고 나를 모르는 무지라는 마음의 병이 악이요 죄의 뿌리입니다. 천인공노할 범죄를 지은 타고난 악인같은 죄인들도 ‘죽을 죄를 지었다. 유족에게 미안하다.’라고 고백하기도 하고, 큰 악행을 저지르고 난후 ‘무엇에 씌인 것 같았다.’고 말하는 경우도 들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악의 유혹에 빠져 악의 도구가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오늘 아합 임금과 그의 아내 이제벨은 완전히 악의 도구가 되었지만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무지의 어둠의 사람들입니다. 


어찌보면 이들은 본의 아니게 무지라는 악의 희생자일 수도 있습니다. 무지(無知)가 어둠이라면 지(知)는 빛입니다. 그러니 무지(無知)를 일깨워 지(知)에, 하느님의 진선미(眞善美) 빛의 체험에 이르게 하는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그러니 악과의 싸움에 승리는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악의 힘만 키우는 꼴이 될 것입니다.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이 된다 합니다. 악인을 없앤다고 악인이 끊어지겠습니까? 하여 주님의 기도 마지막 부분이 의미심장합니다.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마태6,13).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은총없이는 언제든 유혹에 빠질 수 있고 악에 휘둘릴 수 있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 동시에 유혹과 악을 꿰뚫어 통찰하고 계신 아버지의 도움을 청하는 기도가 필수입니다.


오늘 복음의 소제목도 적절합니다. 공동번역은 ‘보복하지 마라.’이고 새번역은 ‘폭력을 포기하여라.’입니다. 둘 다 적절합니다. 보복과 폭력은 악마가 원하는 것입니다. 보복과 폭력은 악의 힘만 키워 보복의 악순환, 폭력의 악순환에 이를 것이며 결국은 공멸입니다. 실체없이 우리를 유혹하여 파멸에 이르게 하는 무지의 악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달아야 합니다. 


악은 거시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가까이 나부터 악의 정체인 무지를 깨닫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미시적 접근이 지혜입니다. 무지의 악에 대한 처방 역시 사랑뿐입니다. 선의 결핍, 사랑의 결핍, 치유받아야 할 선, 치유받아야 할 사랑이 악이고 모두 무지에서 기인합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 아주 적절한 처방을 주십니다. 악에 저항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비폭력적 사랑으로 저항하라는 것입니다. 이미 인도의 성자라 일컫는 간디가 그 모범을 보였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1)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빰마져 돌려 대어라. 또 

2)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어 주어라. 3)누가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4)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


악을 무력화할 수 있는 길을 이런 사랑의 길뿐입니다. 말 그대로 비폭력적 사랑의 저항으로 후유증 역시 전무합니다. 이런 사랑의 실천을 통해 보복의 악순환, 폭력의 악순환을 단(斷)!, 단호히 끊으라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악인은 무지라는 악의 희생자일 수 있습니다. 


악은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해선 안됩니다. 이런 비폭력적 사랑의 저항이 그를 회개에로 이끌어 그를 무지의 악에서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하느님 은총이 하시는 일입니다. 정말 강한 하느님의 사람은 ‘비폭력적 사랑의 저항자’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무지의 악에서 해방되어 참으로 하느님을 알고 사랑함으로 비폭력적 사랑의 실천으로 악에 승리할 수 있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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