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9.16.수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253)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258) 기념일

1코린12,31-13,13 루카7,31-35

 

 

 

선물이냐 짐이냐?

-하느님이, 기도와 사랑이 답이다-

 

 

 

“선물이냐 짐이냐? -하느님이, 기도와 사랑이 답이다-”, 어제 오늘 말씀을 대충 읽어 보고 정했던 강론 제목입니다. 사실 삶은 선물인가 짐인가? 늘 화두로 삼는 물음이며 피정자들과 자주 나누는 내용입니다. 물으면 다들 웃음으로 대답합니다. 사람을 포함하여 세상 모두가 선물이 될 수도 있고, 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간절히 원하는 바는 선물로, 이웃에게 짐이 아닌 선물로 살다 가는 것이겠습니다. 얼마전 읽은 아름다운 글을 나눕니다.

 

“몇 억 겁 년 동안 몇 생을 거쳐 업인을 쌓고 쌓아야만 이 단 한 번의 생을 향유한다는 것이 아닌가?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망망한 창해에 눈먼 거북이가 구멍 뚫린 통나무를 얻어 걸리는 것보다 희한한 인연이라고 한다. 아! 인생은 그 얼마나 아름답기에 이처럼 희한하고 단명한가?”(청송의 <선의 세계> 서론에서).

 

참 짧기에 아름답고도 슬픈 인생입니다. 그러니 한 번뿐의 선물 인생, 아름답게 살아야 함은 우리의 의무이며 만나는 모든 이마다 반갑고 기쁘게 사랑으로 환대해야 할 것입니다. 절대적 환대야 말로 시적詩的인 행위입니다. 

 

얼마전 방문했던 도반 사제가 다음 주 친구사제와 방문하겠다기에 어떤 친구인가 물었더니 바오로 신부인데 바오로 사도처럼 열정이 넘치는 자기와 ‘결’이 같은 친구라 했습니다. ‘결’이라는 말마디가 참 곱고 신비로워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물결, 숨결, 살결, 꿈결, 머릿결, 나무결 한 번 결이 들어가는 고운 말마디를 찾아 보세요. 마침 새벽 인텃넷에서 아름다운 글을 읽었습니다.

 

“사람마다 결이 다르고 향기가 있다. 서로의 결과 향기가 뒤섞여 또 다른 결을 만들고 다른 향기를 피어 올리는 게 만남이다. 사람이 걸어 온 길도 그렇다. 비슷한 건 있어도 똑같은 길은 없다. 끊임없는 자기 선택의 반복으로 빚어낸 세상에 하나뿐인 시공간이다. 시시각각 길이 겹치면서 또 다른 길을 내고 누군가는 그 길을 간다.”

 

역시 결과 향기가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얼마나 큰 축복의 선물인지 깨닫습니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선물로 살다가 선물로 인생마칠 수 있을까요. 답은 하느님뿐입니다. 기도와 사랑뿐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라는 말은 하느님은 선물자체라는 말입니다. 기도는 사랑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여 기도할 때, 사랑의 눈이 열릴 때 사람은 물론 세상 모두가 하느님의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알렐루야’ 찬미로 살다가 ‘아멘’ 감사로 선물인생 마칠 수 있습니다. 

 

바로 오늘 축일은 지내는 3세기 비슷한 시기에 순교한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두 순교성인들 선물 인생을 사신 참 아름다운 우정의 순교성인들이었습니다. 평생 그리스도와 교회를 섬기다가 순교한 분들입니다. 치프리아노 주교가 고르넬리오 친구 교황에게 쓴 편지 한 구절도 감동입니다.

 

“만일 하느님이 우리 중 하나에게 곧 죽을 은총을 주신다면, 우리의 우정은 주님 앞에서도 계속될 것입니다.”

 

사람은 혼자가 아닙니다. 서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짐을 나누며 선물로 살아야 합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마음의 방역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현실에 대한 조언도 참 고마웠습니다.

 

선물이냐 짐이냐? 상대적입니다. 선물같은 사람이 짐이 될 수도 있고 짐같은 사람이 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답은 사랑이신 하느님을 닮게하는 사랑의 기도 하나뿐입니다. 사랑의 기도를 통해 예수님을 닮아감이 바로 하느님을 닮는 것입니다. 참으로 기도할 때, 사랑할 때 늘 선물의 삶이요, 하느님을 찬미하며 하느님과 이웃에 감사하며 살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질책을 받는 이들은 바로 선물 인생을 망각한 자들입니다. 누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춤추지 않고, 곡을 하여도 울지 않는 반응할 줄 모르는 무감각한 사람들입니다.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례자 요한에 대하여서는 마귀가 들렸다 하고, 예수님은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 하면 편향적 시각을 드러냅니다. 선물 인생임을 모르는 참으로 무지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지혜가 옳다는 것을 지혜의 모든 자녀가 드러냅니다. 사랑이 지혜입니다. 참으로 선물인생임을 깨달은 지혜의 자녀들은 관상과 연민의 사랑으로 깨어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그 모범입니다. 사도의 사랑의 찬가가 참으로 고맙습니다. 이런 사랑의 실천이 풍요로운 선물인생을 만들어 줍니다. 

 

더 큰 은사가 사랑의 은사요 더욱 뛰어난 길이 사랑의 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순수한 아가페 사랑입니다. 오늘 사랑의 찬가는 사랑의 우월성(1-3), 사랑의 행동(4-7), 사랑의 불멸성(8-13)등 세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주목할 바 사랑은 추상명사가 아니라 구체적 동사라는 것입니다. 한 번 자신의 사랑을 다음 4절에서 7절까지 구체적 아가페 사랑의 15개 항목에 비추어 보시기 바랍니다.

 

1.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

2.사랑은 친절합니다.

3.사랑은 시기하지 않고

4.뽐내지 않습니다.

5.교만하지 않습니다.

6.사랑은 무례하지 않고

7.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8.성을 내지 않고

9.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10.사랑은 불의에 기뻐하지 않고

11.진실을 두고 기뻐합니다.

12.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13.모든 것을 믿으며

14.모든 것을 바라고

15.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과연 15점 만점에 내 사랑 점수는 얼마나 되겠습니까? 선물이냐 짐이냐?의 잣대는 이런 사랑의 수행뿐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반영하는 사랑의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평생 사랑의 학교에서 평생사랑공부에 전념하는 것입니다. 

 

여전히 공부해도 사랑에는 초보자라는 자각이 우리를 한없이 겸손하게 하며 더욱 한결같이 하느님께 기도하고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려는 노력에 매진하게 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사랑의 선물인생을 살게 하십니다. ‘알렐루야’ 찬미인생과 ‘아멘’ 감사인생을 살게 하십니다.

 

“하느님 찬양하라 내 영혼아, 한평생 주님을 찬미하라.

이 생명 다하도록 내 하느님 기리리라.”(시편146,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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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9.16 08:21
    “사람마다 결이 다르고 향기가 있다. 서로의 결과 향기가 뒤섞여 또 다른 결을 만들고 다른 향기를 피어 올리는 게 만남이다. 사람이 걸어 온 길도 그렇다. 비슷한 건 있어도 똑같은 길은 없다. 끊임없는 자기 선택의 반복으로 빚어낸 세상에 하나뿐인 시공간이다. 시시각각 길이 겹치면서 또 다른 길을 내고 누군가는 그 길을 간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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