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4.17.성주간 수요일                                                                                       이사50,4-9ㄴ 마태26,14-25

 

 

 

여러분은 무슨 맛으로 살아 가십니까?

-하느님 맛, 또는 돈 맛-

 

 

 

참 자주 인용하는 예화가 있습니다. 주님 앞에 가면 주님은 얼굴을 검사하며 하늘나라 입장을 결정하신다는 것입니다. 주님 얼굴을 닮았는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나이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합니다. 참 중요한 얼굴이요 얼이 배어있다하여 얼굴입니다. 하루에도 얼마나 자주 거울에 비춰보는 얼굴인지요.

 

나중에 남는 얼굴은 기도한 얼굴인가 기도하지 않은 얼굴인가 둘 중 하나라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기도는 테크닉 기술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사랑하여 주님께 끊임없이 기도할 때 주님을 닮습니다. 하여 노년의 품위있는 삶의 우선 순위를 "1.하느님 믿음, 2.건강, 3.돈"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삶은 여정입니다. 믿는 이들에게는 주님을 찾아가는,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입니다. 과연 날로 주님을 닮아가는 내적 아름다움에 내적 향기로운 삶인지요. 내면의 아름다움과 향기로움은 그 고유의 모습으로 얼굴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요즘 일년중 가장 꽃들 만개한 아름다운 계절 봄입니다. 온 누리가 봄꽃들로 가득합니다. 봄꽃들 만개한 아름다운 4월이지만 유난히 슬픈 기억도 많은 4월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되는 악순환의 역사가 됩니다. 

 

인터넷 기사를 보니 모 국립대 교수가 국민을 '메멘토'와 '닭'으로 비하한 것이 물의를 빚고 있었습니다. 메멘토(Memento)는 지난 2000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영화의 극중 주인공으로 10분 이상 기억을 지속하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입니다. 잘 잊는 것이 정말 문제입니다. 하여 우리 수도자들은 파스카의 주님을 잊지 않고 늘 현재화하여 기억하기 위해 매일 평생 끊임없이 미사와 시편 공동 전례 기도 수행에 온 힘을 기울입니다.

 

어제는 산책도중 그윽한 꽃향기에 발을 멈추고 주위를 살펴 봤습니다. 만개한 매실꽃 향기였습니다. 사람 역시 향기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장품 향기가 아니라 그 사람 고유의 인품의 향기, 존재의 향기, 영성의 향기, 겸손의 향기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닮아갈수록 이런 고유의 향기에 아름다움이겠습니다.

 

봄꽃들은 유난히 청초합니다. 인고忍苦의 겨울을 통과하여 부활의 봄철에 피어난 ‘파스카의 꽃들’이기 때문입니다. 낮은 곳에 피어난 청초한 작은 보랏빛 무스카리 야생화 들꽃 무리들을 보며 쓴 글도 생각납니다.

 

-하늘사랑만으로/행복한

 무아無我의/무명無名의/익명匿名의 

 청초淸楚한 들꽃같은/인생이고 싶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보아주든 말든, 정말 하느님 사랑만으로 행복한 하느님 중심의 아름답고 향기로운 삶이면 좋겠습니다. 수도원을 찾는 이들과 간혹 주고 받는 대화가 있습니다. 

 

“수사님은 수도원에서 무슨 맛으로 살아갑니까?”

“하느님 맛으로 살아갑니다. 돈 맛이, 세상 맛이, 밥 맛이, 술 맛이 아닌 하느님 맛, 말씀 맛, 기도 맛, 찬미 맛으로 살아갑니다.”

 

지체없는 대답입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평생을 돈 맛, 세상 맛으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세상 맛, 돈 맛의 부정이 아니라 절대적 우선 순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맛, 기도 맛, 말씀 맛, 영적 맛으로 살아가야 세상 맛, 돈 맛에 많이 초연하여 내적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끊임없이 하느님을 맛들이는 수행이 참 긴요합니다. 예닮 여정이 깊어갈수록 하느님 맛, 기도 맛, 말씀 맛도 더불어 깊어갈 것입니다. 하루이틀 맛들이기로 끝나는 하느님 맛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시편 말씀처럼 끊임없이 주님을 찾아 맛들이기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기도 맛, 말씀 맛, 찬미 맛 즉 영적 맛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예수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반면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제자 유다는 이 점에서 완전 실패했습니다. 예수님을 따랐지만 주님 맛보다는 돈 맛에 중독되었던 듯 합니다. 은돈 서른 닢에 스승 예수님을 팔아 넘긴 유다에 대한 예수님의 탄식입니다.

 

“사람의 아들은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유다를 저주하지도 단죄하지도 않으시고, 오직 그가 처한 불행한 상황을 확인하실 따름입니다. 참으로 우리에게 세상 맛에, 돈 맛에 빠지지 말라는 좋은 반면교사 역할을 하는 유다입니다. 

 

유다가 스승 예수님처럼 하느님을 맛들여 오늘 제1독서 주님의 종을 닮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예수님 또한 이사야서의 주님의 종에게서 지대한 영향을 받으셨음이 분명합니다. 다음 주님의 종은 비단 수도자들뿐 아니라 믿는 모든 이들의 영원한 멘토가 됩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그분께서는 아침마다 일깨워 주신다. 내 귀를 열어 주시어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 하신다.---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나를 의롭다 하시는 분께서 가까이 계시는데, 누가 나에게 대적하려는가?---보라,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는데, 나를 단죄하는 자 누구인가?”

 

얼마나 하느님을 깊이 맛들인 주님의 종인지요! 하루이틀이 아니라 평생 주님을 맛들인 평생수행의 열매입니다. 이런 주님의 종처럼 평생 하느님 맛으로 살아간 예수님이요 이런 예수님을 닮아 주님의 맛들이지 못하고 돈 맛에 빠지다 보니 파멸인생이 된 유다입니다. 하느님께 맛들일수록 예수님처럼 올바른 분별이지만 돈에 맛들일수록 유다처럼 분별력의 상실입니다.

 

하느님 맛에 제대로 미치면 성인이지만 세상 맛, 돈 맛에 잘못 미치면 그 맛에 중독되어 폐인이 되기 십중팔구입니다. 광야여정인생중 ‘성인聖人이 되느냐, 괴물怪物이 되느냐, 폐인廢人이 되느냐’ 셋 중 하나라는 것이 역시 제 지론입니다. 돈 맛에 중독되어 예수님을 팔아넘긴 폐인 유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께 대한 우리 사랑을 날로 깊게 하여 주시고, 당신을 깊이 맛들여감으로 이미 지상에서 천국의 행복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19.04.17 08:33
    주님을 사랑하여 주님께 끊임없이 기도할 때 주님을 닮아갑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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