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5.12.18. 대림 제3주간 금요일                                                           예레23,5-8 마태1,16-24


                                                                        너는 나다


오늘은 미담美談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엊그제 무위당 장일순(요한) 선생에 관한 글을 읽다가 ‘너는 나다.’란 한 마디 구절이 충격처럼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너는 나입니다. 너없이는 나도 없고 나를 알길도 없습니다. 너는 나의 '안'이고 나는 너의 '밖'입니다. 얼마나 소중한 너인지요. 그대로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삶을 요약하는 말마디입니다. 저에겐 그대로 예수님의 말씀처럼 들렸습니다. 하여 오늘 강론 제목도 지체없이 ‘너는 나다’로 택했습니다. 


이처럼 이웃을 내몸처럼 사랑했던 선생이셨습니다. 하여 그의 좁은 문간방은 늘 방문객들로 북적였고, 60-70년대 전국의 활동객들은 충전이 필요하면 그곳을 찾았다 합니다. 다음 대목도 감동입니다.


‘그의 집엔 거지가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인기척이 나면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아가, 손님이 오셨다.” 어머니는 바가지를 들고 온 이들에겐 밥과 반찬을 가지런히 담아 보냈고, 빈손인 손님에게는 건너 방에 상을 차려 주었다.’


아이때부터 할아버지의 이웃 사랑을 보고 배운 선생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김지하 시인은 그를 ‘원주의 아버지’란 칭하며 선생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하는 일 없이 안 하시는 일 없으시고, 밑으로만 기시어 드디어는 한 포기 산 속 난초가 되었다. 다음 화제와 난은 그는 물론 평생 자신을 소리 없이 내조한 부인을 지칭했음이 분명합니다.


“깊은 골 사람이 없다 해도 난은 향기를 그치지 않는다(幽蘭不以無人息香氣;유난불이무인식향기)”


참 아름다운 구절입니다. 그대로 오늘 복음의 의로운 요셉은 물론 성령으로 예수 아기를 잉태한 마리아를 지칭 하는듯 합니다. 이런 이들이 진정 의로운 사람이요 거룩한 사람입니다. 하느님과 깊은 관계는 이렇게 이웃과의 깊은 관계로 반영되기 마련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의 경천애인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임을 깨닫습니다.


눈밝으신 하느님의 요셉 선택은 참으로 정확했습니다. 예수님 당시 결혼 풍습은 세 단계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약혼단계, 정혼단계, 그리고 결혼입니다. 바로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했던 시기는 바로 친정에서 요셉과 지내던 정혼단계의 때였습니다. 물론 정혼단계에선 예비부부 상태로 함께 부부생활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마리아가 잉태되었다니 요셉에게 기절초풍,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셉은 지혜롭고 신중했으니 그의 진가眞價가 다음 대목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참 한없이 깊고 아름다운 인격의 요셉입니다. 마리아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하느님까지 이릅니다. ‘너는 나다’를 직감하고 확신했기에 이런 지혜로운 처신입니다. 새삼 사랑과 지혜는 하나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이런 이가 의로운 사람입니다. 어제에 이어 '주님, 이 시대에 정의와 평화가 꽃피게 하소서.' 화답송 후렴도 똑 같았습니다. 


의로운 요셉에게서 정의와 평화가, 정의와 사랑이 일치됨을 봅니다. 예레미야 예언자의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주님은 우리의 정의'라 부르리라"는 진리의 말씀이 예수님에 앞서 요셉을 통해 은연중 드러납니다. 이어 요셉은 주님의 천사의 적극적인 조언과 격려에 힘입어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


분명 침묵의 밤샘 기도의 고뇌의 시간중에 나타난 주님의 천사였을 것이고 마침내 요셉의 지체없는 순종으로 구세주 탄생의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아마 하느님의 기쁨과 고마움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입니다. 어제의 예수님 족보에 이어 첫 번째 등장하는 하느님 섭리의 사람, 의로운 요셉입니다. 바로 이런 의로운 사람, 요셉을 통해 서서히 실현되기 시작한 제1독서 예레미야의 예언입니다.


“보라, 그날이 온다! 주님의 말씀이다. 내가 다윗을 위하여 의로운 싹을 돋아나게 하리라. 그 싹은 임금이 되어 다스리고 슬기롭게 일을 처리하며, 세상에 공정과 정의를 이루리라.”


바로 이런 구세주 탄생을 고대하는 대림시기입니다. 오늘이 그날입니다. 의로운 사람들을 통해 오늘 지금 여기서 탄생하는 구세주 예수님이고 실현되는 하늘 나라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의로운 사람이 되어 그날이 아닌 바로 오늘,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이신 임마누엘 예수님과 함께 하늘 나라를 살게 하십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84 환대의 하느님 -우리 모두가 작은 이들이다-2018.12.11. 대림 제2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2.11 120
1983 삶은 선물인가 짐인가? -기도가 답이다- 1 프란치스코 2018.12.12 104
1982 주님을 사랑하십시오 -기쁨, 초연, 순수-2018.12.13.목요일 우리 연합회의 수호자 성녀 오딜리아 동정(662~720)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8.12.13 155
1981 하늘을 가리지 마라 -경청傾聽이 답이다-2018.12.14.금요일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1542-1591)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12.14 136
1980 “나는 누구인가?” -주님과의 관계-2018.12.15.대림 제2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2.15 118
1979 회개를 통한 주님 은총의 선물 -기쁨, 평화, 희망, 찬미, 감사, 겸손-2018.12.16.대림 제3주일(장미주일) 1 프란치스코 2018.12.16 196
1978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주님의 위로와 치유-2018.12.17.대림 제3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2.17 123
1977 “누가 의로운 사람인가?” -연민, 기도, 순종-2018.12.18.대림 제3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2.18 182
1976 우리의 희망과 기쁨이신 하느님 -절망은 없다-2018.12.19.`대림 제3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2.19 176
1975 우리 삶의 중심이신 하느님 -관계의 깊이-2018.12.20.대림 제3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2.20 100
1974 내 도반道伴은 누구인가? - 영적 우정-2018.12.21.대림 제3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2.21 106
1973 아나빔anawim의 영성 -신뢰와 겸손, 찬미와 감사의 기쁨-2018.12.22.대림 제3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2.22 126
1972 참 행복한 천국 시민의 삶 -겸손, 순종, 환대-2018.12.23. 대림 제4주일 1 프란치스코 2018.12.23 125
1971 내 삶의 문장의 주어는 누구인가? -내 삶의 성경책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2018.12.24. 대림 제4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2.24 137
1970 주님 성탄의 기쁨 -영광과 평화-2018.12.25. 주님 성탄 대축일(밤미사) 독서기도(성경독서) 이사11,1-10. 교부독서:레오 대교황의 성탄강론 이사9,1-6 티토2,11-14 루카2,1-14 프란치스코 2018.12.24 181
1969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다 -은총과 진리의 인간-2018.12.25.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 1 프란치스코 2018.12.25 258
1968 천상 탄일 -성 스테파노의 감동적 임종어-2018.12.26.수요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1 프란치스코 2018.12.26 401
1967 '사랑의 사도'가 됩시다 -‘무지의 너울’을 날로 얇게 해주는 사랑의 수행-2018.12.27.목요일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 1 프란치스코 2018.12.27 188
1966 끊임없는 회개 -역사는 반복된다-2018.12.28.금요일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1 프란치스코 2018.12.28 285
1965 진리의 빛 속에서의 삶 -사랑의 계명 준수-2018.12.29. 토요일 성탄 팔일 축제 제5일 1 프란치스코 2018.12.29 217
Board Pagination Prev 1 ...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