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23. 사순 제1주간 금요일                                                                              에제18,21-28 마태5,20ㄴ-26



지금이 바로 구원의 때입니다

-과거를 묻지 않는 하느님-



오늘 제1독서의 에제키엘 예언자와 복음의 예수님이 참 담대합니다. 두분 다 본질을 직시합니다. 율법을 유린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율법의 핵심, 바로 하느님 마음에 깊이 접근합니다. 참으로 하느님 마음을 아는 분들입니다. 차이는 에제키엘이 하느님의 ‘대변자agent’ 역할이라면 복음의 예수님은 하느님 율법의 ‘결정자arbiter’로서 관여하신다는 것입니다.


에제키엘 예언자의 말씀이 크나 큰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과 용기를 갖고 지금 여기에 투신하게 합니다. 한마디로 지금이 구원의 때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과거를 묻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과거를 불문不問에 부치시는 아주 현실적인 하느님이시라는 것입니다. 


과거에 잘 살았든 못살았든 중요하지 않고 지금 여기 현재의 삶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보시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 여기 현재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과거에서 벗어나 늘 초심자의 자세로 늘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독서 후반부 말씀이 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의인이 자기 정의를 버리고 돌아서서 불의를 저지르면, 그것 때문에 죽는 것이다. 자기가 저지른 불의 때문에 죽는 것이다. 그러나 악인이라도 자기가 저지른 죄악을 버리고 돌아서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면, 그는 자기 목숨을 살리는 것이다. 자기가 저지른 모든 죄악을 생각하고 그 죄악에서 돌아서면, 그는 죽지 않고 반드시 살 것이다.”


하느님 눈엔 고정불변의 의인도 악인도 없다는 것입니다. 악에서 돌아서는 회개의 선택이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이런 결정적인 좋은 예가 배반자 가롯 유다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시 옆에 있던 구원받는 강도의 경우입니다. 선택받은 유다는 불의를 행함으로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지만 불의하게 살았던 강도는 막판에 회개함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지금이 바로 구원의 때입니다. 구원 역시 은총이자 우리의 결정적 선택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은 과거를 보시는 것이 아니라 지금 새롭게 시작하는 회개의 모습을 보십니다. 하느님께는 선입견, 편견,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전혀 없는 분이십니다. 이런면에서 ‘넘어지는 것이 죄가 아니라 절망으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 죄’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이사야도 이런 하느님에 관해 비슷한 관점을 전하고 있습니다.


“지나간 일을 생각하지 마라. 흘러간 일에 마음을 묶어 두지 마라. 보아라, 내가 이제 새 일을 시작하였다. 이미 싹이 돋았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느냐? 내가 사막에 큰 길을 내리라. 광야에 한길들을 트리라.”(이사43,18-19).


가끔 고백성사 때 보속으로 써드리는 말씀 처방전이기도 합니다. 참 어리석은 사람들이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상처의 악순환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이미 과거는 지났고 사는 것은 지금 여기 현재인데 과거의 상처의 아픔을 반복하며 사는 것입니다. 


바로 제대로 회개가 이뤄지지 않은 ‘약한 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과거의 강력한 유혹에서, 관성慣性에서, 타성惰性에서 벗어나려는 ‘강한 마음’의 영웅적 회개의 노력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이런 노력과 함께 가는 하느님의 은총이 과거의 상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할뿐 아니라 그 어둠의 상처를 치유합니다. 이미 회개로 정리된 형제들의 어뒀던 지난 과거를 들춰내 상처를 덧나지 않게 하는 것이 예의이며 악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이 의도하는 바도 지금 여기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지체없이 회개하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여섯 개 대당 명제중 첫 번째에 해당되는 ‘성내지 마라’는 오늘 복음입니다. 예수님은 기존의 율사들과는 달리 권위를 지닌 분으로서 율법의 참뜻을 밝히십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잡아내십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여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십니다. 역시 답은 사랑입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그리고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자는 최고 의회에 넘겨지고, ‘멍청이!’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


마음 속의 악의 뿌리부터 근절하라는 것입니다. 악의 발본색원拔本塞源에는 사랑뿐이 없습니다. 살인의 시작은 말로부터, 아니 마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살인에 버금가는 언어폭력도 많습니다. 바로 생각과 말과 행위의 진원지인 마음의 정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율법의 완성은 사랑입니다. 사랑할 때 마음의 순수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죄가 없어서 마음의 순수가 아니라 사랑할수록 마음의 순수입니다. 이런 마음의 뿌리부터 사랑으로 정화되어 마음이 좋아야 생각도 말도 글도 행위도 좋습니다. 


이래서 끊임없는 회개, 지금 여기서의 지체없는 회개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형제들과 화해하고 예물을 바쳐야 할 때도 지금 여기요, 불편한 적수와 얼른 타협하여 더 악화되지 않게 해야 할 때도 지금 여기입니다. 이 또한 사랑이 주는 분별의 지혜입니다. 회개의 사랑과 함께 가는 마음의 순수와 지혜, 겸손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마음 속 악의 뿌리의 근절에 미사은총은 얼마나 절대적이고 감사한지요. 참회와 자비송으로 시작되어 말씀전례, 성찬전례에 이은 주님의 기도, 평화의 인사후 사랑의 성체를 받아 모심으로 마음의 정화淨化, 성화聖化와 더불어 내외적 일치一致로 영육靈肉의 건강을 회복하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악순환惡循環의 사슬에서 벗어나 주님과 함께 늘 새롭게 지금 여기를 살게 하십니다. 


“나 주님께 바라네. 내 영혼이 주님께 바라네. 그분 말씀에 희망을 두네.”(시편130,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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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젤로 2018.02.23 10:55
    “지나간 일을 생각하지 마라. 흘러간 일에 마음을 묶어 두지 마라. 보아라, 내가 이제 새 일을 시작하였다. 이미 싹이 돋았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느냐? 내가 사막에 큰 길을 내리라. 광야에 한길들을 트리라.”(이사43,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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