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6.1.13. 연중 제1주간 수요일                                                         사무상3,1-10.19-20 마르1,29-39


                                                                         예수님의 하루


몇 년 전 어느 유명 목사님이 수녀님과 함께 강의 의뢰차 수도원을 방문했던 일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목사님은 수도원 경내를 한 바퀴 산책한 후 ‘수도자의 하루’라는 제하의 강의를 부탁했습니다. 하여 수도생활을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의 틀에 넣어 깊이 묵상하며 ‘수도자의 하루’라는 글을 썼습니다.


막연히 하루를 지내는 수도자가 아니라 평생을 수도원 고유의 일과표에 따라 평생을 살아가는 수도자들입니다. 구체적 일과표가 수도자의 ‘삶의 꼴’을 잡아 줍니다. 여기 요셉수도원의 일과표는 1992년에 확정되어 거의 변함없이 25년째 사용되고 있으니 충분히 검증된 일과표라 할 수 있습니다. 하여 제가 어느 수도원을 방문하든 우선 확인하는 것이 그 수도원의 일과표이며 그 수도원의 하루와 우리를 견주어 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는 순간 ‘예수님의 하루’가 한 눈에 들어왔고 강론 주제로 택했습니다. 일과표가 하루 삶은 물론 평생 삶의 요약이듯,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하루도 하루 삶은 물론 평생 삶의 요약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평생 이렇게 하루를 평생처럼, 평생을 하루처럼 시간의 낭비없이 100% 삶을 사셨습니다.


안식일이 끝날 무렵 예수님은 회당에서 나오시자 즉시 시몬의 장모의 열병을 치유하신 후 이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십니다. 해가 지자 병든 이들과 마귀들린 이들이 구름떼처럼 당신께 모여들었고 예수님은 앓는 이들을 모두 고쳐 주시고 많은 마귀를 쫓아 내 주십니다. 


분명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신 후 이런 치유, 구마 활동이 뒤를 이었음을 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하루의 중심을 가리키는, 오늘 복음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다음 대목이 중요합니다.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


아, 바로 외딴곳에서의 새벽 기도가 예수님의 ‘하루의 중심’이었습니다. 우리 수도자들 역시 예수님처럼 성전의 외딴곳에서 매일 새벽기도와 미사를 거행함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예수님의 새벽기도가 하루 삶의 중심과 질서를 잡아주었듯이 우리의 새벽기도와 미사 역시 우리 하루 삶의 중심과 질서를 잡아줍니다.


삶의 중심인 하느님을 잊어, 잃어 혼란과 무질서의 삶입니다. 삶의 중심에 따라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삶의 질서입니다. 이래야 세상 일에, 세상 재미에, 세상 걱정에 빠져 자기를 잃는 일이 없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보다시피 소년 사무엘이 엘리 앞에서 우선 배운 것이 주님을 섬기면서 삶의 중심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대한 소년 사무엘의 즉각적인 응답이 인상적입니다.


“사무엘아. 사무엘아!”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


하느님 중심에 늘 깨어 있었기에 주님의 부르심에 즉각적인 응답입니다. 마지막 아름다운 사무엘에 대한 묘사도 그가 얼마나 하느님 중심의 삶에 충실했는지 보여줍니다.


‘사무엘이 자라는 동안 주님께서 그와 함께 계시어, 그가 한 말은 한 마디도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였다.’


그대로 예수님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사무엘의 하루나 예수님의 하루나 흡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은 날마다 하루 삶의 중심을 상징하는 외딴곳에서 하느님과 만남인 기도를 통해 당신의 복음 선포의 사명을 새롭게 확인하면서 이탈의 영성을 깊이하셨음이 다음 대목에서 잘 드러납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오늘 복음의 핵심입니다. 예수님은 외딴곳에서의 기도중 아버지와의 만남을 통해 복음 선포의 사명을, 자기의 존재이유를 깊이 깨달았기에 세상 무엇에도 집착함이 없이 대자유인의 삶을 사셨습니다. 다음 제 자작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의 마지막 연은 진정 예수님을 따르는 모든 이들의 평생 삶의 요약이자 고백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살았습니다.

저희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주님은 매일미사 은총으로 우리의 영육의 아픔을 치유해주시고 삶의 중심을 잡아 주시어 각자 주어진 하루의 삶에 최선을 다하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49 성전정화-기도와 말씀을 통한 주님과의 일치-2016.11.18. 연중 제33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6.11.18 224
1948 성전정화의 은총 -전우애, 학우애, 형제애의 성김 공동체-2021.5.28.연중 제8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5.28 106
1947 성체성사적 삶과 회심 -주님과의 일치-2021.4.23.부활 제3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23 138
1946 성체성사적 파스카의 사랑과 삶 -기억, 전례, 섬김-2021.4.1.주님 만찬 성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01 123
1945 성화(聖化)의 여정 -“주님, 저희를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2023.5.24.부활 제7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3.05.24 266
1944 성화(聖化)의 여정 -날마다 깨어 준비하며 제책임을 다하는 삶-2023.9.1.연중 제21주간 금요일(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프란치스코 2023.09.01 184
1943 성화(聖化)의 여정 -성인(聖人)이 되는 것은 우리의 거룩한 소명(召命)이다-2023.11.22. 수요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230)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11.22 158
1942 성화聖化의 여정 -거룩하신 주님과의 만남-2018.7.14. 연중 제14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7.14 92
1941 성화聖化의 여정 -진리의 말씀으로 거룩해지는 삶-2019.6.5. 수요일 성 보니파시오 주교 순교자(672/5-754)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6.05 172
1940 성화聖化의 여정 -한결같은 신망애信望愛의 삶-2023.7.26.수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부모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7.26 409
1939 성화의 여정 -존엄한 품위의 삶- “감사하십시오, 겸손하십시오, 깨어 있으십시오”-2024.2.10.토요일 설 프란치스코 2024.02.10 160
1938 세 가지 꼭 필요한 것 -외딴곳, 분별력, 자비행-2016.2.6. 토요일 성 바오로 미키(1564-1597)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6.02.06 224
1937 세가지 가르침 -이웃, 섭리, 놀라움-2017.10.9. 연중 제27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7.10.09 121
1936 세례는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 과제이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딸), 내 마음에 드는 아들(딸)이다”-2023.1.9.월요일 주님 세례 축일 프란치스코 2023.01.09 197
1935 세례성사 은총의 축복 -하느님의 자녀답게, 아름답고 품위있게 삽시다-2020.1.12.주일 주님 세례 축일 프란치스코 2020.01.12 201
1934 세례자 요한의 출생 -“우연은 없다, 모두가 하느님의 섭리 은총이다”-2022.12.23.금요일 12월23일 프란치스코 2022.12.23 304
1933 세상에 속하지 않은, 주님께 속한 사람들 -주님의 제자들-2019.5.25.토요일 성 베다 베네라빌리스 사제 학자(672/3-735)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5.25 224
1932 세상을 이기는 사람 -영원한 생명-2018.1.6. 주님 공현 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8.01.06 137
1931 세상의 빛, 생명의 빛, 말씀의 빛 -무지無知에 대한 답은 예수님뿐이다-2019.4.8.사순 제5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4.08 189
1930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 -우리의 존재 이유-2024.5.4.부활 제5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4.05.04 121
Board Pagination Prev 1 ...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