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11.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세계 병자의 날)

                                                                                                                             신명30,15-20 루카9,22-25



                                                                        주님은 우리의 생명이시다

                                                                                 -생명의 길-



오늘은 사람 생명에 대한 이런저런 묵상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세상에 사람만큼 복잡하고 힘든 존재도 없을 것입니다. 도대체 답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단순소박한 사람이, 삶이 그리울 정도입니다. 착하고 능력없는 이들은 노숙자, 행려자가 되기 십중팔구인 세상입니다. 


예수님 역시 당대 노숙자요 행려자임이 분명했고 오늘날 오신대도 복음 선포의 노숙자로 행려자로 사셨을 것입니다. 행려자인 예수님께서 당신을 섬기고 따른 다는 교회의 재벌급 부유한 사람들이나 교회 건물들을 보면 그 반응은 어떨지 자못 궁금한 생각도 듭니다.


사람 살기 얼마나 힘든 세상인지요. 사람 생명 만큼 약하고 복잡하고 위태한 것도 없습니다. 요즘 생존문제로 허덕이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행려자도, 자살자도 늘어나는 추세요 심신의 병자들로 넘쳐나는 병원이요 세상입니다. 심신이 제대로 온전한 전인은 거의 찾아 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자연 파괴와 함께 가는 인간 파괴입니다.


어제는 수도원 예결산 참사회의를 하면서 작년 한 해의 삶을 결산하고 올 한 해의 예산을 통과시켰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이상이라면 눈에 보이는 현실은 돈임을 실감했습니다. 해마다 겪는 바로 외관상 단순소박한 삶이라지만 이면은 얼마나 복잡한 삶인지, 사람 생명 하나에 딸린 것들은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됩니다. 


주방을 보면 먹는 일이 얼마나 크고 복잡한지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외관상 단순해 보이는 나무들의 땅 속 무수한 뿌리를 연상케 하는 돈의 쓰임새들입니다. 돈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입니다. 돈은 생명입니다. 돈의 흐름은 그대로 물의 흐름을 닮았습니다. 도대체 단순하게 산다는 수도원이 이러하니 밖에서의 삶은 얼마나 고달프고 숨차겠는지 상상이 갑니다.


그러고 보니 돈, 집, 일, 밥, 몸 등 중요한 말은 모두 한 글자입니다. 모두 생명에 직결되는 단어들입니다. 몸이 살기위해서는 일을 하여 돈을 벌어야 밥을 먹을 수 있고 머물 집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 말들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돈입니다. 도대체 하느님이 있을 자리가 없습니다. 사실 하느님 없이도 잘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아 보입니다. 때로 너무 현실감 없어 보이는 하느님 같기도 합니다. 하여 날로 늘어나는 냉담자들입니다. 


살기위하여 일도 해야하고, 살기위하여 돈도 벌어야 하고, 살기위해 밥도 먹어야 하고, 살기위하여 운동도 해야 하고, 살기위하여 집도 있어야 하고, 끝이 없습니다. 끝없는 살기위한 생존투쟁입니다. 삶자체가 맹목적 목표가 된 듯, 결국 살기위한 맹목적 노력과 낭비가 사람을 세상의 노예로 만들고 참자기를 잃게 하고 자기파괴에 이르게 한다니 참 어처구니 없습니다. 사람 자신뿐 아니라 하나뿐인 지구의 파괴까지 이르게 하니 지구에 암적 존재가 된 사람들같습니다. 하여 하느님 없이 보이는 것들이 목표가 될 때 이것들은 우상이 되고 우리의 눈을 멀게 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우상의 시대’요 ‘중독의 시대’ 같기도 합니다.


한 번뿐이 없는 삶, 살기위해 노력만하다 하느님을 모르고 죽는다면 그 인생 얼마나 허망하겠는지요. 삶의 중심이, 삶의 의미가 없어 부단한 표류의 뿌리 없는 삶이기에 참 기쁨과 평화도 안정도 없고 마음은 늘 두렵고 불안한 것입니다.


살기위하여 우선 찾을 것이 하느님입니다. 생명의 돈에 앞서 생명의 하느님입니다. 진정 생명의 길인 하느님을 찾아야 합니다. 제가 새벽마다 쓰는 강론도, 수도자들이 끊임없이 하느님을 찾아 기도하는 것도 살기위해서입니다. 살기위해 우선 찾아야 할 것이 하느님입니다. 생명의 우선순위 첫자리에 오는 것이 하느님입니다. 믿음 없는 사람 눈에는 돈이 현실이고 하느님은 이상이겠지만 믿음의 사람에겐 돈보다 가까운 현실이 하느님입니다.


신명기의 모세와 복음의 예수님이 오늘 생명의 길을 보여줍니다. ‘오늘’과 ‘날마다’라는 단어가 중요합니다. 날마다 영원한 오늘을 사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은 물론 오늘의 우리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너희 앞에 내 놓았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그분께 매달려야 한다. 주님은 너희의 생명이시다.”


‘주님은 우리의 생명이시다.’ 바로 오늘의 복음입니다. 돈이 우리의 생명이 아니라 주님이 우리의 생명입니다. 그러니 생명이신 주님을 선택하여 그분만을 사랑하고 그분만의 말씀을 들으며 그분께 매달려야 합니다. 말그대로 살기위하여 오늘 지금 여기서 당장 우선적으로 실행할 일이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의 말씀을 듣고, 주님께 기도해야 하는 일입니다. 다음 두 말씀이 우리 삶의 지표가 됩니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5,33).


“행복하여라,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밤낮으로 그 가르침을 되새기는 사람!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 같아, 제때에 열매 맺고 잎이 아니 시들어, 하는 일마다 모두 잘되리라.”(시편1,1-4참조)


뒤의 말씀은 오늘 화답송의 시편으로 독서와 복음 말씀을 배려한 것입니다. 그러나 위 말씀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것은 주님을 따를 때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 말씀이 영원한 생명의 길, 구원의 길을 보여줍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9,23).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예외없이 누구나에게 활짝 열려 있는 생명의 길은 이 길 하나뿐입니다. 주님을 사랑하여, 날마다,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우리 삶의 중심이자 목표요 방향이자 의미이신 주님을 따름이 생명의 길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평생 주님을 따라 생명의 길 여정 중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날마다’, ‘자신을 버림’, ‘제 십자가’, ‘주님을 따름’은 생명길의 네 필수 요소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에게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를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살기위하여 매일 미사를 봉헌하며 생명의 주님을 모시는 우리들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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