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4. 토요일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이사61,9-11 루카2,41-51


                                                        마음의 순수를 지니기 위한 방법

                                                                 -사랑, 정주, 찬미-


어제 아드님의 예수성심대축일에 이어 오늘은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입니다. 아드님에 이은 어머님의 순수한 사랑을 기리는 날입니다. 누구나 바라는 바 순수한 마음입니다. 순수와 사랑의 열정은 함께 갑니다. 


순수에서 샘솟는 사랑의 열정이요, 열정의 사랑이 마음을 순수하게 합니다. 순수와 열정은 모든 수행자의 기본적 덕목입니다. 하여 수도생활의 직접적 목표는 마음의 순수이고 궁극의 목표는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5,8).


얼마전 어느 자매로부터 받은 책갈피에 적혀 있는 말씀이 새삼 반가웠습니다. 이어 정성스럽게 씌어진 글이 한 눈에 들어 왔습니다.


“맑고 깨끗한 마음의 신부님을 만나 마음의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항상 하느님 사랑 안에 계시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실 수 있도록 기도드립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셔요. 2016.5.19.”-


읽고 보니 제가 갑작스럽게 왼편 다리를 못썼다가 가까스로 치료를 받고 저녁미사를 드린 날입니다. 아, 이 자매님의 기도가 나를 일으켜 세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순수한 마음이 우리를 위로하고 평화를 줍니다. 과연 순수한 마음을 지니기 위해 할 일은 무엇일까요? 물론 마음의 순수 역시 은총의 선물입니다만 선물을 받기 위해 해야 할 항구한 노력이 전제됩니다.


첫째, 주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할 때 마음의 순수입니다. 예수성심의 사랑에 대한 자발적 응답입니다. 눈만 열리면 온통 가득한 주님의 사랑입니다. 이런 주님의 사랑을 체험할 때 저절로 주님을 사랑하게 됩니다. 우리 삶의 여정을 잘 살펴봐도 굽이굽이 사랑의 여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해 주님을 사랑하는 것이 우리의 우선적 의무입니다. 주님을 사랑할 때 진정 자유롭고 행복한 삶이요 저절로 나오는 시편의 고백입니다.


-하느님께 아뢰옵니다. “당신은 나의 주님, 당신만이 나의 행복이십니다.”(시편16,2)-


둘째, 주님 중심 안에 머무는 정주定住입니다.

주님을 사랑할 때 저절로 주님 안에 정주하게 됩니다. 주님의 중심 안에 정주하지 못해 불안이요 두려움입니다. 


땅의 중심에 깊이 뿌린 내린 나무들이 하늘 향해 푸르름을 더해 가듯 주님 중심안에 정주하여 믿음의 뿌리 내릴수록 안정과 평화입니다. 넓이만 있고 깊이가 결핍된 삶이 우리를 천박하게 만듭니다. 오늘 이사야서의 말씀이 꼭 성모님의 고백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주님 안에서 크게 기뻐하고, 내 영혼은 나의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리니,”


바로 주님 안에 정주할 때 샘솟는 기쁨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의 부모는 해마다 파스카 축제가 되면 예루살렘으로 가곤 하였다 하는데 예루살렘이 상징하는바 이분들의 마음의 정주처定住處입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예수님 역시 아버지의 집이 내적 정주처였음을 봅니다.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에 정주하면서 부모에게 순종하였으며, 성모님은 이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간직했다 합니다. 성모님처럼 주님 안에 정주할 때 모두를 담아 간직할 수 있는 내적공간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셋째, 주님을 찬미하는 삶입니다.

찬미의 기쁨이 참 기쁨이며 영원합니다. 찬미의 기쁨 또한 주님의 선물입니다. 찬미의 기쁨으로 살아가는 수도자들입니다. 찬미의 사람, 찬미의 기쁨, 바로 믿는 이들의 신원입니다. 주님을 사랑하여 주님 안에 정주할 때 저절로 샘솟는 찬미입니다. 


사랑의 표현이 찬미이고 이런 끊임없는 찬미가 하느님 사랑을 붇돋우며 우리를 순수하게 합니다. ‘그래서’ 찬미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미가 우리의 운명을 바꿉니다. 하느님의 사람으로 만들어 갑니다. 이사야서의 찬미와 감사의 고백이 참 아름답습니다. ‘찬미의 어머님’이신 성모님의 노래를 연상케 합니다.


“나는 주님 안에서 크게 기뻐하고, 내 영혼은 나의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리니, 신랑이 관을 쓰듯 신부가 패물로 단장하듯, 그분께서 나에게 구원의 옷을 입히시고, 의로움의 겉옷을 둘러 주셨기 때문이다.”(이사61,10).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시간 당신을 사랑하여 당신 안에 정주하며 당신을 찬미하는 우리 모두에게 마음의 순수를 선물하십니다. 끝으로 어제 고백신부님께 받은 예수의 대 데레사의 고백의 시를 나눕니다. 


이 시는 성녀께서 돌아가신 후 발견된 것으로 성무일도 사이에 끼워져 있던 것이라 합니다. 영적 여장부女丈夫, 성녀의 일편단심 티없이 순수한 사랑과 거기에서 연유한 이 세상의 그 어떤 시련에도 흔들림 없는 깊은 내적평화와 행복이 잘 나타나있습니다. 역시 영적 여장부女丈夫,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님의 거룩한 마음을 보는 듯 합니다.


-속마음을 들어 높이 올려라/하늘에 이르기까지,

 그 무엇에도 서글퍼하지 말기를/그 무엇에도 네 마음 어지럽히지 마라.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라/굳건한 마음으로,

 그리고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그 무엇에도 놀라지 마라.

 

 세속의 영화를 아느냐?/헛된 영광이니라;

 그 무엇도 영원하지 못한 것/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천상의 것을 갈망하여라/그것은 늘 지속되는 것,

 바램을 헛되게 하지 않고 가득 채우는 것/하느님은 변함없으시다.


 사랑할 만한 분을 사랑하여라/한량없이 선하신 분을;

 그러나 순수한 사랑은 없노라/인내없이는.


 신뢰와 살아있는 믿음을/보존하기를,

 믿고 바라는 영혼은/모든 것을 얻기 때문이다.


 끈질기게 쫓는 지옥의 분노가/눈앞에 닥친다 해도,

 그것은 하찮은 웃음거리/하느님과 함께 있는 이에겐.


 소외, 십자가, 불행이여 오라;

 하느님께서 그의 사랑일진데/어떠한 아쉬움도 없으리니.


 분명 세상의 재물도/헛된 행복도 마찬가지;

 이 모든 것들을 잃는다 해도/오직 하느님만으로 충분하리.-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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