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5.10.30.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로마9,1-5 루카14,1-6


                                                                    연민(compassion)의 사람


사랑(love)이 호수라면 연민(compassion)은 바다와 같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연민의 사랑입니다. 불쌍히 여기고, 측은히 여기고, 가엾이 여기는 사랑입니다.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바로 연민의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는 자비송입니다.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를 통해 하느님을 만나 닮아갈 때 비로소 연민의 사람이 됩니다. 


문제는 내 안에 있고 답도 내 안에 있습니다. 내 마음 깊이에서 연민의 주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중심을 향하는 향심기도(centering prayer) 역시 내 존재 깊이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만나기 위한 기도의 수행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바오로는 진정 연민의 하느님을 만난 분이십니다. 오늘 말씀에서도 두 분을 통해 하느님의 연민을 만납니다. 하느님을 만난 사람에게는 하느님이 먼저입니다. 돈이 먼저도 아니고 법이 먼저도 아닙니다. 


하느님 마음이 먼저고 이어 사람이 먼저가 됩니다. 몇 년전 모 대선 후보의 ‘사람이 먼저다’라는 모토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깊이 드려다 보면 이 모토의 뿌리는 ‘하느님이 먼저다’에서 기원합니다. 오늘 바리사이의 집에 초대받아 식사할 때 수종을 앓는 사람에 대한 예수님의 반응에서 하느님의 연민을 만납니다.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으냐?”


예수님의 단도직입적 질문 안에는 이미 답이 자명히 드러납니다. 하느님이 먼저일 때 매사 하느님의 연민의 마음으로 보게 되고 결국 사람이 먼저가 됩니다. 법이, 돈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입니다. 


반면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은 안식일법이 먼저였음이 분명합니다. 예수님은 수종병자의 손을 잡고 병을 고쳐서 돌려보내신 다음 재차 사람이, 생명이 먼저임을 천명하십니다.


“너희 가운데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바로 끌어내지 않겠느냐?”


역시 묵묵부답입니다.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뿐 아니라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본말전도된 사고방식을 바로 잡는 회개입니다. ‘하느님이 먼저다’ ‘사람이 먼저다’라로 생각을 바꾸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하느님 중심의 삶, 사람 중심의 삶입니다.


얼마전 하루 시간을 내어 지인을 방문했습니다. 아침부터 내리는 비로 갈까 말까 망설였지만 약속이라 강행했습니다. ‘왜 내가 가는가?’자문했을 때 저절로 ‘사람을 만나러 간다’였습니다. 만남에 이어 음식을 먹었습니다. 아, 만나는 것과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만남과 먹음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됨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바리사이는 주님을 만나기 위해 초대하여 음식을 나눕니다만 예수님을 제대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연민의 주님을 만났더라면 수종병자의 치유에 당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남과 먹음의 구조가 미사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자비로운 주님을 만나기 위해 미사전례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들이요 말씀의 전례를 통해 주님을 만나고 이어 성찬의 전례에서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나눕니다. 하여 연민의 주님을 닮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연민의 마음 깊이에서 하느님을 만난 분입니다. 


“나의 양심도 성령 안에서 증언해 줍니다. 그것은 커다란 슬픔과 아픔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육으로는 내 혈족인 동포들을 위해서라면,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가기라도 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커다란 슬픔과 아픔은 그대로 하느님의 연민입니다. 예수님이 기다려온 메시아임을 알아보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이스리엘 동포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연민 가득한 바오로의 마음입니다. 이런 바오로 사도를 보면 석가여래의 인도로 지옥을 다녀온 후 고통스러워 하는 중생들의 모습을 보고 "죄과로 인해 고통 받는 육도중생들을 모두 해탈하게 한 후 성불하겠노라"는 원을 세운 연민 지극한 지장보살이 생각납니다. 


연민의 사람들은 본질을 직시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념이나 법, 돈의 우상에서 완전 해방되어 삶의 진실을 보는 하느님의 닮은 사람들입니다. 연민의 사람은 유연하고 자비롭기가 하느님을 닮아 강과 바다같습니다. 며칠전 써놓은 ‘강과 바다’란 자작시를 나눕니다.


-강江이자/바다

움직일 때는/생명生命의 강

머물 때는/연민憐憫의 바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을 닮아 '강과 바다'와 같은 연민의 사람이 되게 하십니다. 


“그분은 만물 위에 계시는 하느님으로서 영원히 찬미받으실 분이십니다.”(로마9,5ㄴ).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83 누가 밀이고 누가 가라지인가? -지혜, 겸손, 자비, 인내-2019.7.27. 연중 제16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7.27 159
1882 부활의 희망 -죽음은 마지막이 아닌 새생명의 시작이다-2019.11.10.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1 프란치스코 2019.11.10 159
1881 ‘생명의 말씀’과의 친교 -충만한 기쁨-2019.12.27.금요일 성 요한 사도 복음 사가 축일 1 프란치스코 2019.12.27 159
1880 미래는, 희망은, 길은, 문은, 보물은 어디에? -주님이, 내가 미래요 희망이요 길이요 문이요 보물이다-2020.8.27.목요일 성녀 모니카(332-387)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0.08.27 159
1879 참나(眞我)의 꽃자리 삶 -순결과 진실-2020.9.7.연중 제23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9.07 159
1878 자비롭고 지혜로운 사람 -무지에 대한 답은 회개와 믿음뿐이다-2021.3.4.사순 제2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3.04 159
1877 참 삶, 참 행복 -“사랑하라, 찾아라, 만나라, 선포하라”-2021.7.22.목요일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프란치스코 2021.07.22 159
1876 하늘 나라의 삶 -오늘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에서-2021.9.21.화요일 한가위 ​​​​​​​ 1 프란치스코 2021.09.21 159
1875 주님의 전사, 사랑의 전사 -탈속脫俗의 아름다움-2021.11.11.목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316- 397)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1.11.11 159
1874 하느님 중심의 삶 -"기도, 사랑, 지혜, 용기"-2022.1.5.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22.01.05 159
1873 은혜로운 영적훈련 사순시기 -회개, 기도, 단식, 자선-2022.3.2.재의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2.03.02 159
1872 하느님 중심의 행복한 삶 -우정, 환대, 찬미-2022.5.31.화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프란치스코 2022.05.31 159
1871 정주(定住)의 지혜 -지혜 예찬(禮讚), 지혜를 사랑합시다-2023.11.16.목요일 성녀 대(大) 젤투르다 동정(1256-1302)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11.16 159
1870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영적 승리의 삶- “모세처럼, 예수님처럼 사세요!”2024.3.14.사순 제4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4.03.14 159
1869 기도와 삶-2015.8.3. 연중 제18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5.08.03 160
1868 나의 멘토는 누구인가?-네적시야內的視野의 심화深化와 확장擴張-2016,12,10 대림 제2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6.12.10 160
1867 참 자유롭고 부요하고 행복한 사람들 -하느님 아버지 중심의 삶-2018.6.20.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6.20 160
1866 비움의 여정 -순교적 삶-2018.9.15. 토요일 고통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09.15 160
1865 하느님 나라를 꿈꾸는 우리들 -절망은 없다-2018.3.2. 사순 제2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3.02 160
1864 성령충만한 삶 -위에서 태어난 사람들-2018.4.10.부활 제2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8.04.10 160
Board Pagination Prev 1 ...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