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2.연중 제29주간 화요일 

로마5,12.15ㄴ.17-19.20ㄴ-21 루카12,35-38

 

 

 

깨어 있음 훈련

-예수님 안에서, 예수님과 함께, 예수님을 통해서-

 

 

 

제 한가지 간절한 소원은 한결같이 하루하루 예수님 사랑하며 깨어 살다가 아버지의 집에 귀가歸家하는 죽음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라는 제 좌우명 시는 제 소원이 응축된 시입니다. 구체적으로 죽는 그 날까지 하루하루 새벽마다 1.매일 강론을 쓰고, 2.수도원을 산책하며, 3.매일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제 간절한 소원 셋의 수행입니다. 저에게 매일 강론은  한결같음의, 깨어 있음의 뚜렷한 표지입니다.

 

1988년 7월11일 요셉 수도원에 부임했으니 올해로 만31년이 됩니다. 왜관 수도원을 떠나기 전날 밤 수도원 성전에서 밤새(저녁9시-새벽4시) 장장 7시간 동안 3000배 절하며 결의를 새로이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불암산이 떠나면 떠났지 난 안 떠난다!”, 자세로 하루하루 살아 왔습니다. 얼마전 거의 5년만에 수도원을 찾은 수녀의 반가운 환호도 잊지 못합니다.

 

“어, 할아버지 됐으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똑같습니다. 똑같아서 좋습니다!”

 

무엇보다 반가운 자주 듣는 “여전하다”, “한결같다”, “똑같다” 라는 말마디입니다. 몸은 노쇠해가도 영혼만은, 정신만은, 마음만은 늘 푸르고 순수하기를 소망합니다. 오랜 만에 수도원을 찾았다가 제가 건재한 모습을 보면 얼마나들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제 존재 자체가 위로와 힘이 되는 듯 합니다. 얼마전 받은 카톡 메시지입니다.

 

-“늘 큰 불암산처럼 우리 뒤에서 든든한 응원과 기도에 감사드려요.”-

-“저 역시 신부님을 생각하면 언제나 큰 산, 큰 나무같은 신부님을 떠 올린답니다. 정주의 큰 산, 큰 나무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운지요!!!”-

 

저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격려의 말마디도 없습니다. 저에겐 불암산이 ‘큰바위 얼굴’입니다. 얼마나 많이 사랑하며 바라봤는지 예수님 얼굴을 바라보듯 매일 하늘과 불암산을 수없이 바라보며 살았습니다. 수도원 로고에 딱 맞는 ‘하늘과 산’ 애송 자작시는 역시 예수님과 저의 관계를 상징합니다.

 

-“하늘 있어/산이 좋고

산 있어/하늘이 좋다

하늘은/산에/신비를 더하고

산은/하늘에/깊이를 더한다

이런 사이가/되고 싶다

이런 사랑을/하고 싶다”-

 

‘한결같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한결같이 ‘깨어 살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대의 제자들은 물론 오늘 우리 모두를 향해 한결같이 깨어 준비하며 살 것을 당부하십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놓고 있어라.

혼인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한마디로 빼놓고 싶지 않아 통째로 복음을 인용했습니다. 그대로 깨어 살다가 주님을 맞이하여 미사식탁에서 주님의 시중을 받으며 환대 받는 우리 모습을 상징합니다. 정말 이렇게 한결같이 깨어 살다가 주님을 맞이하는 죽음이라면 얼마나 좋겠는지요!

 

주인이 가리키는 바 파스카의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을 기다리는 기쁨에 늘 깨어 사는 것입니다. 참으로 예수님을 향한 열렬하고 항구한 사랑이 깨어 기다리며 기쁘게 한결같은 삶을 살게 합니다. 오늘 제1독서는 “아담과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선명히 보여줍니다. 아담의 범죄로 이 세상에 들어온 죄에서 우리를 구원하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심을 고백합니다.

 

“은총과 의로움의 선물을 충만히 받은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을 통하여 생명을 누리며 지배할 것입니다.---죄가 죽음으로 지배한 것처럼, 은총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생명을 가져다 주는 의로움으로 지배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바로 예수님 안에서, 예수님과 함께, 예수님을 통해서, 예수님의 은총과 의로움의 선물로 한결같이 깨어 있는 삶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깨어 살기 위한 전제조건은 예수님을 열렬히 갈망하고 열망하여 항구히 사랑하는 것입니다. 자주 제 행복기도(예닮기도)도 바치고 예수님 사랑의 성가도 부르시기 바랍니다.

 

-“내 한평생을 예수님 안에/내 온전하게/그 말씀 안에

내결코 뒤를 바라봄 없이/그분만을 따릅니다.”-성가446장

 

-“주 예수 그리스도와 바꿀수는 없네/이 세상 부귀영화와 권세도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신 예수의 크옵신 사랑이여

세상 즐거움 다 버리고/세상 명예도 버렸네

주 예수 그리스도와 바꿀수는 없네/세상 어떤 것과도”-성가61장

 

성 베네딕도 역시 제자 수도승들에게 그 무엇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말라 하셨습니다. 바로 이 예수님께 대한 열렬하고 항구한 사랑이 한결같이 깨어 주님을 기다리며 살게 합니다. 하여 저는 제 ‘예닮 명상기도’ 수행을 간곡한 마음으로 권합니다.

 

깨어있음도 훈련의 수행입니다. 매일 오전과 오후의 일정 시간, 일정 장소에서, 또 언제 어디서나 끊임없이 호흡에 맞춰 성구를 통해 예수님을 반복하여 속으로 부르며 바치는 기도입니다. 성구는 “마-라-나-타(오소서, 주 예수님!)”와 “하느님의 아드님-주 예수 그리스도님-죄인인 저희에게-자비를 베푸소서” 둘 중 하나입니다. 

 

참으로 성구에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 가득담아 호흡에 맞춰 기도하기를 습관화할 때, 일상화할 때 비로소 끊임없는 기도, 끊임없는 회개가 이뤄지고 한결같이 깨어 있는 삶중에 점차 예수님을 닮아 참 나의 실현이 이뤄질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늘 한결같이 깨어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19.10.22 08:32
    사랑하는 주님, 주님 주신
    생명의 성구를 통하여
    항상 깨어있는 삶을 살게 하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72 하느님 중심의 관상적觀想的 삶 -섬겨라, 보라, 믿어라-2022.6.18.연중 제11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2.06.18 158
1871 성인이 됩시다 -11월은 희망과 위로의 성월-2023.11.1.수요일 모든 성인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3.11.01 158
1870 어떻게 살 것인가? -깨어 준비하며 주님을 기다리는 삶-2023.11.2.목요일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프란치스코 2023.11.02 158
1869 성전 정화 -삶의 중심, 삶의 의미인 성전-2023.11.9.목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프란치스코 2023.11.09 158
1868 대림의 희망과 기쁨 -깨어 있어라, 회개하라, 감사하라-2023.12.3.대림 제1주일 프란치스코 2023.12.03 158
1867 삶의 목표-2015.3.2. 사순 제2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5.03.02 159
1866 믿음의 여정-믿음 예찬-2016.1.30. 연중 제3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6.01.30 159
1865 새로운 출발 -끝은 시작이다-2016.7.9. 연중 제14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6.07.09 159
1864 공동체의 신비神祕-2016.9.16. 금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253)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258)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6.09.16 159
1863 예수 성탄의 큰 기쁨-하느님께 영광, 사람들에게 평화-2016.12.25. 주일 예수 성탄 밤 미사 프란치스코 2016.12.24 159
1862 내 삶의 성경책의 렉시오 디비나 -하느님은 곡선(曲線)인생을 사랑하신다-2017.7.14. 연중 제14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7.07.14 159
1861 주님과의 일치가 답이다 -비우고 닮고 담아라-2017.7.20. 연중 제15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7.07.20 159
1860 “어떻게 참으로 살 것인가?” -지키라!, 찾으라!, 나누라!-2018.7.1. 연중 제13주일(교황주일) 2 프란치스코 2018.07.01 159
1859 최후의 심판 -심판의 잣대는 사랑-2017.11.26. 연중 제34주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주간) 프란치스코 2017.11.26 159
1858 축복받은 삶 -하느님은 축복의 근원이시다-2018.2.16. 금요일 설 1 프란치스코 2018.02.16 159
1857 예닮의 여정 -영적 성장과 성숙-2019.9.5.연중 제22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9.05 159
1856 부활의 희망 -죽음은 마지막이 아닌 새생명의 시작이다-2019.11.10.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1 프란치스코 2019.11.10 159
1855 ‘생명의 말씀’과의 친교 -충만한 기쁨-2019.12.27.금요일 성 요한 사도 복음 사가 축일 1 프란치스코 2019.12.27 159
1854 참나(眞我)의 꽃자리 삶 -순결과 진실-2020.9.7.연중 제23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9.07 159
1853 자비롭고 지혜로운 사람 -무지에 대한 답은 회개와 믿음뿐이다-2021.3.4.사순 제2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3.04 159
Board Pagination Prev 1 ...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