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5.5.1. 부활 제4주간 금요일                                                                                                                   사도613,26-33 요한14,1-6


                                                                                                          내 얼굴


불암산 자락, 수도원 새벽 공기가 참 향기롭습니다. 돌아갈 제자리가, 하느님이 있는 이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물흐르듯 빠른 세월입니다. 정주수도생활의 좋은 점은 흐르는 세월을 볼 수 있다는 것과 하느님 목표가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흘러간 세월에 아쉬워하지 않고 세월과 함께 하느님 향해 흐른다는 것은 얼마나 홀가분한 행복인지요. 


인생사계, 내 삶을 사계절로 압축해 봤을 때 내 나이 어느 계절에 와 있는지, 일일일생, 내 삶을 하루로 압축해 봤을 때 내 나이 어느 시점에 와 있는지 묵상해 보는 일도 재미있습니다. 하느님께 돌아갈 귀가의 죽음 시간도 헤아려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의 흐름이 놀랍고 눈부십니다. 10일간 전주에 있는 인보성체수도회 수녀님들의 피정지도(4.21-4.30)후 귀가하니 편안하기가 '아버지의 집'에 온 듯 환대하는 수도형제들 하나하나가 반갑습니다. 떠나기 얼마전에는 벚꽃이 눈부셨고 떠나는 당일에는 배꽃 만개하여 하느님 은총 찬란한 수도원이었는데 지금은 꽃들 다 지고 연초록 무성한 숲이 되었습니다. 


아, 이제 오늘부터는 제일 좋은 시절, 계절의 여왕이라는 성모님의 달 5월입니다. 귀가후 집무실에 들어오니 피정 떠나던 날 게시판에 붙여놓은 4.21(화)일자 강론이 한 눈에 들어왔고 '사랑하면 닮는다'라는 제목이 정다웠습니다. 사랑할 때 닮습니다. 무엇보다 닮아야 할 얼굴이 하느님의 얼굴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할수록 우정이 깊어가면서 하느님의 얼굴을 닮고 이것이 인생 유일의 목표입니다. 엊그제(4.29일) 휴천재에 나온 전순란님의 글이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아침 화장을 하다말고 아래층에 내려갔다가 정오가 다 되어 정옥씨와의 점심약속으로 나가려니까 보스코(성염교수)가 내 얼굴을 찬찬히 쳐다보더니만 “여보, 당신 얼굴이 없어!”란다. 말하자면 기초화장으로 도화지만 마련하고서 눈썹도 입술도 안 그렸으니 ‘얼굴 없는 여인’이 휴천재를 활보하고 있었던 셈이다. 결혼 하고서 40년 넘게 아침마다 깔끔하게 화장을 하고서 남편이 눈뜨기를 기다려온 여인이었으므로(실은 보스코는 새벽 네댓 시에 침실을 나간다) 보스코에게 나의 ‘쌩얼’은 참 낯선가보다.-


읽는 순간 내 얼굴을 생각했습니다. "당신 얼굴이 없어!“ 화두와 같은 깨달음을 주는 말마디입니다. 아, 자기 얼굴을 잊고 사는 사람들은, 자기 얼굴이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나이 40을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지 않습니까? 외적 얼굴이 상징하는바 내면의 얼굴입니다. 끊임없이 사랑하는 분을 닮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요. 바로 예수님 얼굴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요한복음을 요약하는 구절입니다. 이보다 반갑고 좋은 성구는 없습니다. 예수님의 얼굴을 닮아가는 것이 바로 하느님 아버지의 얼굴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길에서 벗어날 때 미아요, 진리에서 벗어날 때 거짓이요, 생명에서 벗어날 때 죽음입니다. 그러니 탈선하지 않고 하루하루 '진리의 길', '생명의 길'이신 예수님을 따라 아버지께 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얼굴, 아버지의 얼굴을 닮아가는 유일한 길입니다. 이런 예수님 내면의 얼굴을 가장 닮은 분이 사도행전의 바오로 사도입니다.


"형제 여러분, 아브라함의 후손 여러분, 그리고 하느님을 경외하는 여러분, 이 구원의 말씀이 바로 오늘 우리에게 파견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분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오늘 우리 모두를 향한 바오로의 말씀입니다. 우리에게 파견되신 구원의 말씀이신 부활하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더욱 당신을 닮아 진리와 생명으로 충만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 당신 사랑으로 저희를 지켜주시어,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광에 이르게 하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74 승천의 삶 -주님과 함께 하는 삶-2018.5.13. 주님 승천 대축일 2 프란치스코 2018.05.13 183
1873 승천의 순례 여정 -희망, 깨달음, 복음선포-2021.5.16.주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주일) 1 프란치스코 2021.05.16 169
1872 시詩같은 인생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의 실천이 답이다-2020.7.10.연중 제14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7.10 144
1871 시詩같은 인생 -착하고 성실한 삶-2019.8.31.연중 제21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8.31 149
1870 시詩같이 아름답고 기품있는 인생 -묘비명 시詩-2018.11.6.연중 제31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8.11.06 111
1869 시詩와 꿈 -하느님의 시인詩人이, 꿈쟁이가 됩시다-2021.11.29.대림 제1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11.29 142
1868 시대의 표징을 알아보는 지혜의 사람이 됩시다 -예수님 중심의 삶-2023.10.27.연중 제29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3.10.27 161
1867 시련과 혼란, 위기의 시대 -이를 타개打開하기 위한 구원의 6대 요소-2022.11.13.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프란치스코 2022.11.13 199
1866 시련중의 인간, 품위의 인간-2016.3.18. 사순 제5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6.03.18 234
1865 시인詩人이 되고 싶습니까? -사랑하십시오-2017.3.24. 사순 제3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7.03.24 104
1864 신(神)의 한 수(手) -모두가 하느님의 섭리(攝理) 안에 있다-2021.12.23.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1.12.23 143
1863 신神의 한 수手 -살아 계신 주님과의 만남-2019.2.10. 연중 제5주일 1 프란치스코 2019.02.10 289
1862 신神의 한 수手 -의인義人 요셉-2016.12.18. 대림 제4주일 프란치스코 2016.12.18 141
1861 신神의 한 수手 -명국名局 인생-2015.9.26. 연중 제25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5.09.26 201
1860 신神의 한 수手-2016.1.15. 금요일 왜관수도원의 수호자 프란치스코 2016.01.15 233
1859 신나게, 치열히, 기쁘게 삽시다 -사랑이 답이다-2019.9.24.연중 제25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9.24 164
1858 신록(新祿)의 기쁨 -파스카의 기쁨-2015.5.15. 성 빠코미오 아빠스(292-346)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05.15 391
1857 신록新祿의 기쁨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하는 삶-2018.5.11.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5.11 123
1856 신록新祿의 기쁨으로 빛나는 삶-2016.4.19. 부활 제4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04.19 147
1855 신록新祿의 평화와 기쁨과 희망, 성령과 공동체 -자비하신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들-2017.4.23.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주일) 프란치스코 2017.04.23 193
Board Pagination Prev 1 ...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