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23.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판관9,6-15 마태20,1-16      

 


선한 목자 주님을 공부합시다

-너그럽고 자비하신 주님을!-



오늘 제1독서 판관기 ‘요탐의 우화’와 복음의 ‘선한 포도밭 주인 비유’가 좋은 대조를 이룹니다. 요탐의 우화에 앞서 제1독서의 핵심을 요약한 구절(1사무12,12)이 눈에 띕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의 임금이신데, ‘임금이 우리를 다스려야 하겠습니다.’하고 말하였소.”


이 구절을 두고 요탐의 우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요탐의 우화에는 왕정제도에 대한 격렬한 저항감이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참 임금은 하느님뿐이요 사람들이 세운 임금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폭군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대부분 예언자들은 왕정제도에 비판적이었고 부정적이었습니다.


아비멜렉은 자기 형제들 즉 여루빠알의 아들 일흔 명을 한 바위 위에서 살해하였고 스켐의 모든 지주와 벳 밀로의 온 주민이 모여 스켐에 있는 기념 기둥 곁 참나무 아래로 가서 그를 임금으로 세웁니다. 여기서 숨어 살아남았던 여루빠알의 막내 아들 요탐은 그리짐 산 꼭대기에 가 서서 큰 소리로 외칩니다. 


“스켐의 지주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그래야 하느님께서도 그대들의 말을 들어 주실 것이오.”


다음 이어지는 유명한 요탐의 우화입니다. 제자리와 제몫의 제분수를 알아 임금이 되기를 끝내 사양하는 나무들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임금이 되어 달라는 요청을 고사하는 올리브 나무, 무화과 나무에 이어 포도나무의 대동소이한 아름다운 답변입니다.


“신들과 사람들을 흥겹게 해주는 이 포도주를 포기하고, 다른 나무들 위로 가서 흔들거리란 말인가?”


마지막으로 포도나무의 고사에 이어 마침내 가시나무의 등장입니다. 무시무시한 폭군의 등장을 상징하는 가시나무입니다. 바로 아비멜렉은 물론 인류역사상 나타난 무수한 폭군들을 상징합니다. 각성한 민중들의 직접 투표에 의해 대표를 선출하는 일이 인류역사상 얼마나 획기적 일인지 깨닫게 됩니다. 말그대로 선거혁명입니다.  가시나무 같은 임금의 등장은 바로 어리석은 백성이 스스로 자초한 화입니다. 


“너희가 진실로 나에게 기름을 부어 나를 너희 임금으로 세우려 한다면, 와서 내 그늘 아래에 몸을 피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이 가시나무에서 불이 터져 나가, 레바논의 향백나무들을 삼켜 버리리라.”


임금 한 번 잘못 뽑으면 그야말로 백성들은 폭군의 노예가 되어 버리고 맙니다. 판관기의 가시나무 같은 폭군 아비멜렉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선한 목자 하느님을 상징하는 오늘 복음의 선한 포도밭 주인입니다. 예수님을 통해 환히 드러나는 선한 목자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선한 목자는 철저히 양들의 처지를 배려합니다. 포도밭 주인은 이름 아침부터 시작하여 9시, 12시, 오후 3시 그리고 마침내 하루가 끝날 때 쯤 오후 5시에 거리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을 모아 일터로 보냅니다.


“당신들은 왜 온종일 하는 일 없이 여기 서 있소?”하고 물으니 그들은 “아무도 우리를 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답하자 지체없이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하고 일자리를 마련해 줍니다.


모두가 완전 고용에 일자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모두의 내적사정을 배려한 연민 가득한 자비로운 목자, 하느님을 상징하는 포도밭 주인입니다. 품삯을 지불할 때도 맨 마지막에 온 이들로부터 시작하여 모두에게 한 데나리온 씩 지불합니다. 그러니 맨 먼저 온 이들의 불평은 너무 타당해 보입니다.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 군요.”


그대로 인간의 보편적 심정을 대변합니다.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다음 포도밭 주인의 대답이 오늘 복음의 절정입니다. 우리의 무지를 일깨우는 선한 목자 하느님의 너그럽고 자비로운 마음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불의를 저지른 것이 아니오. 당신은 나와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돌아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제분수를 몰랐고 선한 목자 하느님 마음을 몰랐기에 이런 옹졸하고 편협한 마음입니다. 그대로 우리의 마음을 보는 듯 합니다. 이 비유 또한 우리의 회개를 촉구합니다.


하느님의 계산법과 인간의 계산법은 다릅니다. 하느님 무상의 은총을 인간의 합리적인 정의의 잣대로 재려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선한 목자 주님은 일한 시간이 아니라 각자의 딱한 처지를 고려했음이 분명합니다. 하여 선한 목자 하느님은 일한 시간에 관계없이 모두가 평화로운 공존공생,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를 바라셨기에 똑같은 일당을 지불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이야말로 요즘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제’의 원조임을 깨닫게 됩니다. 모든 국민이 인간의 기본적인 품위를 유지하며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아무런 조건없이 모든 이들에게 매달 무상으로 일정한 수당을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선한 목자이신 당신을 닮아 우리 모두 너그럽고 자비로운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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