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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8.10.수요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258) 축일 

2코린9,6ㄴ-10 요한12,24-26

 

 

예닮의 여정

-섬김, 나눔, 따름-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고, 

 그분 계명을 큰 즐거움으로 삼는 이!

 

 잘되리라, 후하게 꾸어주고, 

 자기 일을 바르게 처리하는 이!

 

 그는 언제나 흔들리지 않으리니,

 영원히 의인으로 기억되리라.”

 

오늘 화답송 시편 112장이 참 좋습니다. 자연재해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 깨닫습니다. 더구나 혼자는 너무 미약합니다. 그래서 더불어의 삶과 여정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회개에 이어 공동체의 회개가 절실한 시대입니다. 사상 유례없는 폭우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줍니다. “폭우 하루 381.5mm, 102년만의 기록, ‘기후변화, 국지성 폭우 불러’”란 기사와 “역대 최악의 물폭탄에 수도권 마비상태, 피해 속출”이란 기사가 한눈에 들어 왔습니다. 이 또한 회개의 표징입니다.

 

새삼 그리스도 예수님께 관심이 집중되는 요즈음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여전히 우리에게 참 가까이 느껴지는 그리스도 예수님이요, 우리의 현재와 그리고 미래의 희망은 그리스도 예수님뿐임을 깨닫습니다. 우리를 부단히 회개에로 이끄는 영원한 회개의 표징, 희망의 표징인 그리스도 예수님입니다.

 

그래서 제 행복기도를 예닮기도(예수님 닮기)로 바꿨고, 오늘 강론 제목도 예닮의 여정으로 정했습니다. 섬김과 나눔의 사랑으로 그리스도 예수님을 따라가는 예닮의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3년전 나온 교황님의 사도적 권고, “CHRISTUS VIVIT(그리스도는 살아계시다)”라는 글을 대략 읽으며 감탄했습니다. 현시대의 모든 문제점과 처방이 망라되고 있으며, 결국은 그리스도께 우리의 관심을 집중토록 하는 글이었습니다. “예수님, 영원한 젊음(Jesus, ever young)”이라는 제2권의 제목도 좋았습니다. 세월 흘러 나이는 들어도 정신은, 마음은, 영혼은 주님처럼 언제나 푸르른, 늘 새로운 청춘이면 좋겠습니다.

 

특히 제4권의 제목이 좋았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너희는 하느님의 ‘지금’이다(You are the ‘now’ of God)”라는 제목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믿는 이들 모두가 하느님의 ‘지금’임을 깨달아 언제나 하느님의 현존으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바로 그 전형적인 모범이 그리스도 예수님입니다. 한평생을 하느님의 지금으로 투명한 하느님의 현존으로 하느님 나라를 사셨던 그리스도 예수님이셨고 이런 예수님을 뒤이은 교회의 참 보물인 성인들이었습니다.

 

오늘은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입니다. 길이 기억될 감동적인 성인입니다. 매일미사책의 소개가 간명하고 좋아 그대로 인용합니다. 성인은 스페인 태생으로 로마교회의 일곱부제중 수석부제였으며 그의 임무는 교회의 재산을 관리하고 빈민들을 구제하는 일이었습니다. 258년 발레리아누스 황제의 박해때, 이들이 교회의 보물을 바치라 하자 부제는 남몰래 교회의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뒤 그들을 박해자들 앞에 데려갑니다.

 

“이들이 교회의 재산입니다.”

 

분노한 박해자들은 성인을 처형했지만 만고불변의 진리를 선포한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이야말로 교회의 참보물이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용감하고 의로운 성 라우렌시오 부제 역시 하느님의 지금을 살았던 성인입니다. 오늘 복음의 배치도 이런 라우렌시오 순교성인에 잘 드러맞습니다. 순교는 성체와의 결합입니다. 즉 사랑의 순교자 그리스도 예수님과의 일치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그대로 그리스도 예수님의 삶과 죽음을, 그리고 예수님 뒤를 잇는 무수한 성인들, 순교자들을 지칭합니다. 얼마전 단체 피정신청한 분의 부탁도 잊지 못합니다. “희생과 봉사”에 대한 주제로 강의해달라는 것입니다. 모두가 책임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바로 하느님의 지금을 잘 드러내는 일이 사랑의 희생과 섬김이겠고,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길일 것입니다. 어떻게 하느님의 지금을 살 수 있는지 다음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섬김의 겸손, 섬김의 순종, 섬김의 추종, 섬김의 사랑입니다. 수도공동체는 주님을 섬기는 법을 배우는 학원이라 정의한 베네딕도 성인입니다. 예수님 또한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섬김으로 당신의 사명을 요약합니다. 믿는 이들에게는 섬김의 직무, 섬김의 권위, 섬김과 종의 영성만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섬김의 삶을 통해 주님을 따르는 우리의 삶입니다. 섬김에 이어 나눔의 삶이, 하느님의 지금을 잘 반영합니다. 자발적으로 기쁘게 선행의 나눔을, 자선을 강조하는 바오로 사도입니다.

 

“저마다 마음에 작정한 대로 해야지, 마지못해 하거나 억지로 해서는 안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모든 은총을 넘치게 주실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언제나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을 넉넉히 가져 온갖 선행을 넘치도록 할 수 있게 됩니다.”

 

나눔이 예닮의 삶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게 되는 작금의 상황입니다. 사랑의 선행과 자선의 나눔이야말로 하늘에 보물을 쌓는, 마음을 깨끗이 하는 제일의 수행임을 깨닫습니다. 교황님의 문헌에서 마음에 와닿은 “난민들은 우리 시대의 전형(Migrants as an epitome of our time)”이란 제목이었습니다. 곳곳에 보금자리 품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 넘치고 있는 시대입니다. 디지털 시대, 고립과 단절, 소외로 인해 날로 늘어나는 영적 난민들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함께 살아도 그리스도 예수님께 정주의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영적난민들입니다.

 

오늘은 우리 수도원의 정 라우렌시오 수련수사의 영명축일이고 엊저녁식사때는 조촐한 축하식도 가졌습니다. 열두명의 수도가족 전부와 묵고 있는 손님 4분이 함께 하니 4명 식탁의 넷이 가득하니 말그대로 이 시대 보기드문 축제의 분위기였습니다. 정주定住 수도원의 환대歡待가 ‘하느님의 지금’을 잘 표현하며 섬김과 나눔에 얼마나 결정적 도움이 되는지 깨닫습니다. 혼란한 세상 한복판 “사랑의 난민수용소(?)”같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지금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은 평생 하느님의 지금으로 사셨고 그 뒤를 이어 무수한 성인들이 이렇게 살았고 우리에게 주어진 평생 과제는 그리스도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에 항구한 것이겠습니다. 이 거룩한 미사중, 섬김과 나눔의 정신으로 항구히 한결같이 주님을 따를 수 있도록 주님의 도움을 청합시다.

 

“가난한 이에게 넉넉히 나누어 주니, 그의 의로움은 영원히 길이 이어지고, 그의 뿔은 영광 속에 높이 들리리라.”(시편112, 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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