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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17. 연중 제19주간 목요일 

여호3,7-10ㄱㄴㄹ.11.13-17 마태18,21-19,1



 사랑의 전사戰士

-이제 다시 시작이다-



지금도 담장이는 한창 수도원 담벼락을 타오르고 있습니다. 오늘 말씀 묵상중 떠오른 아주 예전에 써놓았던 ‘담장이’란 자작 애송시가 생각납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작년가을 붉게 타오르다 사라져갔던 담장이

 어느새 다시 시작했다


 초록빛 열정으로

 하늘 향해 힘차게

 담벼락 바위 나무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붉은 사랑으로 타오르다

 가을 서리 내려 사라지는 날까지 또 계속이다.


 해마다 반복된

 제자리 삶에도

 지칠줄 모르는 초록빛 열정이다


 다만 오늘

 하늘 향해 타오를뿐 내일은 모른다

 타오름 자체의 과정이 행복이요 영원이다-1997.6


20년 전에 써놓고 자주 애송하며 전의戰意를 불태우는 '담장이'란 시입니다. 전통적으로 수도생활은 영적전쟁이고 수도자들은 그리스도의 전사라 부릅니다. 죽어야 끝나는 영적전쟁에 죽어야 제대인 하느님을 닮아 영원한 청춘에 영원한 현역의 그리스도의 전사, 사랑의 전사가 수도자들입니다. 물론 영적전쟁의 대상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기적 나입니다. 나와의 평생싸움이 영적전쟁의 내용입니다.


하느님 역시 지칠줄 모르는 영적전사요 사랑의 전사입니다. 모세는 영적전쟁에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성하고 퇴장하지만 하느님은 다시 여호수아와 함께 영적전쟁을 다시 시작하십니다. 하느님은 오늘날도 여전히 우리와 함께 하시며 그리스도를 통해 영적전쟁을 진두지휘陣頭指揮 하십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똑같은 반복이 아니라 더 한층 완성에 다다른 성장과 성숙의 반복입니다. 하느님처럼 해마다 반복되는 제자리 삶에도 지칠줄 모르는 열정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모세와 함께 홍해를 건넜던 하느님께서 오늘 여호수아와 함께 요르단 강을 건넙니다. 


‘주님의 계약 궤를 맨 사제들이 요르단 강 한복판 마른땅에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동안, 온 이스라엘이 마른땅을 밟고 건너서, 마침내 온 겨레가 다 건너간 것이다.’


흡사 날마다 ‘하루의 강’을 건너야 하는 우리의 영적전쟁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또 건너야 하는 하루의 강, 요르단 강입니다. 


삶은 완성이 아니라 늘 새롭게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여호수아는 하느님께 순종했고 백성들은 여호수아에게 순종함으로 성공적으로 요르단 강을 건넙니다. 여호수아 역시 하느님의 전사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새삼 하느님의 전사, 그리스도의 전사, 사랑의 전사의 특징은 순종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전사, 그리스도의 전사는 ‘평생 나와 싸우는’ 사랑의 전사, 믿음의 전사, 평화의 전사입니다. 주님은 오늘 복음에서 당신 제자들에게 사랑의 전사답게 지칠줄 모르는 열정으로 용서의 사랑을 실천하라 하십니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베드로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숨쉬듯이, 밥먹듯이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인 용서하는 사랑입니다. 값싼 사랑이 아니라 끊임없이 용서해야 하는 노력을 요하는 사랑입니다. 용서 또한 하느님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무한하신 자비를 깨달을 때 가능한 한결같은 용서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전사요 사랑의 전사입니다. 사랑할 때 알고 아는만큼 보입니다. 사랑의 전사인 우리의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습니다. 이기적 나가 궁극의 적입니다. 정말 훌륭한 사랑의 전사는 하느님을 알고 자기를 알고 이웃을 아는 지혜롭고 겸손한 사람입니다. 


“이 악한 종아,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 너희도 저마다 자기 형제를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


용서의 사랑에 인색한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오늘 악한 종은 하느님의 자비도 몰랐고, 자기가 얼마나 하느님의 자비를 받고 있는 은총의 존재인지 몰랐고 불쌍한 이웃도 모른 참 무지無知의 사람이었습니다. 사랑의 전사인 우리에겐 반면교사反面教师가 되는 무자비한 종입니다. 


진짜 주님의 사랑의 전사는 자비로운 사람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진정 하느님을 알고 자기를 알면 알수록 자비롭고 지혜롭고 겸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의 사랑의 전사로 오늘 하루도 영적승리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오늘은 요셉수도원의 정훈만 세례자 요한의 4회째 맞는 기일입니다. 

“주님, ‘사랑의 전사戰士’로 살다가 2013년 8월17일 배밭에서 일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전사戰死’한 정요한 수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은혜를 베푸신 주님께 노래하리이다. 지극히 높으신 주님 이름 찬양하리이다.”(시편13,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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