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6.연중 제34주간 월요일                                                                        묵시14,1-3.4ㄴ-5 루카21,1-4 

 

 

 

주님과 일치의 여정

-참 내적으로 자유롭고 부유하고 행복한 사람들-

 

 

오늘 복음의 가난한 과부의 헌금 모습을 묵상하던 중 오래 전 써놨던 ‘누가 겨울나무들 가난하다 하는가’라는 자작시가 생각났습니다.

 

-누가/겨울나무들/가난하다 하는가

 나무마다/푸른 하늘/가득하고

 가지마다/빛나는 별들/가득 달린 나무들인데

 누가/겨울나무들/가난하다 하는가-1998.11.21

 

나뭇잎들 다 떠나 보낸 후 텅 빈 공간 가득 채운 푸른 하늘, 빛나는 별들 가득한 겨울나무들, 가난한 듯 하나 실로 내적으로 참 부요한 삶을 상징합니다. 오늘 복음의 가난한 과부가 바로 그러합니다.

 

누가 참 행복한 사람들입니까? 주님과 일치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한 자들입니다. 오늘 복음과 제1독서가 짧지만 아주 깊고 풍부한 가르침을 줍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줍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는 ‘가난한 과부의 헌금’이고 제1독서의 주제는 ‘어린양과 속량된 자들’입니다.

 

오늘 복음 장면이 한 폭의 그림처럼 참 선명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눈을 들어 헌금함에 예물을 넣는 부자들을 보고 계십니다. 이어 빈곤한 과부가 렙톤 두 닢을 거기에 넣는 것을 보시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풍족한 가운데에서 얼마씩을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어느 편에 속하는지요? 우리 내면을 환히 비춰주는 부자와 가난한 과부입니다. 가난한 과부야 말로 참으로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갈림없는 마음으로 주님을 온전히 사랑하는 마음 순수한 사람의 전형입니다. 온전한 믿음의 사람입니다. 주님은 과부의 모습에서 자신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으셨을 것입니다. 

 

누가 진정 부요하고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겠는지요. 바로 가난한 과부입니다. 주님을 사랑하기에 이런 자발적 봉헌입니다. 꼭 필요한 적은 소유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 부자요 자유인이요 행복한 사람입니다. 

 

가장 부유한 사람은 많은 재산을 축적한 사람이 아니라 최소의 소유로 만족하는 자들입니다. 참으로 하느님만으로 행복한 이들이 자유인이며 부자인 것입니다. 가난한 과부는 부족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하루하루 하느님 믿음으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시편의 고백은 그대로 가난한 과부의 고백이었을 것입니다. 언젠가 어느 분과 주고 받은 문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신부님은 무엇을 좋아하십니까?”

“하느님을 좋아합니다.”

 

음식을 암시한 물음이었지만 제 본심을 말했습니다. 하느님 말고는 제게 필요한 것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과부는 하느님만으로 행복하고 부유하고 자유로웠던 사람의 전형입니다. 가난해도 전혀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기에 갖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대로 주님과 일치의 정도를 반영합니다. 주님과 사랑의 일치가 깊어질수록, 주님을 닮아갈수록 마음의 순수요 정체성 뚜렷한 삶입니다. 내적으로 참 자유롭고 부유하고 행복한 참 나의 실현입니다. 말 그대로 살 줄 몰라 불행이요 살 줄 알면 행복입니다.

 

어찌보면 동병상련입니다. 가난한 과부의 전적 봉헌에서 예수님은 자신의 가난을 새롭게 발견하고 확인하셨을 것입니다. 가난하기로 하면 예수님보다 가난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느님과 일치된 삶을 사셨기에 누구보다 자유롭고 부유하고 행복하셨습니다. 참으로 건강한 영혼의 소유자였습니다.

 

오늘 복음의 어린양을 따르는 속량된 자들 십사만 사천명은 가난한 과부의 미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평생 어린양이신 주님을 항구히 충실히 따르다가 순교한 이들을 가리키지만 가난한 과부처럼 갈림없는 순수와 사랑과 믿음으로 주님을 섬겼던 사람들도 해당됩니다. 죽어서만 순교가 아니라 살아있는 순교적 삶을 사는 이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제1독서 묵시록에서 속량된 자들에 대한 주석이 깊이 음미할만 합니다.

 

“속량된 이들은 그리스도와 온전한 연대성을 이룬 사람들이다. 동정성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백성의 특징으로 제시되나 그리스도의 연대성이 동정성을 이해하는 데 열쇠가 된다. 여기에서 말하는 순결은 성관계를 전혀 갖지 않았다거나 불륜이나 간통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좁은 의미가 아니라, 더욱 넓게 은유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곧 이 세상의 우상 숭배로 조금이라도 몸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교회의 고결함과 충실성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온전히 하느님 중심의 삶으로 주님과 일치의 여정에 항구했던 자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그들의 입에서는 거짓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흠 없는 사람들입니다.’ 묵시록의 속량된 자들의 모습에서 그대로 복음의 가난한 과부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바로 화답송 시편에서 묘사하는 모습과 일치합니다.

 

“누가 주님의 산에 오를 수 있으랴? 누가 그 거룩한 곳에 설 수 있으랴? 손이 깨끗하고 마음이 결백한 이, 헛된 것에 정신을 팔지 않는 이라네.”(시편24,3-4ㄱㄴ).

 

주님과 사랑의 일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하여 주님을 닮아갈 때 이런 거짓없고 흠없는 순결의 삶입니다. 정체성 뚜렷하여 자유롭고 부유하고 행복한 참으로 건강한 영혼들입니다. 

 

어린양이신 예수님과 함께 십사만 사천명의 속량된 자들이 서있는 시온산이 상징하는 바 오늘 지금 여기입니다. 그들의 이마에는 어린양의 이름과 그 아버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합니다. 바로 주님과 일치의 상징을 나타내는 표입니다. 아마 복음의 가난한 과부의 이마가 그러했을 것이며 충실히 주님을 따르는 이들의 이마에도 이미 이런 표지가 있을 것입니다. 

 

하여 우리의 이마에 십자표를 하며 바치는 성호경의 기도가 참으로 은혜로운 것입니다. 아버지와 예수님과 성령의 이름을 이마에 새기는 주님과의 깊은 일치를 상징하는 표지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과 일치의 여정에 항구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어좌와 네 생물과 원로들 앞에서 새노래를 부르는 속량된 성인들처럼 우리도 늘 새 노래를 부르는 마음으로 주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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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18.11.26 09:49
    주님은 저희가 세상 만물에 관심을 갖고 있을때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힘들고 어렵고 아플때에는
    간절함 속에서 비로소 주님을 만날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세상만물보다
    항상 주님을 간직하고 살게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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