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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12.부활 제2주간 금요일                                                              사도5,34-42 요한6,1-15

 

 

분별력의 지혜

-자비와 지혜의 주님-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은 내 생명의 요새. 

 나 누구를 무서워하랴?”(시편27,1)

 

예수님은 하느님의 화신이며 현존입니다. 예수님을 통해 자비하시고 지혜로우신 하느님의 모습이 환히 드러납니다. 시편성무일도시 시편136장 1-26절까지 매절 후렴마다 흥겹게 반복되는 “당신의 자비는 영원하시다”라는 말마디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바로 이런 자비에서 자연스럽게 샘솟는 지혜요, 자비와 지혜는 함께 갑니다. 새삼 무지와 허무에 대한 궁극의 답도 하느님 자비와 지혜의 화신인 파스카 예수님뿐임을 깨닫게 됩니다.

 

무엇보다 ‘분별력의 지혜’에서 주님의 지혜는 빛을 발합니다. 성 베네딕도 역시 분별력의 지혜를 모든 덕의 어머니라 칭하며 아빠스의 최고의 자질로 일컫고 있습니다. 아빠스뿐 아니라 공동체의 지도자는 물론 믿는 모든 이들에게 참 필수적 자질이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성규 64장에서는 베네딕도의 중용사상을 대표하는 분별력의 지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자기의 명령에 있어서는 용의주도하고 깊이 생각할 것이며, 그 명령이 하느님께 관계되는 일이든 아니면 세속에 관계되는 일이든, 분별있고 절도있어야 할 것이니, ‘만일 내가 내 양의 무리를 심하게 몰아 지치게 하면 모두 하루에 죽어 버릴 것이다’ 하신 성조 야곱의 분별력을 생각할 것이다.

이 밖에도, 모든 덕행들의 어머니인 분별력의 다른 증언들을 거울삼아, 모든 것을 절도있게 하여, 강한 사람은 갈구하는 바를 행하게 하고, 약한 사람은 물러나지 않게 할 것이다.”(성규64,17-19)

 

놀랍게도 1500년전, 성 베네딕도의 분별력의 지혜에 관한 주옥같은 말씀입니다. 얼마나 디테일에 강한 중용의 지혜를 지닌 ‘분별력과 절도’의 장상이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바로 이런 분별력의 지혜를 지닌 분이, 분별력의 대가가 우리 파스카의 예수님입니다. 

 

오늘 복음의 오천명을 배불리 먹이신 빵의 기적을 통해, 성체성사가 얼마나 주님의 참 좋은 선물이요 주님 자비와 지혜의 결정체인지 깨닫게 됩니다. 정말 성체성사의 은혜를 깊이 깨달아 갈수록 주님을 닮아 자비와 지혜의 인물이 될 것입니다. 

 

오늘 성체성사를 상징하는 복음의 빵의 기적이야기중 두 대목에서 주님의 분별력의 지혜가 빛을 발합니다. 바로 지나쳐버리기 쉬운 한 작은 아이의 봉헌입니다. 시몬 베드로의 동생인 안드레아가 시큰둥하게 말할 때, 분별력의 지혜로 빛나는 주도면밀한 우리 주님이 이를 놓칠리 없습니다.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사태의 본질을 파악한 주님의 신속한 반응입니다. 

“사람들을 자리 잡게 하여라.”

 

말그대로 오병이어의 기적이요, 작은 아이의 전적 봉헌을 기초로 하여 일어난 기적입니다. 작은 아이의 나눔과 섬김의 전적 봉헌에 감동하신 주님이요 군중들이었을 것이고, 이에 감동하여 저마다 먹을 것을 지닌 이들이 부끄러움을 느껴 가진 것을 모두 봉헌하여 나눴을 것이니 바로 이것이 기적의 본질입니다. 사실 복음의 작은 아이처럼 자기가 지닌 모든 것을 나눠 섬길 때 세상에 굶주리는 이들은 모두 사라지는 기적이 발생할 것입니다.

 

새삼 우리는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가진 것을 모두 봉헌하는 아이의 나눔과 섬김의 정성된 자세로 미사에 참여해야 함을 배우고 깨닫습니다. 아마도 미사를 통해 하느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최종 목표도 여기 나눔과 섬김에 있음을 봅니다. 또 하나 주님의 분별력의 지혜가 빛을 대하는 대목은 후반부에 나옵니다.

 

예수님의 오병이어의 기적에 놀란 군중은 “이분이 세상에 오시기로한 예언자다” 착각하고 억지로 모셔다가 자기들의 임금으로 삼으려 합니다. 광야에서 유혹했던 악마의 재차 침입이요, 이들의 속셈을 간파한 주님은 이들의 환호와 욕망에 유혹되어 영합하지 않고 단호히 이들을 떠나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갑니다. 주님의 분별력의 지혜가 절정의 빛을 발합니다. 공성이불거(功成而弗居), 공을 이루었으면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는 노자의 지혜를 연상케 하는 대목입니다.

 

이런 분별력의 지혜는 제1독서 사도행전의 가말리엘에게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사도들의 용기있는 발언에 격분한 이들이 사도들을 죽이려 할 때, 바로 온 백성에게 존경을 받는 율법교사로서 가말리엘이라는 바리사이가 분연히 일어나서 개입합니다. 참 어른의 진가는 이런 때 들어납니다. 말그대로 명불허전(名不虛傳), 가말리엘은 분별력의 지혜를 발휘함으로 이들의 혼란을 잠재운채 참 평화롭게 끝냅니다.

 

“이제 내가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저 사람들 일에 관여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저들의 그 계획이나 활동이 사람에게서 나왔으면 없어질 것이나, 하느님에게서 나왔으면 여러분은 저들을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 자칫하면 여러분이 하느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멋진 분별력의 지혜가 발휘된 처방의 조언인지요! 때로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상황이 잘 파악되지 않을 때는 잠시 하느님께 맡기고 때를 기다리며 “1.건들이지 말고, 2.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공동생활의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아주 오래전 염추기경님이 여기서 피정할 때, “여기 있으니 건들이는 사람이 없어서 좋아, 그냥 내버려 두어 좋아...”하던 두 말마디를 잊지 못합니다. 

 

‘정직은 최고의 정책’이요, ‘정직은 가장 오랜 간다’는 말마디 역시 정직이 지혜임을 말해 줍니다. 다음 오늘 옛 어른의 말씀도 지혜의 본질을 알려 줍니다. 

“근본이 서면 사람이 모이고, 말단을 추구하면 사람은 흩어진다. 사람을 모으면 세상을 얻는다.”

다산의 말씀이요, 근본을 세우는 것이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덕은 근본이고 재물은 말단이다.”

대학에 나오는 말마디로, 덕을 추구함이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자비하시고 지혜로우신 분입니다. 하느님의 화신인 자비와 지혜의 예수님을 닮아갈수록 자비하고 지혜로운 삶이요 날마다의 주님의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자비와 지혜의 사람으로, 분별력의 지혜를 지닌 사람으로 변모시켜 줍니다.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살며, 

 주님의 아름다움 바라보고, 

 그분의 성전 우러러보는 것이라네.”(시편27,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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