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4.14.부활 제3주일                                    사도3,13-15.17-19 1요한2,1-5ㄱ 루카24,35-48

 

 

벽(壁)이 변하여 문(門)으로

“평화가 너희와 함께!”

-부활하신 주님과 만남의 삶, 회개의 삶, 증인의 삶-

 

 

“누가 우리에게 좋은 일을 보여 주리이까?

 주님, 저희 위에 당신 얼굴 밝은 빛을 비추소서.”(시편34,7)

 

2008년도 시작된 왜관수도원 계간지 “향기로운 길, 분도”가 16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니 참 반갑고 고맙습니다. 2012년 봄호 18호에 실린 ‘산중한담(山中閑談)’란 ‘문(門)과 벽(壁)’이란 글이 앞부분을 나눕니다. 벌써 12년전 글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창문 좋은 방이 제일이다. 내 집무실이나 성당 내 자리에 지극히 만족하는 것은 좋은 창문 때문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창밖 풍경이기에 이보다 더 좋은 그림도 없다. 굳이 그림이나 꽃꽂이가 필요없는 성당이고 집무실이다. 창밖을 바라볼 때마다 행복감을 느낀다. 창밖의 푸른 하늘을 그대로 하느님 마음 같기도 하고 얼굴같기도 하다. 그리하여 창밖을 보며 써놓은 시도 부지기수다. 예전에 써놓고 흡족해 했던 시가 생각납니다.

 

-방에 있는

 TV,그림,사진...

 대부분 군더더기

 쓸데없는 짐

 

 이 보다 더 좋은

 임 만드신

 창문 밖 하늘 풍경

 살아 있는 그림

 

 늘 봐도 새롭고 좋네

 좋은 창 지닌

 방 하나만 있어도

 부러울 것 없겠네-2005.4

 

좋은 창 지닌 방 하나만 있어도 부자다.”

 

12년전 그대로의 환경에 지금도 여전히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문과 벽’이란 위 글은 34년전 1990년 부활 제2주일 강론 제목에서 착안한 글입니다. “벽이 변하여 문으로”라는 강론이었는데 제목의 신선함 때문에 지금도 잊지 못하는 강론이요, 그 이후로도 참 많이 생각했던 주제이고, 오늘 다시 사용하는 강론의 제목입니다. 영적 삶의 여정에 중요한 세요소에 대해 나눕니다. 

 

첫째, 만남의 삶입니다.

만남들로 이뤄진 우리의 삶입니다. 참 좋은 만남은 우연도 당연도 아닌 하느님 은총의 선물입니다. 만남중의 만남이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한두번의 만남이 아니라 하루하루 날마다 매순간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이니 우리 영적 삶은 말그대로 부활하신 주님과 만남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십시오. 주님 부활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제자들 가운데 나타나신 주님입니다. 지난주는 요한복음이었는데 오늘은 루카복음입니다. 분명 문은 닫혀 벽뿐이 방이었을 텐데 제자들의 공동체에 부활하신 주님의 임재입니다. 임재(臨在)하니 이 말마디를 너무 좋아하신 지금은 고인이 된 문세화 신부님이 생각납니다. 제가 대구가대에서 신학을 공부할 때 지대한 영향을 주신 분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임재와 더불어, 만남과 더불어 벽은 문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두려움의 벽이 평화의 문으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주님의 참 좋은 최고의 선물이 평화입니다. 주님의 만남과 더불어 선사되는 평화와 더불어 제자들의 절망과 슬픔, 두려움에 닫혀 벽같이 되었던 마음도 활짝 열린 문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평화와 더불어 기쁨의 선물이요 닫힌 벽같은 마음도 활짝 열린 평화의 문, 기쁨의 문이 됩니다.

 

둘째, 회개의 삶입니다.

만남과 더불어 회개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부활의 증인이 된 베드로의 열화같은 솔로몬 주랑에서의 설교도 회개를 촉구하는 내용들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날 때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회개입니다.

 

“여러분은 생명의 영도자를 죽였습니다...이제, 형제여러분! 나는 여러분도 여러분의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무지한 탓으로 그렇게 하였음을 압니다...그러므로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와 여러분의 죄가 지워지게 하십시오.”

 

무지의 악, 무지의 죄, 무지의 병이요, 무지보다 인간에게 큰 걸림돌은 없습니다. 모든 인간의 불행이나 비극은 바로 무지에서 기인합니다. 탐욕, 교만, 질투 모두 무지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마음의 눈을 멀게 합니다. 참으로 무지의 인간이라 정의할만 합니다. 오늘날도 여전히 계속되는 전쟁 역시 인간 무지를 반영합니다. 

 

무지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은 주님과의 만남에 이은 전적인 회개뿐입니다. 참된 회개는 무지에 대한 유일한 답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하느님게 돌아서는 회개요 회개와 더불어 죄는 지워지고 무지에서 점차적인 해방입니다. 그러니 우리 삶의 여정은 회개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회개와 더불어 무지의 벽은 변하여 지혜의 문이 될 것입니다. 온갖 내적 벽이 변하여 문이 되는 것 역시 회개의 은총입니다. 새삼 회개의 선택, 훈련, 습관을 위해 평생 매일 바치는 영성훈련이 공동체가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시편성무일도와 미사 공동전례기도임을 깨닫습니다. 

 

셋째, 증인의 삶입니다.

사도들처럼, 성인들처럼 주님 부활의 증인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믿음과 사랑과 희망을 사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와 기쁨을 사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사는 것입니다. 바로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이 우리를 이렇게 살도록 해줍니다. 바로 부활하신 주님의 당부이자 사도들이 참 좋은 주님의 증인들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당부 말씀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리고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부활의 증인, 회개의 증인, 용서의 증인으로 이웃에 활짝 열린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부활의 증인 베드로의 힘찬 고백입니다. “여러분은 생명의 영도자를 죽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죽인 이들 가운데에서 그분을 살리셨고, 우리는 그 증인입니다.” 얼마나 장쾌한 부활의 증인으로서 감동적 고백인지요!  예전에 주님을 부인하던 그 나약하고 겁많던 베드로가 아닙니다. 

 

샘솟는 용기의 사도, 부활하신 주님의 증인 베드로입니다. 지난 수요일 일반 알현 때, 교황님의 가르침의 주제도 용기(fortitude)였습니다. 현명(prudence), 인내(patience,) 정의(justive)에 이은 용기(fortitude)란 주제였습니다. 은총으로 유지되는 용기가 날마다 우리를 도우며 해결을 강화하고 장애를 극복함을 강조했으며, ‘용기없는 신자들은 무용한 신자들’이라 말씀하셨습니다. 교황님 역시 부활의 증인이자 용기있는 사도로써 베드로의 진짜 후계자답습니다. 부활의 증인, 요한 사도도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누가 죄를 짓더라도 하느님 앞에서 우리를 위로해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곧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은 우리를 위한 속죄제물이십니다. 우리 죄만이 아니라 온세상의 죄를 위한 속죄제물이십니다...누구든지 그분의 계명을 지키지 않으면 그에게는 진리가 없고,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 사랑이 완성됩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증인으로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그분을 한결같이 사랑하고 섬기며, 그분의 계명을, 말씀을 지키는 일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부활하신 주님과 만남의 삶, 회개의 삶, 증인의 삶에 항구할 때, 말그대로 

 

무지의 벽은 지혜의 문으로, 

두려움의 벽인 평화의 문으로, 

미움의 벽은 사랑의 문으로, 

슬픔의 벽은 기쁨의 문으로, 

절망의 벽은 희망의 문으로, 

불신의 벽은 믿음의 문으로 바뀔 것입니다.

 

바로 “벽이 변하여 문으로!”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우리의 모든 내외적 벽들이 활짝 열린 하나의 문, 주님의 문으로 바뀔 것입니다. 주님은 벽이 없는 온통 문이신 분입니다.

 

“나는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 또 드나들며 풀밭을 찾아 얻을 것이다.”(요한10,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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