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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3.연중 제33주간 토요일                                                     1마카6,1-13 루카20,27-40

 

 

 

주님과 일치의 여정

-삶과 죽음, 부활-

 

 

 

강론중 참 많이 사용한 말마디가 여정입니다. 무한한 삶이 아니라 언젠가 죽음으로 끝나는 여정이라는 것이지요. 하여 실감나는 비유가 우리 삶을 일일일생 하루로, 또 일년사계로 압축할 때 어느 지점에 와 있겠는가 묻게 됩니다. 이것은 제가 산티아고 순례중에 깊이 생각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참으로 기억해야 할 것이 '하느님'과 '죽음'입니다. 하느님을, 또 죽음을 날마다 환히 눈앞에 두고 살아갈 때 오늘 지금 여기서 환상없이 하루하루 본질적 투명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죽음이 있어 하루하루가 귀한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란 물음은 ‘어떻게 살 것인가?’란 물음으로 직결됩니다. 참으로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또 바오로 사도의 말처럼 항상 기쁘게, 늘 기도하면서,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살 때 죽음도 은총의 선물처럼 주어질 것입니다.

 

어제 경향신문 1,2,3면을 가득 채운 기사도 이색적이었습니다. 다시 죽음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몰랐다 오늘 내가 죽는다는 걸, 알았다 오늘 내가 죽을 수 있다는 걸”, “하루에 한명 떨어져 죽고, 사흘에 한 명 끼어서 죽는다”는 제하에, 작년 1,1일부터 올해 9월말까지 노동중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가 무려 1200명이란 기사였습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사고로 병으로 자살로 불행한 죽음을 맞는 현실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죽음앞에 누구나 자문하게 될 것입니다. 얼마전 참으로 진지하게 살아가시는 연노한 수녀님의 진솔한 고백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때로는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이 아닐까, 과연 하느님이 계실까, 하느님을 뵈올 수 있을까 하는 유혹도 든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어쩌다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무의미하게 생각없이 살다가 죽은 무수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등 죽음에 대한 물음은 끝이 없습니다.

 

문득 며칠전 읽은 좋은 글의 네 조건이 생각납니다. 쉽고, 간결하고, 명료하고, 정확해야 한다는 것인데, 정말 하느님을, 죽음을 늘 눈앞에 환히 두고 깨어 살아갈 때 삶 역시 쉽고, 간결하고, 명료하고, 정확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삶은 필시 깊고 아름답고 감동적일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의 회한에 가득찬 죽음도 인상적입니다. 그대로 죽음은 그의 삶의 반영이자 요약임을 깨닫게 됩니다. 산대로 죽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연속되는 실패에 큰 충격과 큰 실망 때문에 오랫동안 누워 있다가 죽음이 닥친 것을 느낀 임금의 진솔한 고백입니다.

 

“내 눈에서는 잠이 멀어지고 마음은 근심으로 무너져 내렸다네.---내가 예루살렘에 끼친 불행이 이제 생각나네. 그곳에 있는 금은 기물들을 다 빼앗았을뿐더러, 까닭없이 유다 주민들을 없애 버리려고 군대를 보냈던 거야. 그 때문에 나에게 불행이 닥쳤음을 깨달았네. 이제 나는 큰 실망을 안고 이국땅에서 죽어 가네.”

 

과연 후회없이 시종여일 한결같이 착한 삶을 살다가, 실망이나 절망함이 없이 희망과 기쁨중에 아름다운 최후의 선종을 맞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요? 언젠가 갑작스런 선종의 죽음은 없습니다. 참으로 부활신앙, 부활희망의 은총을 청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믿음이, 희망이 있을 때 함부로, 되는 대로 막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참으로 끊임없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삶중에 역동적으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주님은 이런 부활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오늘 복음에서 분명히 가르쳐 주십니다.

 

“부활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받는 이들은 더 이상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천사들과 같아져서 더 이상 죽는 일도 없다. 그들은 또한 부활에 동참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이미 세례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이미 부활의 삶이 시작된 우리들임을 깨달아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라는 것입니다. 죽어서가 아닌 오늘 지금 여기서 영원한 삶의 하느님 나라를 살라는 깨달음을 줍니다. 우리가 믿고 사랑하는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이들의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사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있는 것입니다. 

 

이런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사랑이, 희망이 삶과 죽음에 대한 유일한 답임을 깨닫습니다. 살아도 주님을 위해서, 죽어도 주님을 위해서, 살아도 주님의 것이고, 죽어도 주님의 것이라는 바오로 사도의 고백도 생각납니다. 참으로 주님과 일치의 여정, 파스카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때 잘 살다 잘 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은 우리의 궁극의 믿음, 희망, 사랑입니다. 삶과 죽음을 넘어, 파스카의 주님과 함께 파스카의 신비를, 파스카의 기쁨을, 파스카의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니 파스카의 주님과 날로 깊어지는 일치의 관계가 우리 삶의 모두임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삶과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일거에 몰아내시고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주님과 일치하여 참 영원한, 행복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참으로 삶도 죽음도, 세상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주님과 일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음을 확신합니다.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은 죽음을 없애시고, 복음으로 생명을 환히 보여 주셨네.”(2티모1,1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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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19.11.23 23:51
    사랑하는 주님, 오늘 지금 이 순간 주님과의 일치의 습관을 통하여 구원의 삶을 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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