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3.월요일 

우리 연합회의 수호자 성녀 오딜리아(660-720) 동정 대축일 

이사35,1-4ㄷ.5-6.10 1코린7,25-40 루카11,33-36

 

 

꿈의 훈련, 꿈의 실현

-루멘체치스(Luumen Caecis);맹인에게 빛을!-

 

 

오늘은 우리 오딜리아 베네딕도 연합회의 수호자인 성녀 오딜리아 동정 대축일이자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입니다. 성녀 오딜리아는 순교자는 아녔지만 말 그대로 순교적 삶을 살았던 성녀였습니다. 잠시 루치아 성녀에 대해 전설적인 일화를 소개합니다.

 

“빛, 광명을 의미하는 ‘룩스’(Lux)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이름을 가진 성녀 루치아는 4세기초(314년) 순교한 분으로 모진 고문을 받을 때 눈알에 뽑히는 형벌까지도 받았다. 그러나 천사의 도움으로 뽑힌 눈알을 돌려 받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성녀 루치아는 이름 그대로 어둠을 밝히는 빛나는 동정 순교자로서, 시력이 약하거나 시력을 잃은 이들과 눈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의 수호성인으로서 공경을 받고 있다.”

 

오늘 우리 연합회의 대축일을 지내는 오딜리아 성녀와 ‘빛’이란 점에서 일맥상통합니다. 오딜리아 성녀 역시 전설적인 분으로 7세기 중엽 프랑스 북동부 알자스 지방 보주 산맥의 오베르하임에서 태어난 성녀는 후에 수녀원장이 될 때까지 참 판란만장한 고난의 삶이었습니다. 

 

맹인으로 태어난 성녀는 세례중 성유가 눈에 닿자마자 눈이 열려 시력이 온전해 지는 기적이 일어났다는 전설같은 실화가 전해집니다. 성녀에 대한 공경은 프랑스를 넘어 독일에까지 급속하게 퍼져갔으며 16세기 이전부터 성녀 오딜리아는 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이나 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수호성인으로 여겨져 왔으며, 교황 비오 12세는 성녀 오딜리아를 알자스 지방과 시각장애인 및 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합니다.

 

두 분은 시각장애인들의 수호성인이란 점에서 일치합니다. 빛의 성녀인 오딜리아와 루치아입니다. 우리 연합회의 모토인 “루멘체치스(Luumen Caecis);맹인에게 빛을!” 이란 말마디도 오딜리아 성녀의 전설적인 일화에서 근거합니다. 간절히 하느님을 열망하여 하느님을 꿈꿨기에 은총으로 눈이 열린 오딜리아 성녀임을 깨닫습니다.

 

모든 성인들의 공통점에 주목합니다. 성인들은 모두가 ‘꿈의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부단히 하느님을 꿈꾸는 성인들이었고 그 꿈이 실현되어 하느님을 닮은 성인이 되었습니다. 하늘 꿈, 하늘 희망, 하늘 비전은 우리 믿는 이들의 삶에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꿈이, 희망이, 비전이 있어야 비로소 참으로 살아있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꿈을 노래한 끝기도시 찬미가중 주님을 꿈꾸게 해달라는 아름다운 한 연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잠을 자도 주님과 함께/꿈에도 당신만을 뵙게 하소서

언제나 한결같이 당신영광을/새는날 밝아올제 찬미하리라.”

 

더불어 주일미사후 낮기도 대신 바치는 짧은 시편 은혜로운 한 대목도 생각납니다.

 

“주님은 사랑하시는 자에게/그 잘때에 은혜를 베푸심이로다.”(시편127,2ㄴ)

 

오늘 제1독서의 주인공 이사야 예언자 역시 꿈의 사람이었습니다. 예언자이자 신비가이자 시인이였고 부단히 하느님을 꿈꿨던 말그대로 이상주의理想主義적 현실주의現實主義자였습니다. 오늘 제1독서 이사야의 하늘 나라 꿈은 얼마나 고무적이며 우리를 격발激發케 하는지요! 바로 이런 하느님 꿈이, 하늘나라 꿈이 우리를 참으로 살게 합니다. 그대로 대림시기를 맞이한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광야와 메마른 땅은 기뻐하여라. 사막은 즐거워하며 꽃을 피워라. 수선화처럼 활짝 피고, 즐거워 뛰며 환성을 올려라. 그들이 주님의 영광을 보리라. 우리 하느님의 영화를 보리라. 그때에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리라. 그때에 다리저는 이는 사슴처럼 뛰고, 말못하는 이의 혀는 환성을 터뜨리리라. 끝없는 즐거움이 그들 머리위에 넘치고, 기쁨과 즐거움이 그들들과 함께하여, 슬픔과 탄식이 사라지리라.”

 

이사야 예언자가 아니곤 어디서 이런 아름다운 하늘 꿈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는지요! 언젠가의 ‘그때’가 아니라 바로 오늘 ‘이때’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참으로 하늘 나라 꿈을 통해 하느님을 만날 때 마음의 눈이 열립니다. 참으로 많이 강조했던 하느님을 모르고 나를 모르는 무지無知라는 마음의 병입니다. 무지에 눈멈에서 기인하는 온갖 불행이요 비극입니다. 

 

하느님을 꿈꿀 때, 회개를 통해 하느님을 만날 때 무지의 눈이 열립니다. 참으로 회개를 통해 무지의 눈이 열릴 때 비로소 사랑과 지혜, 겸손과 진실의 사람이 됩니다.

 

엊그제 가톨릭 신문 복음 묵상란 제목을 잊지 못합니다. “기쁨의 훈련!”입니다. 언젠가 본 ‘희망의 훈련’이란 말마디도 생각났습니다. 죽을 때까지 살아있는 그날까지 영성훈련이 기쁨의 훈련, 희망의 훈련, 꿈의 훈련이라는 것입니다. 어찌 이뿐입니까! 감사의 훈련, 겸손의 훈련, 사랑의 훈련, 행복의 훈련 줄줄이 계속됩니다. 참으로 우리가 이런 덕목을 선택하여 부단히 훈련할 때 행복한 삶이겠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매일 평생 끊임없이 마음을 다해 바치는 공동전례기도시간은 희망과 기쁨, 겸손과 진실, 찬미와 감사의 영성훈련시간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부단히 선택하여 단련하고 키워야 하는 희망이자 꿈이요 기쁨이요 모든 영성 덕목들입니다. 이런 영성훈련의 열매가 참 풍요롭습니다. 무엇보다 하느님을 만날 때 무지의 두려움에서 해방됩니다.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너희는 맥 풀린 손에 힘을 불어넣고, 꺾인 무릅에 힘을 돋우어라. 마음이 불안한 이들에게 말하여라. ”굳세어져라. 두려워하지 마라. 하느님께서 오시어 너희를 구원하신다.”

 

바로 이것이 희망의 힘, 꿈의 힘이요 하느님의 힘입니다. 사실 희망을 잃으면 모두를 잃는 것이요 무기력하고 무감각한 죽어있는 삶이 뒤따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만날 때 깨어 살아나는 영혼이요 무지의 두려움에서 해방이요 샘솟는 활력이며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날로 좋아지는 마음의 눈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마음의 순수요, 밝고 맑은 마음의 눈으로 삶의 실재를 직시합니다. 복음 말씀 그대로입니다. 

 

“네 눈은 네 몸의 등불이다. 네 눈이 맑을 때에는 온몸도 환하고 성하지 않을 때에는 몸도 어둡다. 그러니 네 안에 있는 빛이 어둠이 아닌지 살펴 보아라. 너의 온몸이 환하여 어두운 데가 없으면, 네 몸이 온통 환해질 것이다.”

 

귀한 가르침이자 깨우침을 주는 말씀입니다. 주님을 만나 날로 마음의 눈, 심안이 밝아질 때, 몸도 더불어 환해 진다는 것입니다. 눈은 마음의 거울이라 합니다. 마음이 깨끗하면 육안도 심안도 맑고 밝고 몸까지도 밝아 환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만병의 치유에 주님을 만나 마음 깨끗해지는 일이 결정적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마음의 순수 역시 훈련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을 만나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은 마음 순수의 훈련시간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무지의 탐욕에서 벗어납니다. 집착에서의 이탈을 통한, 주님을 만난 이들에게 주어지는 참 좋은 은총의 선물이 마음의 초연함, 홀가분함입니다. 세상 도피가 아닌 세상에 살되 세상에 매이지 않은 탈속脫俗의 자유로운 깨어 있는 영혼들입니다. 참으로 품위있고 충실히 주님을 섬기는 이들에게 선사되는 축복입니다. 바오로 사도가우리 모두 초연한 이탈의, 종말론적인 삶을 살 것을 촉구합니다.

 

“때가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우는 사람은 울지 않는 사람처럼, 기뻐하는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 사람처럼, 물건을 산 사람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처럼, 세상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처럼 사십시오. 이 세상의 형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흘러가는, 변하는 세상 것들에 집착하여 일희일비一喜一悲하거나 마음을 두지 말고, 오로지 하느님 중심 안에 정주定住의 뿌리를 깊이 내리고 하느님을 꿈꾸며, 초연하고 홀가분한 자유인自由人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21.12.13 07:51
    "흘러가는, 변하는 세상 것들에 집착하여 일희일비一喜一悲하거나 마음을 두지 말고, 오로지 하느님 중심 안에 정주定住의 뿌리를 깊이 내리고 하느님을 꿈꾸며, 초연하고 홀가분한 자유인自由人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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