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3.연중 제30주간 금요일                                                                      로마9,1-5 루카14,1-6

 

 

더불어 사랑의 여정

“사랑의 깊이는 하느님의 깊이”

-내 사랑의 깊이는?-

 

 

 

“하느님, 내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내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 하소서.“(시편51,12)

 

새벽 성무일도 독서중 지혜서 마지막 대목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러나 지혜는 하느님께서 주지 않으시면 달리 얻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지혜가 누구의 선물인지 아는 것이 현명의 표시이다.” 거룩함뿐 아니라 지혜 역시 하느님의 선물이며 이 선물을 살아내는 것이 우리의 평생과제이겠습니다. 악에 대한 처방은 거룩함이요, 무지에 대한 처방은 지혜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together) 사랑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사랑의 깊이는 하느님의 깊이입니다. 과연 내 사랑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요. 오늘 강론 제목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제1독서 로마서의 바오로 사도를 생각하면서 언뜻 떠오른 제목입니다. 얼마전 더불어 사랑의 여정에 대해 나눴습니다. 진정한 내적성장은 사랑의 성장이겠고 육신의 성장은 멈춰도 영혼의 성장, 사랑의 성장은 계속되어야 하겠는데 사랑의 성장에는 여전히 초보자처럼 느껴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사랑의 깊이는 하느님의 깊이를 반영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사랑의 깊이는, 하느님과 사랑의 관계는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태평양 깊이의 사랑도 있겠고, 시냇물 깊이의 사랑도 있을 것입니다. 살아갈수록 깊어지는 하느님과 사랑의 관계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11월은 위령성월이자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는 달이기도 하며, 어제 제가 명명한 “성인성월(聖人聖月)”이기도 합니다. 어제 인용했던 교황님의 고백을 통해 교황님이 얼마나 사랑의 노력을 기울이는 분인지 깨닫게 됩니다. 88세 노령에도 그 한결같은 열정이 놀랍습니다. 아마도 교황님의 사랑의 깊이 역시 한없이 깊을 것입니다. 다시 교황님 말씀을 인용합니다.

 

“교황이 된다는 것은 ‘하나의 과정(a process)’으로, 그는 목자가 되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가게 된다. 이런 과정중에 그는 더욱 사랑이 많아지고, 더욱 자비로워지고, 그리고 무엇보다, 매우 인내하시는 하느님 우리 아버지처럼, 더욱 인내하게 되는 것을 배우게 된다.”

 

교황님의 고백은 믿는 모든 이들에게 그대로 적용됩니다. 거룩함은 은총의 선물이자 과제입니다. 참내가, 성인이,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받은 거룩함의 선물을 실현시켜가는 하나의 과정이며 끊임없는 노력과 훈련을 요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로마서에 소개되는 바오로 사도의 이스라엘 동족에 대한 사랑의 깊이는 얼마나 깊은지요! 복음의 예수님 다음으로 거의 하느님 사랑의 깊이까지 도달한 느낌입니다.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진실을 말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나의 양심도 성령 안에서 증언해 줍니다. 그것은 커다란 슬픔과 끊임없는 아픔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실 육으로는 내 혈족인 동포들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가기라도 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진정성 가득 느껴지는 하느님 사랑의 깊이까지 도달한 바오로 사도같습니다. 진정성 가득 느껴지는 하느님 사랑의 깊이까지 도달한 바오로 사도같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이런 극진한 동족 사랑의 뿌리에는 다음 고백에서 보다시피 하느님 사랑이 자리잡고 있음을 봅니다. 

 

“그분은 만물 위에 계시는 하느님으로서 영원히 찬미받으실 분이십니다. 아멘.”

 

이어 “영혼의 자서전”에서 읽은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가, 그리고 “침묵의 산”에서 읽은 성 그레고리오 동방교부의 고백이, 불교의 지장보살이 연상되었습니다.

 

“주여, 지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제가 어찌 천국을 즐기겠습니까. 주여, 저주받은 자들을 불쌍히 여겨 천국으로 들여보내든가, 아니면 저를 지옥으로 보내 고통받은 자들을 위로할 질서를 세우겠나이다. 그리고 만일 그들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없다면, 저는 지옥에 남아 그들과 고통을 나누겠습니다.”

 

이어 동방의 성 그레고리오에 대한 소개입니다.

 

“그의 사상은 하느님의 절대적인 선과 사랑의 확신에 기초한다. 하느님은 절대적인 사랑과 절대적인 연민으로 우리를 심판할 것이다. 지옥의 고통은 유일한 목적으로서 ‘영혼의 치유’에 있다. 고통은 영원하지 않다. 치유는 불을 통해서 이뤄지는데 그 불은 감각적 불이 아니라 도덕적 성격의 불이다. 

정화후에 영혼들은 영원으로 돌아간다. 어떤 이들은 지상생활 동안 정화에 도달하고 어떤 이들은 내세동안 성취된다.... 마지막으로 ‘악의 발명자(the inventor of evil)’ 까지 비슷한 방법으로 치유될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것이 원래의 상태로 회복될 때 온창조계에 울려퍼지는 찬미는 하느님께로 들어 높여질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릅니다. 지옥까지 미치는 하느님 사랑임을 보여주는 동방 교부들의 사랑의 깊이는 얼마나 깊은지요! 놀라운 것은 위대한 고대 교부들의 가르침에서 영원한 지옥의 개념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분들과 유사한 불교 지장보살에 대한 소개입니다.

 

“지장보살은 육도 중생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건져내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겠다는 끝까지 지옥에 남겠다는 대원력을 세우신 보살이다. 대자비로써 중생들을 구제하시고 계시는 지장보살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멸하신 후로부터 미래세에 미륵보살이 나타나실 때까지의 무불시대(無佛時代)에 계시며 중생제도를 부촉받은 보살이다. 

사바세계 일체중생들에게는 고맙기 그지없는 보살이다. 마지막 한 명의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영원히 보살로 남겠다는 지장보살은 가히 대원본존(大願本尊)의 보살이라 할만하다. 뿐만 아니라 지옥 중생을 제도코자 지옥 문전에서 대비(大悲)의 눈물로써 중생을 교화하고 있는 보살이다.”

 

흡사 로마서의 바오로 사도가 그리스도교의 지장보살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사랑의 깊이에서 하느님 경지 까지 이른 분은 오늘 복음에 나오는 성자 그리스도 예수님뿐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거침이 없고 추호의 두려움도 없습니다. 이런 용기와 확신은 그대로 하느님 경지에 까지 이른 사랑에서만 가능합니다. 율법교사들과 바리사이들 앞에서 추호의 주저함 없이 말씀하신후 수종을 앓는 이를 안식일에도 불구하고 손을 잡고 병을 고쳐주신다음 돌려보내십니다.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으냐?... 너희 가운데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 지라도 바로 끌어내지 않겠느냐?”

 

안식일 잣대가 아닌 하느님 사랑의 잣대로 보면 답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이미 물음 안에 답이 있기에 이들은 아무 대답도 못합니다. 예수님 사랑의 깊이는 하느님 사랑의 깊이까지 도달해 있음을 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강조하는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 사랑이 세 스타일, “친밀함(closeness), 연민(compassion), 부드러움(tenderness)”입니다.

 

문득 어제 복음 말씀중 주님께서 어리석은 처녀들에게 한 말씀이 생각납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주님과 무관한 사랑의 관계였다는 청천벽력같은 말씀입니다. 평생 주님을 섬겼는데 이런 나만의 이런 일방적 짝사랑의 관계였다면 그 착각이 너무 허망할 것입니다.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은 너나할 것 없이 “더불어 사랑의 여정”중입니다. 참으로 주님과 날로 깊어가는 사랑의 여정, 앎의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이 거룩한 미사중 주님의 은총을 청합시다.

 

“주 내 하느님은 나의 힘이시며,

 나를 사슴처럼 달리게 하시고,

 산 봉우리로 나를 걷게 하시나이다.”(하박3,1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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