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4.토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1538-1584) 기념일 

로마11,1ㄴ-2ㄱ.11-12,25-29 루카14,1.7-11

 

 

참 좋은 겸손의 덕

-“끝자리의 겸손을 사랑합시다!”-

 

 

"주님, 아침에는 당신의 사랑,

 밤이면 당신의 진실을 알림이 좋으니이다."(시편92,2)

 

아침 새벽 독서의 기도, 시편136장 26절까지는 '당신의 자비는 영원하시다"라는 매구절 반복이었습니다. 이런 끊임없이 흥겹게 노래하는 주님 찬미의 마음에서 저절로 샘솟는 감사와 겸손입니다. 모든 덕의 어머니이자 참 좋은 겸손의 덕입니다. 하느님 앞에 참으로 회개할 때 그 회개의 열매가 겸손입니다. 회개와 함께 가는 겸손이요, 하느님을 알고 자기를 아는 겸손이 바로 지혜입니다. 그러니 인간 무지에 대한 답은 겸손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내적 아름다움은 겸손에 있습니다. 여름철 오랫동안 피어있는 “자귀나무꽃”의 은은한 향기에서 연상된 것은 겸손이었고 써놓은 글이 있습니다.

 

“향기맡고 찾아내는 꽃

 한참가다 향기맡고 뒤돌아 보는 꽃

 자귀나무꽃

 

 존재의 향기

 생명의 향기

 사랑의 향기

 겸손의 향기

 

 당신은 이런 분이다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2023,6,19

 

겸손한 이들에게서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납니다. 그러면 복음 선포는 저절로 이뤄질 것입니다. 복음화는 개종이 아니라 증거와 매력을 통해 이뤄진다는 교황님 말씀이 생각납니다.성덕의 잣대가 겸손이요, 존재의 향기, 겸손의 향기를 발하는 아름다운 분들이 바로 예수님을 닮은 성인들이요 오늘 기념하는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주님은 잔치에서 윗자리를 탐하는 이들을 바라보시며 제자들에게 겸손히 끝자리를 택할 것을 권하십니다.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 그러면 너를 초대한 이가 너에게 와서, ‘여보게, 더 앞 자리로 올라앉게,’ 할 것이다. 그때에 너는 함께 앉아 있는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스럽게 될 것이다.”

 

매사 끝자리를 택하는 겸손한 자세로 살라는 것입니다. 아예 끝자리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베네딕도 규칙에 보면 “단식을 사랑하라”, “순결을 사랑하라”는 말이 나오는데 끝자리의 “겸손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겸손뿐 아니라 기도를 사랑하고, 공부를 사랑하고, 침묵을 사랑하고, 수도생활을 사랑하고, 그러면 저절로 자연스럽게 덕도 몸에 배게 됩니다. 잠언에도 비슷한 말이 나옵니다.

 

“임금 앞에서 잘난 체하지 말고, 지체높은 이들 자리에 서지 말라.

‘이리 올라오게!’하는 말을 듣는 것이, 귀족들 앞에서 하대 받는 것보다 낫다.”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율법학자들의 드러내기 좋아하는 모습을 경계하라 주신 말씀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기다란 예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이요, 장터에서 인사받는 것, 회당에서도 높은 좌석, 잔치에서도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런 속빈 허영을 택하지 말고 속이 꽉찬 겸손의 삶을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 로마서의 바오로 사도 말씀은 선택된 이방인들의 자만에 대한 경고와 유다인들의 구원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강조하는바 구원은총에 대해 한결같이 겸손한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잘나서 구원이 아니라 은총으로 구원이니, 이런 구원은 은총의 선물이라는 자각에서 저절로 “감사”와 “겸손”이 뒤따른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마지막 복음 말씀이 겸손에 대한 결론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자신이 아닌 주님께서 하시는 일이니, 참으로 자신을 겸손히 낮출 때 주님 친히 높여주신다는 것입니다. 우리 베네딕도 규칙서 7장은 “겸손에 대하여” 열두 단계에 대해 가르침을 주고 있는데 공부하는 마음으로 간단히 살펴봅니다. 

 

1.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을 늘 눈앞에 두어 잠시도 잊지 않는 것이다.

2.자신의 뜻을 좋아하지 않으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 것이다.

3.하느님께 대한 사랑 때문에 온갖 순종으로 주님을 본받는 것이다.

4.순명에 있어 어렵고 비위에 거슬리는 일 또는 당한 모욕까지도 묵묵히 인내로써 받아들이는 것이다.

5.자기 마음속에 들어오는 모든 악한 생각이나 남므로게 범한 죄악들을 겸손된 고백을 통하여 숨기지 않는 것이다.

6.수도자가 온갖 비천한 것이나 가장 나쁜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다.

7.모든 사람들 가운데에서 자신이 가장 못하고 비천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신의 말로써 드러내는 것이다.

8.수도자들이 수도원의 공동규칙이나 장상들의 모범이 권고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행하지 않는 것이다.

9.수도자가 말함에 있어 혀를 억제하고, 침묵의 정신을 가지고 질문을 받기 전에는 말하지 않는 것이다.

10.쉽게, 또 빨리 웃지 않는 것이다.

11.수도자가 말할 때는 온화하고 웃음이 없으며 겸손하고 정중하며 간결한 말과 이치에 맞는 말을 하고 큰 소리를 지르지 않는 것이다.

12.수도자가 마음으로뿐 아니라, 몸으로도 자기를 보는 사람들에게 겸손을 항상 드러내는 것이다.

 

말그대로 겸손의 수련이요 훈련이요 습관화입니다. 이래서 하느님을 사랑하듯 겸손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겸손을 사랑할 때 능동적 자발적 기쁨으로 겸손의 훈련에 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베네딕도 규칙은 겸손의 결과를 다음과 같이 아름답게 묘사합니다.

 

“그러므로 겸손의 이 모든 단계들을 다 오른 다음에 수도자는 곧 하느님의 사랑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이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몰아내며, 이전에는 공포심 때문에 지키던 모든 것을 별로 어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습관적으로 지키기 시작할 것이니, 이제는 지옥에 대한 무서움에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과, 좋은 습관과, 덕행에 대한 즐거움에서 하게 될 것이다.”(성규7,67-69)

 

오늘은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입니다. 16세기 가톨릭 개혁시대를 주도했던 인물중 하나로 일생동안 한결같이 교회를 위해 치열하게 일하며 살았던 성인입니다. 46세 과로로 점차 체력이 소모되어 은퇴후 선종까지 성인의 행적은 경이로울 뿐입니다. 

 

교황청 국무원장, 프란치스코회 지도 사제, 가르멜회 지도 사제, 구호기사단 지도 사제, 밀라노 대교구장, 트리엔트 공의회 교리서 편찬 위원장,  그리스도인 교리 신심회 설립자, 성 암브로시오 헌신회등 참으로 불철주야 교회를 위해 충성을 다했던 성인입니다. 성인은 1584년 11월3일 밤, “주님, 제가 여기 대령했나이다.” 라는 마지막 겸손한 임종어를 남기고 선종하였고 주교좌성당 중앙 제대 아래 묻힙니다. 

 

성인은 학문과 예술의 수호자였고 권력을 휘두를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항상 겸손하게 처신하고 성덕을 높임으로써 개혁의 반대자들로부터도 칭송을 받았으며, 자신의 성직자나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권력을 남용한 적이 없었습니다. 성인은 후대 성직자와 교리교사의 수호성인으로 공경을 받고 있습니다. 참으로 교회의 충실한 종, 매력적인 겸손한 성인,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입니다. 

 

모든 덕의 어머니이자 성덕의 잣대가 겸손의 덕입니다. 참된 회개의 열매인 겸손이요, 하느님을 알고 자기를 아는 겸손이야 말로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인간 무지에 대한 궁극의 답도 겸손이요, 겸손 또한 은총의 선물임과 동시에 훈련과 습관을 필요로 하는 덕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의 매일의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온유하고 겸손한 주님을 닮아가게 합니다.

 

"하느님, 하시는 일로 날 기쁘게 하시니,

 손수 하신 일들이 내 즐거움이니이다."(시편92, 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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