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5.31.월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                                     스바3,14-18 루카1,39-56

 

 

 

영적 도반, 영적 우정

-저에게는 매일이 ‘영적도반의 방문 축일’입니다-

 

 

 

“하느님은 우리 힘, 우리 숨는 곳, 어려운 고비마다 항상 구해주셨기에

설령 땅이 뒤흔들린단들, 산들이 해심으로 빠져든단들 무서워하지 않으리라.”(시편46,2-3)

 

“너희는 멈추고 하느님 나를 알라, 나는 뭇 백성들 높이 땅 위에 가장 높노라.

만군의 주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다. 야곱의 하느님이 우리 바위이시다.”(시편46,11-12)

 

아침 성무일도시 마음에 와닿은 시편성구입니다. 지난 주일 성령강림대축일 이후 선물같은 참 감사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5월29일 토요일 수도원 성전 제15주년 봉헌축일 미사때는 은혜롭게도 스테파도 수사의 50주년 서원 금경축을, 또 마르꼬 수사의 40주년 서원 축하식도 있었습니다. 순전히 자비하신 하느님 섭리의 배려입니다. 우연偶然은 없고 지난 일들 잘 헤아려 보면 모두가 자비하신 하느님 섭리攝理의 배려임을 확연히 깨달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깨달음에서 저절로 샘솟는 하느님 감사와 찬미입니다.

 

얼마전의 개인사에 관한 깨달음을 잊지 못합니다. 저는 2011년에 수도서원25주년 은경축을 했고, 그해에 마치 은경축 기념 선물처럼 졸저 ‘사랑밖엔 길이 없었네’책이 출간되었습니다. 2012년에는 수도원 설립 25주년 기념 감사 음악회가 수도원 정원에서 성황리에 열렸고, 이때 제 대표적 좌우명 자작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가 처음으로 발표 소개되었고 가슴 뭉클한 전율戰慄같은 감동을 선사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아마 이날처럼 수도원을 사랑하는 영적도반들이 많이 참석한 때도 없었을 것입니다.

 

더불어 2012년은 오틸리엔 연합회 총회에서 요셉수도원이 원장좌 자치 수도원으로 승격이 결정된 해이기도 합니다. 이어 2013년에는 왜관수도원 분도계간지가 그동안 25주년 수도원 삶을 회고한 ‘불암산 정주기’란 제 글을 4차례에 걸처 연재함으로 제 소임은 일단 마감되었음을 은연중 예감했습니다. 이어 2014년 원장좌 자치 수도원으로 승격되면서 새 원장이 선출되었고 1992년부터 2014년 까지 무려 22년 동안의 제 원장 소임은 아름답게 끝맺게 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던지요! 

 

얼마전의 주마등走馬燈처럼 떠오른 새삼스런 회고回顧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이어 2014년에는 원장직에서 떠나 안식년 여정중, 800km 2000리  산티아고 길을 영적도반과 함께 순례했고 이해(2014.7.11.) 수도공동체는 사제서품 25주년 기념행사도 마련해주어 많은 분들로부터 넘치는 감사 축하 인사도 받았습니다. 2015년 귀원후로는 지금까지 한결같이 하루하루 봉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특히 지난 주일 성령 강림 대축일에 있었던 선물과도 같았던 44년전 초등학교 6학년 때, 여러명 제자들의 방문도 잊지 못합니다. 이제는 스승과 제자 관계를 넘어 영적도반과도 같은 제자들이 되었습니다. 후에 제자들이 집무실에서 기타 연주와 함께 조졸히 마련해준 음악회는 얼마나 흥겨웠던지요. 코로나 사태로 조심하면서 제자들은 ‘스승의 은혜’, ‘어린이날 노래’, ‘과수원길’을 가열加熱차게 열창熱唱해 줬고 동영상도 만들어 전송해 줬기에 참 많은 영적도반들과 기쁨을 나눴습니다.

 

진짜 영적 부자는 영적우정을 나누는 영적도반을 지닌 사람일 것입니다. 광야인생여정중 참 영적도반은 사막의 오아시스 샘과도 같습니다. 이런면에서 저는 참 영적부자입니다. 영원한 영적도반이신 예수님과 더불어 참 많은 영적도반들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매일 제 강론을 나누는 무수한 분들도 ‘더불어(together) 인생 순례 여정’중의 제 영적도반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제도 반가운 영적도반의 방문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에게는 거의 매일이 영적도반의 방문 축일입니다. 참 좋은 영적 도반은 빈손으로 와도 반갑고 좋은데 대부분 정성이 담긴 이러저런 선물을 갖고 옵니다. 오늘은 5월 성모성월 마지막날 참 아름다운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입니다. 오늘 미사주례는 제 차례이지만 어제 잠시 2박3일차 수도원에 영적 주유注油와 충전充電을 위해 휴가차 온 영적도반 임마누엘 사제가 집전하니 말 그대로 ‘임마누엘 사제 방문 축일’처럼 느껴져 참 즐겁고 기쁩니다. 마침 임마누엘 사제는 어제 고백성사후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콘도 선물해 잠시 십자가 예수님 아래서 함께 기념 축하 사진도 찍어 나눴습니다.

 

오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에 만나는 영적도반 관계인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영적우정은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지요! 참 상징성이 깊은 복음입니다. 뜻밖에 예수 아기를 잉태하게 된 마리아와 늦은 나이에 이미 세례자 요한을 몸가진 엘리사벳은 동병상련의 처지였기에 참 반갑고 서로 위로와 격려가 되는 만남이었을 것입니다. 이 두 영적도반들인 두 자매의 서로간의 존중과 배려, 공감 능력은 얼마나 뛰어난지요! 참으로 영원한 도반이신 하느님을 모시고 배웠기에 이렇게 서로 환대하며 영적 우정 나눔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말한마디 천량빚을 갚는다 했습니다. 성령의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친 엘리사벳의 고백이 감동적입니다. 존중과 배려, 사랑과 공감이 가득한 말마디에 마리아의 어둡고 무거웠던 마음도 활짝 개어 푸른 창공의 마음이 되었을 것이며 두분간의 영적우정도 참 깊어졌을 것입니다. 이어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로 가득한 마리아의 화답 찬가는 얼마나 아름다운 감동인지요! 

 

이천년 가톨릭 교회와 함께 하는 마리아의 마니피캇 찬미가요, 영적 아나뷤인 우리 수도자들이 날마다 저녁기도를 마치면서 성모님과 함께 부르는 찬가입니다. 찬미와 감사의 양날개를 달고 하느님 창공을 나는 새처럼 정화淨化와 성화聖化은총과 더불어 치유되는 우리 영혼들입니다. 마리아의 찬가와 더불어 마리아는 물론 엘리사벳의 내적 상처와 아픔도 말끔히 치유되었을 것입니다. 

 

마리아는 석달 가량 엘리사벳과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니 이 두분의 영적우정과 더불어 태중의 예수아기와 세례자 요한 아기의 영적우정도 참 깊어졌을 것입니다. 흡사 제1독서 스바니야 예언서에 나오는 딸 예루살렘과 딸 시온이 상징하는 바 마리아와 엘리사벳은 물론 주님을 영원한 영적도반으로 삶의 중심에 모신 우리들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딸 예루살렘아, 마음껏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이스라엘 임금 주님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니, 다시는 네가 불행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딸 시온아, 두려워하지 마라. 힘없이 손을 늘어 뜨리지 마라. 주 너의 하느님, 승리의 용사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다. 그분께서 너를 두고 기뻐하며 즐거워하신다. 당신 사랑으로 너를 새롭게 해 주시고, 너 때문에 환성을 올리며 기뻐하시리라. 축제의 날인 양 그렇게 해주시리라!”

 

얼마나 아름답고 고무적인 위로와 격려가 되는 주님 말씀인지요! 그대로 이 미사 축제 분위기를 연상케 합니다. 우리의 영원한 영적도반이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전례 은총으로 당신과의 영적우정은 물론 우리 영적도반들 사이의 영적우정도 날로 깊이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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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1.05.31 06:19
    매일 주님 주신 말씀의 양식을 주님과 신부님과 그리고 밴드 형제자매들과 함께
    하였기에 오늘 이 아침도
    주님을 모시는 영광을 주심에 감사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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