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2. 대림 제3주간 금요일                                                                           사무엘상1,24-28 루카1,46-56



아름답다! ‘빈 손’, ‘빈 마음’이여!

-빈 마음에서 샘솟는 하느님 찬미-



오늘 제1독서의 주인공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와 복음의 주인공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처지가 흡사합니다. 두 분 어머니를 묵상하는 순간 떠오른, ‘아름답다! 빈 손, 빈 마음이여!’라는 말마디였습니다.


얼마전 ‘치욕이 없는 겸손은 겸손이 아니다.’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강론 말씀도 생각났습니다. ‘치욕의 겸손’은 ‘겸손의 아름다움’입니다. 치욕을 그대로 두면 치명적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지만 비움의 계기, 겸손의 계기로 삼을 때 ‘치욕은 겸손’은 ‘겸손의 아름다움’으로 변모된다는 것입니다. 겸손의 비움을 통해 치욕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된 것입니다.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치욕스런 상황을 비움의 겸손의 계기로 삼았을 때 참 아름답게 변모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님께 선물로 받은 사무엘을 그대로 주님께 봉헌하는 한나의 무욕의 빈 마음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한나는 엘리에게 말합니다.


“제가 기도한 것은 이 아이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제가 드린 청을 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이를 주님께 바치기로 하였습니다. 이 아이는 평생을 주님께 바친 아이입니다.”


사무엘을 주님께 봉헌하고 주님께 예배를 드리는 한나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치욕의 겸손이 겸손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완전히 변모된 모습입니다. 말그대로 빈 손, 빈 마음의 아름다움입니다. 엘리사벳을 만나 주님의 놀라운 은총을 깨달은 마리아의 노래 역시 빈 마음에서 터져 나오는 참 아름다운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노래입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시작되는 마리아의 노래는 우리 수도자들이 매일 저녁성무일도때 마다 성모님과 함께 부르는 찬미감사가입니다. 빈 마음에서 터져나오는 이런 하느님 찬미와 감사이며 또 이런 하느님 찬미와 감사가 부단히 우리 마음을 비워내 아름다운 겸손의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오늘 화답송 말씀들은 한나가 부른 하느님 찬미와 감사가로 성모님의 노래와 흡사합니다.


“주님 안에서 제 마음이 기뻐하고, 주님 안에서 제 얼굴을 높이 드나이다. 당신의 구원을 기뻐하기에, 제 입은 원수들을 비웃나이다.”(1사무2,1).


한나의 빈 손, 빈 마음에서 터져나온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기도입니다. 바로 이 두 믿음의 어머니들은 성서의 가난한 사람들인 아나뷤을 대변합니다. 빈 마음의 가난한 이들이 즐겨 부르기 참 좋은 아름다운 찬미가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여 부단히 비우는 자발적 가난을 택할 때 빈 마음은 텅 빈 충만의 기쁨으로 출렁일 것입니다.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빈 손, 빈 마음의 가난한 이들에게 쏟아지는 하느님의 축복입니다. 바로 한나와 마리아를 비롯한 모든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하늘 나라의 축복임을 깨닫습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여기 한반도 최남단 모슬포 성당의 가난한 신자분들 모습이 그대로 하느님만을 찾는 수도승들 모습같습니다. 사람은 자연을 닮습니다. 바람 많은 제주도 척박瘠薄한 땅에서 온갖 苦楚를 겪어낸 산야山野의 나무들을 닮은 모습들입니다. 참으로 마음 비워진 진실하고 소박한 모습이 흡사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살아가는 모습들 같습니다.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부단히 비우며 살아갈 때 삶은 참된 겸손의 아름다움으로 빛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부단히 자기를 비워 아름다운 겸손의 사람으로 살게 해 주십니다. 12월22일 저녁성무일도 마리아의 노래 ‘O후렴’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오, 만민의 임금이시여, 모든 이가 갈망하는 이여, 두벽을 맞붙이는 모퉁이돌이시니, 오시어 흙으로 만드신 인간을 구원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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