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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9.22.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에즈6,7-8.12ㄴ.14-20 루카8,19-21


                                                                                                       예수님의 참가족


오늘 강론 제목은 복음의 소제목인 ‘예수님의 참가족’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 중심으로 둘러선 사람들처럼, 주님의 제대를 중심으로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들 역시 예수님의 참가족에 속합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를 지칭하며 말씀하십니다.

“내 어머니와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오늘 화답송 시편 첫구절을 보는 순간 꼭 작년 이맘때쯤의 산티아고 순례체험이 생각났습니다. 마치 평생 효험의 영적 보약같은 순례체험이었습니다. 두분 형제들과 함께 셋이 예수님의 참가족이 되어 떠난 순례였습니다. 한 형제는 개인사정으로 10일정도 동행했고 한 형제는 50일간 순례여정내내 함께 기도하고, 함께 먹고, 함께 걷고, 함께 자며 동고동락했습니다. 이보다 가까웠던 형제도 없을 것입니다. 


얼마전, ‘아, 산티아고 순례는 끝나지 않았구나. 죽을 때까지 계속이구나!’ 하는 새벽의 깨달음도 잊지 못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좌우명대로 하루하루 살며 걸었기에 가능했던 산티아고 순례여정이었습니다.


-“주님의 집에 가자!” 할 때, 나는 몹시 기뻤노라.-


바로 이 시편 말씀이 순례여정에서 활력의 원천이었습니다. 수도원에서 만든 호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초미니 성무일도서의 3시경 시편121장 1절 전반부 말씀입니다. 초미니 성무일도는 이미 순례준비때부터 일행과 함께 바쳤고 산티아고 순례중에도 꼭 바쳤습니다. 말 그대로 우리 순례일행은 움직이는 초미니 수도원이자 교회였습니다. 


매일 순례목적지에 도달하여 우선 한 일은 알베르게 숙소를 정하고, 다음날 새벽 강론 쓸 장소와 미사드릴 장소를 물색해 두는 일이었습니다. 날마다 제대도 바뀌었습니다. 때로는 산 정상의 휴게소가, 응접실이, 안내실이, 식당이, 방이, 제대가 되어 미사가 봉헌됐습니다. 새삼 세상 어디나 하느님 계신 거룩한 제대이자 성지임을 깨달았습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4시까지 헤드랜턴 불빛을 이용해 아이패드에 강론을 써서 수도원 홈페이지에 올렸고, 이어 친지들에게 카톡으로 성지 사진을 복음 선포 차원에서 발송하며 소통했습니다. 아침 5시에 미사와 기도를 함께 드리고 짧게 아침식사를 한 후, 출전하는 군인처럼 6시 헤드랜턴에 불을 켜고 출발하여 걷다가 동이틀 때 쯤 멈춰 3시경 시편을 바쳤습니다.


-“주님의 집에 가자!” 할 때, 나는 몹시 기뻤노라.-

정말 은혜로운 시편구절입니다. 순례동안 내내 입에 달고 살았던, 끊임없는 기도로 바쳤던 성구였습니다. 주님의 집을 상징하는 최종 목적지 산티아고 성전에 가까울수록 더욱 힘이 솟았고 발걸음도 가볍고 빨랐습니다. 정말 산티아고 순례여정 내내 하느님을 중심한 삶이 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했기에 축복도 넘치도록 받았습니다.


이러저런 산티아고 순례여정의 묵상이 오늘 말씀의 이해에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기나긴 유배역시 제가 보기엔 하느님이 특별히 의도한 회개와 정화를 위한 보속의 순례기간이었습니다. 하느님과 다리우스 임금의 배려로 예루살렘에 돌아온 유배자들이 맨먼저 하느님의 집을 건립했고, 기뻐하며 하느님의 집 봉헌식을 올렸습니다. 


돌아 온 유배자들은 파스카 축제를 지냈고, 자신들을 정결하게 한 후 파스카 제물을 잡고 먹습니다. 그대로 성전에서의 파스카 잔치 미사를 연상케 합니다. 가톨릭 신앙인들이라면 이 기쁨이 얼마나 컸겠는지 공감할 것입니다. 제 1년여의 순례여정중 어디에 가든 우리의 하느님 계신 성전이 있었기에 고향집에 머물 듯 편안했습니다. 


바로 눈에 보이는 가시적 하느님의 집인 성전이 우리의 참고향이요 개인은 물론 공동체 삶의 중심이 됩니다. 말 그대로 수도자들에게 하느님을 중심한 삶을 이루어 주는 결정적 ‘하느님의 일’이 이 거룩한 성전에서 매일, 평생, 규칙적으로, 끊임없이 바치는 시편성무일도와 미사의 공동전례기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중심으로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 흡사 제대의 주님을 중심으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우리들 같습니다. 그대로 교회의 참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 줍니다. 혈연가족을 넘어 예수님의 참가족이 된 우리들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들이자 형제들로 모두가 하느님 안에서 한 가족입니다. 하여 고향집을 찾듯이, 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위로와 치유, 기쁨과 평화의 하느님의 집인 여기 수도원을 찾아 미사를 봉헌합니다. 제가 자주 쓰는 직설적 표현이 있습니다.


“물보다 진한게 피이고 피보다 진한게 돈이고 돈보다 진한게 믿음이다.”

돈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혈연 가족은 얼마나 많은지요. 혈연가족이 하느님 믿음으로 리모델링 되어 예수님의 참가족이 될 때 돈의 마력도 무력화 될 것입니다. 하여 날로 붕괴되고 파괴되는 가정공동체에 ‘예수님의 참가족 공동체’가 유일한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작금의 추세입니다. 


분명 결손가정아이들은 물론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역시 장차 큰 사회문제를 야기 시킬 것입니다. 아니 이미 지금 학교에서 사회에서 군대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예수님의 참가족 공동체인 교회의 사명이 참으로 갈수록 클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실행함으로 당신의 참가족인 파스카 공동체를 만들어 주십니다.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사는 것이라네.”(시편27,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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