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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31. 연중 제30주간 토요일 

                                                                                              로마11,1ㄴ-2ㄱ.11-12.25-29 루카14,1.7-11


                                                                           겸손과 내적자유

                                                                              -겸손 예찬-


하느님을 찾는 사람의 특징은 겸손입니다. 몰라서 교만이지 알면 알수록 겸손입니다. 모든 덕의 어머니이자 영성의 표지가 겸손입니다. 겸손이 지혜이며 겸손해야 세상 유혹의 덫에 걸리지 않고 지뢰밭 같은 세상 살이에서도 지뢰를 피해 갈 수 있습니다. 겸손에서 우러나는 품위이며 맑고 향기로운 삶입니다. 겸손에 대한 몇가지 깨달음의 나눔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1.요즘 갑자기 단어가 생각나지 않거나 이름이 잘 따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금씩 감지되는 노화현상 같습니다. 점차 기억력이 쇠퇴해 가더라도 하느님, 기도, 믿음, 희망, 사랑, 기쁨, 평화. 겸손 같은 단어는 잊지 말고 체화體化하여 살아야 겠다는 자각이 듭니다. 이 또한 겸손의 수행입니다.


2.얼마전 여행중 버스내의 TV 시청중 ‘맛집’을 소개하는 내용을 보면서 정성껏 음식만드는 일자체가 기도요 수행임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진국’에 대한 깨우침을 잊지 못합니다. 하루의 곰탕장사가 끝나면 밤 늦은 시간부터 다음 날까지 무려13시간을 사골과 고기를 넣고 잔잔한 불에 끓여냈을 때 담백하고 시원하고 깊은 맛의 진국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진국같은 사람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구나. 끊임없는 겸손의 수행을 통해 이처럼 진국같은 겸손의 사람이구나!’깨달았습니다. 


3.외적자유와 내적자유의 관계입니다. 살아갈수록 외적자유는 줄어듬이 자연적 현상입니다. 외적자유와 더불어 증진되는 내적자유여야 합니다. 바로 이런 내적자유와 겸손은 함께 갑니다. 진정한 영적성장은 겸손의 성장이자 내적자유임을 깨닫습니다. 내적자유의 성장이 없는 노년이라면 그 인생 너무 초라하고 궁핍합니다. 고궁이나 오래된 사찰을 방문했을 때 자주 목격되는  수백년된 거목들은 바로 내적성장의 겸손을 상징합니다.


4,어제 가을 배수확이 끝난 후 공동체가 창덕궁에 가을 소풍을 갔다 왔습니다. 난생 처음 창덕궁의 관람이었습니다. 14만평 대지에 10만평은 넓은 후원이었습니다. 제가 시종일관 생각한 것은 내면의 넓음이었습니다. 이런 창덕궁 후원같은 넓은 내면을 지닐 때 참 자유롭겠고 바로 이것이 겸손한 사람의 내면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참으로 겸손해 질수록 넓은 내면을 지니는 것은 아래로 아래로 흘러 바다를 이루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4.관람중 ‘어수문魚水이라는 정조임금의 사상이 잘 드러난 문을 만났습니다. 참 의미심장한 문의 이름입니다. 백성과 임금의 관계를 물고기와 물로 나타냈는데 하느님과 인간,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진리였습니다. 물을 떠난 고기가 살수 없듯이 하느님을 떠난, 공동체를 떠난 개인도 살 수 없습니다. 이런 철저한 자각 역시 겸손의 수행입니다.

겸손은 참 영성의 표지입니다. 겸손한 모세에 대한 아름다운 성서구절도 잊지 못합니다.


“모세는 실상 매우 겸손한 사람이었다. 땅 위에 사는 사람 가운데 그만큼 겸손한 사람은 없었다.”(민수12,3)


겸손은 비굴이나 비겁도 자기비하도 아닌 자기를 아는 지혜이자 자기를 인정하는 용기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사는 자들만이 진정 겸손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역시 모세를 능가하는 겸손한 분이셨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마태11,29)


참 아름다운 사람, 겸손한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이런 주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겸손할 것을 친히 당부하십니다. 잔치에 초대받았을 때 윗자리를 탐하는 본능을 거슬러 맨 끝자리에 가서 앉으라 하십니다. 참으로 넓은 내면을 지닌 내적자유의 겸손한 사람이 이런 끝자리를 선호합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예수님의 결론같은 말씀입니다. 그대로 역설적 영적진리입니다. 진정 내적으로 자유로워진 겸손한 사람만이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의 수행에 항구할 수 있습니다. 겸손한 사람에게 계시되는 하느님의 신비입니다. 하느님의 신비를, 성소의 신비를 깨달은 겸손한 바오로의 고백입니다.


“나는 여러분이 이 신비를 알아 스스로 슬기롭다고 여기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 신비는 이렇습니다. 이스라엘의 일부가 마음이 완고해진 상태는 다른 민족들의 수가 다 찰 때까지 이어지고, 그 다음에는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받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은사와 소명은 철회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신비를 깨달아 알아갈 때 저절로 겸손이요, 하느님은 이런 겸손한 자들에게 당신 신비와 성소의 신비를 계시하십니다. 우리 위한 하느님의 은사와 소명 역시 철회되지 않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소명을 새롭게 확인시켜 주시고 당신을 닮은 온유와 겸손의 내적자유의 사람으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주님, 행복하옵니다, 당신이 깨우쳐 주시고, 당신 법으로 가르치시는 사람! 불행의 날에도 평온을 주시나이다.”(시편94,12-13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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