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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4. 연중 제1주간 목요일                                                                    사무상4,1ㄴ-11 마르1,40-45



                                                  우리 삶은 ‘믿음의 수련장修鍊場’이다


얼마전 무심코 우연이란 말을 사용하고 부끄러워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결코 신앙인의 용어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일어나는 모든 일이 하느님의 뜻은 아니지만 하느님의 허락 없이는 일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연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 졸저의 글중 서두가 생각납니다.


‘우연은 없다. 지나고 보니 모두가 하느님의 은총이요 섭리였다.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다.’(사랑밖엔 길이 없었네 173쪽).


그렇습니다. 우연은 없습니다. 모두가 하느님 은총의 섭리입니다. 죄 역시 회개를 통해 은총이 됨을 깨닫습니다. 바로 이것이 믿음입니다. 며칠 전의 아주 사소한 체험도 저에겐 하느님 자비의 체험이었습니다. 


피정자들 미사가 끝나니 오후 3시였고 오후 4시에는 서품을 앞둔 두형제와의 면담이 있는데 1시간내에 어느 열심한 자매님의 새집을 축복해 주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습니다. 수도원 앞의 별내 신도시에 잠시 걸어갈 계획이었는데 막상 출발하니 오산이었습니다. 


도저히 1시간내에 다녀 오기는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마침 수도원 배밭 중앙 십자로를 지나려다 보니 수도원 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수도형제가 흔쾌히 차량봉사를 해주어 40분만에 축복식을 하고 4시 전에 수도원 집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아, 우연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섭리입니다. 수사님을 만났고 차량봉사를 해주었기에 4시 면담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사님도 즉시 공감하여 동의했습니다.


“그래요. 하느님의 섭리입니다!”


아, 이런 생각이 순진해 보여도 믿음입니다. 이런 믿음이 매사 감사하게 하고 행복하게 만듭니다. 살다보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하느님은 어디 계신가?’ 의문을 제기하다 냉담하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더욱 하느님을 신뢰하며 믿음에 박차를 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저런 유혹들을 떨쳐내고 용감하게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이 믿음입니다. 바로 하느님은 의문을 제기하는 자 바로 곁에 계십니다.


하느님을 원망하려 하면 끝이 없고 감사하려 하면 또 끝이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며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믿음입니다. 오늘 제 1독서 사무엘 상권에서의 필리스티아인들에 의한 이스라엘의 참혹한 패배가 너무 큰 충격입니다. 필리스티아인들의 결사적인 반격에 속수무책 무너져 내린 이스라엘입니다.


‘필리스티아인들이 이렇게 싸우자, 이스라엘은 패배하여 저마다 자기 천막으로 도망쳤다. 이리하여 대살육이 벌어졌는데, 이스라엘군은 보병이 삼만이나 쓰러졌으며, 하느님의 궤도 빼앗기고 엘리의 두 아들 호프니와 피느하스도 죽었다.’


독서 후반부의 설명이 참 적나라합니다. 1차 전쟁에서 4천명이 죽었고 2차 전쟁에서 보병 3만이 죽고 하느님의 궤도 빼앗기고 엘리의 두 아들도 죽었다니 전쟁의 결과가 참 처참합니다.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믿음의 시련입니다. 철저한 회개를 필요로 하는 시점입니다. 전화위복이라 이런 아픔이 믿음을 정화합니다. 하느님의 수중을 벗어나 일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하느님의 궤 자체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닙니다. 믿음 없이는 하느님의 궤도 우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궤를 믿을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믿어야 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찾고 실천하는 근본자세가 믿음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나병환자의 믿음이 그 모범입니다. 나병환자처럼 직접 주님께 나아가 도움을 청하는 것입니다. 나병환자의 기도는 얼마나 간절하고 절실한지요. 그대로 나병환자의 믿음을 반영합니다. 무릎을 꿇은 나병환자의 간절한 기도입니다. 나병환자의 간절한 믿음이 겸손한 모습으로 표현되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예수님께서는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시니 바로 나병이 가시고 깨끗한 치유의 기적입니다. 아주 예전 로마에서 ‘Touching God!’을 주제로 열변을 토하시던 한 수도사제를 잊지 못합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도 있듯이 우리의 믿음이 주님의 자비에 닿을 때, 주님을 감동시킬 때 치유의 기적입니다.  


믿음과 겸손은 함께 갑니다. 새삼 우리의 전 삶이 ‘겸손의 수련장修鍊場’이자 ‘믿음의 수련장修鍊場’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 자비의 손으로 우리를 텃치하시어, 불신과 교만, 탐욕과 나태, 무지와 절망의 영적나병을 말끔히 치유해 주시고 참 좋은 믿음을 선물하십니다.


“주님, 이 미사은총으로 저희를 깨끗하고 새롭게 하시어, 저희가 주님의 뜻을 충실히 실천하고 마침내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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