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6. 토요일 성 바오로 미키(1564-1597)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열왕기상3,4-13 마르6,30-34


                                                                  세 가지 꼭 필요한 것

                                                                -외딴곳, 분별력, 자비행-


오늘은 일본의 순교성인들 축일입니다. 바오로 미키를 비롯하여 25명의 동료들이 함께 붙잡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박해때 나가사키에서 십자가에 못박혀 순교한 성인들입니다. 바오로 미키의 순교당시 나이를 보니 만33세 우리 주님과 똑같은 한참 젊은 나이입니다. 


하느님 때문에 순교입니다. 하느님이 바로 삶의 의미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은 산 햇수가 아닌 어떻게 살았느냐를 보십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오늘은 말씀을 중심으로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에 앞선 현세의 삶에서 ‘세 가지 꼭 필요한 것’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첫째, 외딴곳의 장소와 시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복음의 예수님처럼 외딴곳을 마련해야 합니다. 저에겐 새벽마다 강론을 쓰는 수도원의 고요하고 깊은 제 집무실이 외딴곳입니다. 예수님처럼 주님과 새벽의 고독과 침묵중에 깊은 친교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낮에는 세상의 사람들에게 열려있고 밤과 새벽은 외딴곳의 하느님께 열려 있어야 삽니다. 


어제 대구 분도수녀원에서 피정지도를 끝내고 종신서원식에 참여한 후 만 10일 만에 밤 늦게 수도원에 귀원했습니다. 수도원 정문에 내려 여유있게 들어서는 순간 청신淸新한 분위기에 살 것 같았습니다. 오랫동안 물을 떠난 물고기가 맑은 물속으로 들어온 듯 온 몸과 맘이 생기가 도는 듯했습니다. 


짐이 무거워 택시를 탔습니다만 수도원 길이 너무 좋아 정문 앞에 들어온 후 문을 닫고 천천히 불암산과 하늘을 보며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들 사열을 받으며 수도원길, 하늘길을 걸어 귀가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 택시를 탄 경우도 정문앞에서는 꼭 내려서 걸어 들어오는 것은 내 불문율입니다. 말 그대로 복음의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권한 세상의 외딴곳 같은 수도원입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오늘날 같이 생존경쟁 치열한 세상일수록 외딴곳에서의 관상적 휴식은 절대적입니다. 활동과 관상은 영적 삶의 리듬입니다. 관상적 휴식은 없고 활동만 있기에 날로 삶의 중심을 잃고 천박해지는 얕고 가벼워지는 삶입니다. 주님 안에서 삶의 중심을 확인하고 심신을 충전시키기 위해 꼭 마련해야 할 것이 외딴곳의 장소와 시간입니다.


둘째, 꼭 청해야 할 바 분별의 지혜입니다.

오늘 하느님과 솔로몬이 주고 받은 문답은 우리의 평생 화두로 삼아야 할 내용들입니다. 하느님은 솔로몬은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해 묻습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느냐?”


우리의 진정한 관심사를 묻습니다. 관심사는 삶의 표현이자 관심사따라 형성되는 삶의 꼴입니다.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후 솔로몬은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청합니다. 무사한 솔로몬의 순수한 동기와 목적이 선명히 드러나는 답변입니다. 솔로몬의 대답에 감동하신 주님의 흔쾌한 답이 참 통쾌합니다.


“네가 자신을 위해 장수를, 자신을 위해 부를, 네 원수들의 목숨을 청하지도 않고, 그대신 이처럼 옳은 것을 가려내는 분별력을 청하였으니 자, 내가 네 말대로 주겠다.”


세상에 분별의 지혜란 선물보다 더 좋고 필요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덕의 어머니가 분별력입니다. 잘 듣는 것이 분별력의 우선적 조건임을 깨닫습니다. 정말 청해야 할 바 꼭 필요한 한 가지가 분별력입니다. 분별력을 청함으로 부와 명예의 선물까지 곁들여 받게 된 솔로몬입니다.


셋째, 꼭 행해야 할 바 자비행입니다.

우선적으로 행해야 하는 것이 외부의 필요에 따른 자비행의 응답입니다. 살다보면 긴급한 사랑의 요구에 응해야 할 예외적 상황도 있는 법입니다. 공선사후公先私後, 즉 사적인 것보다 공적인 것을 우선하는 정신과 일맥상통합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그 좋은 모범입니다. 배를 타고 예수님과 제자들이 도착한 외딴곳에는 이미 영육으로 굶주린 군중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가엾은 마음이 드시자 외딴곳에서의 휴식을 접으시고 목자 없는 양들 같은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시기 시작합니다. 마치 미사중 성찬전례에 앞선 말씀의 전례를 연상케 하는 장면입니다. 심신이 지쳤을 당신과 제자들의 휴식에 앞서 군중의 필요에 응답하는 예수님의 자비행에서 하느님의 대자대비의 마음을 봅니다. 오늘 주님은 ‘세 가지 꼭 필요한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1.꼭 마련해 할 것은 외딴곳입니다.

2,꼭 청해야 할 것은 분별력입니다.

3.꼭 행해야 할 것은 자비행입니다.


주님은 매일 성전의 외딴곳에서 관상적 휴식 중에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 모두에게 분별의 지혜와 당신 자비심을 선사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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