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4.29. 금요일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 동정 학자(1347-1380) 기념일 

                                                                                                                  사도15,22-31 요한15,12-17


                                                                           서로 사랑하여라

                                                                              -살기위해-


오늘 주님은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신 “서로 사랑하여라.”는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사랑은 인내와 노력입니다. ‘서로 좋아서’ 사랑이 아니라, ‘주님이 사랑하셨기에’, ‘서로 살기위해’ 사랑해야 합니다. 서로 좋아서 사랑하기로 하면 사랑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수도공동체를 이뤄 살 수 있는 것도 ‘주님이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하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말 그대로 주님 ‘사랑의 기적’의 수도공동체입니다. 사랑해서 사람입니다. 사랑은 우리의 존재이유이자 모두입니다. 사랑하고 사랑받을수록 상처의 치유와 더불어 정체성도 또렷해지고 자존감도 높아집니다. 정체성과 자존감에 직결되는 사랑입니다. 만병의 근원은 사랑결핍에 있고 만병통치약은 사랑뿐입니다. 


사랑뿐이 답이, 길이 없습니다. 사랑이 더해지면 충만한 삶이지만 사랑이 빠지면 허무하고 무의미한 삶입니다. 사랑은 삶의 중심이자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하여 삶은 ‘사랑의 학교’라 칭하기도 하고 우리는 사랑의 학교에 재학중인, 졸업이 없는 영원한 초보자 학생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지금도 생각나는 세 은수자의 삶을 묘사한 짧은 영어 문장입니다.


“They served and supported each other(그들은 서로 섬기고 떠받쳐줬다).”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은 ‘서로 섬기고 떠받쳐 보완해 주는’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이고, 서로 섬기고 떠받쳐 주는 사랑이 바로 공동체 삶의 원리임을 깨닫습니다. 혼자서는 못살기에 ‘살기위해’ 서로 사랑할 수뿐이 없는 우리들입니다.


어제의 강론 제목은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였고 오늘의 강론 제목은 ‘서로 사랑하여라’입니다. 그러나 서로 사랑하여라 앞에 붙는 조건문에 주의 해야 합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주님은 마르지 않은 사랑의 샘입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이라는 말마디가, 우리 사랑의 잣대이자 우리의 편협한, 이기적 사랑을 부단히 확장하고 정화하며 무한한 사랑을 가능하게 합니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주님의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이라는 말씀입니다.


삶은 은총입니다. 사랑받아야 사랑할 수 있습니다. 우리 위한 주님의 무한한 사랑을 깨달을수록 삶은 은총임을 인정하게 되고, 저절로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서로 사랑하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삶의 여정은 ‘주님 사랑의 끊임없는 발견이자 깨달음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큰 사랑은 없다.”


바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주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할 때 형제들에 대한 헌신적 무사無私한 사랑도 가능합니다. 이어 주목되는 두 구절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을 실천하면 너희는 나의 친구가 된다.”


주님이 우리를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에 항구하고 충실할 때 주님의 친구가 된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주님의 친구’라는 호칭보다 영예로운 호칭도 없을 것입니다. 형제 사랑과 예수님 사랑은 함께 갑니다. 형제 사랑을 통해 예수님의 친구가 되고 예수님과의 우정도 깊어집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 믿는 이들의 성소입니다. 새삼 성소는 은총이자 노력임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의 뽑아 주신 은총에 응답하여 서로 사랑에 항구하고 충실한 노력을 기울일 때 풍성한 사랑의 열매라는 것입니다. 


마지막 주님의 ‘성덕의 잣대’도, ‘구원의 잣대’도 사랑의 열매 하나뿐입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에 항구하고 충실할 때 깊어지는 주님과의 우정이요 풍성한 사랑의 열매로, 이미 지금 여기서 구원의 현실을 미리 맛보게 됩니다. 이런 사랑의 모범을 오늘의 사도행전에서 봅니다. 예루살렘의 사도들과 원로들의 현명한 처사가 바로 사랑에 의한 분별의 지혜를 보여줍니다. 


“성령과 우리는 다음의 몇가지 필수 사항 외에는 여러분에게 다른 짐을 지우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형제들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 실제적인 형제 사랑이요, 이런 사랑을 실천한 예루살렘 사도회의의 결정입니다. 형제 사랑과 주님 사랑의 빛나는 모범이 오늘 사도행전의 바르나바와 바오로입니다. 다음 두 사도에 대한 묘사가 감동적입니다.


“바르나바와 바오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은 사람들입니다.”


이처럼 주님을 사랑했던 두 사도의 주님과 우정의 깊이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갑니다. 이렇게 주님을 사랑했던 만큼 형제들에 대한 두 사도의 사랑도 한없이 깊었을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당신의 순수한 사랑을 부어주시며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요한15,1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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