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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24. 연중 제8주간 화요일                                                               1베드1,10-16 마르10,28-31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


오늘 강론 제목은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입니다. ‘거룩하다.’란 말만 들어도 신선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날로 속화되어 가는 세상에 존재 자체로 말없이 세상을 성화하는 거룩한 사람이 그리운 세상입니다. 거룩한 사람 존재 자체가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입니다. 좋은 신자보다는 거룩한 신자가 절실한 현실입니다. 주님은 오늘 말씀의 주인공인 베드로 사도를 통해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을 부르신 분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모든 행실에서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1베드1,15-16).


그렇습니다.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 바로 주님께 불림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의 필생의 과제이자 목표입니다. 우리가 세상에 온 것은 ‘무엇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거룩하다.’(holy;hagios)라는 어원을 살펴 봅니다. 거룩함은 일종의 경건이 아니라 ‘대다수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being set apart from the majority)’을 뜻합니다. 세상에 살되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을 뜻합니다. 우리를 뭔가 다르게 하는 삶의 비전을 지니고 일관성 있는 삶을 사는 것을 뜻합니다. 


믿는 이들로서 그런 차이는 분명히 우리의 모든 삶에서 드러나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거룩함입니다. 거룩함(holiness)은 역시 어떤 온전함(wholeness)을, 즉 우리 자신과는 물론 우리 주변과의 온전한 조화, 우리의 환경과 하느님과의 온전한 조화(a total harmony)를 뜻합니다. 오늘 주님은 우리에게 이런 거룩한 사람, 온전한 사람이 되는 삶을 가르쳐 주십니다.


첫째, 마음을 가다듬고 깨어 사는 삶입니다.

‘마음을 가다듬고(gird up the loins of your mind)’ 라는 표현은 이미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에서도 드러납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메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루카12;35,36). 


발목까지 늘어지는 겉옷 자락을 올려 띠로 묶는 것은, 즉시 일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춘 모습입니다. 이는 이스라엘인들이 파스카 축제를 지낼 때에 취하는 여행자의 자세로 메시아를 기다리는 몸가짐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런 깨어 준비된 자세로 미사에 참석함은 물론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늘 깨어 준비된 삶을 사는 이가 거룩한 사람입니다.


둘째, 예수 그리스도께 우리의 모든 희망을 걸고 사는 삶입니다.

베드로 사도의 간곡한 권고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 받을 은총에 여러분의 모든 희망을 거십시오.” 어제도 말씀 드렸지만 그리스도께 대한 생생한 희망을 지니고 살아야 속화되어 무너지지 않습니다. 


희망을 잃으면 영육의 무너짐은 순간입니다. 그리스도께 생생한 희망을 지니고 살 때 거룩한 삶이요 샘솟는 기쁨입니다. 또 이런 생생한 희망이 깨어 준비하며 살게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사라져가는 세상에 희망을 둘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그리스도께 희망을 두라는 것입니다.


셋째, 끊임없이 안팎으로 비우고 버리는 삶입니다.

줄 때 받고, 버릴 때 얻는, 비울 때 채워지는 역설의 영적진리입니다. 텅 빈 충만이란 표현도 이런 진리의 표현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이 설파하는 진리입니다. 1독서의 주인공이었던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합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이어지는 예수님의 답변은 현세에서 온갖 축복을 받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까지 받을 것이라 하십니다. 이미 우리가 은연중 체험하는 진리가 아닙니까? 가끔 사랑하는 신자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물을 때 답이 생각나지 않다가 대답하곤 합니다. 


“하느님 한 분만 필요합니다!” 이미 받은 축복이 넘치기에 더 바랄 것이 없음은 우리 수도자들이 체험하는 진리일 것입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비운 자리에 가득한 주님의 축복입니다. 그러니 끊임없이 자기를 비우고 버리고 떠나 예수님을 따라 사는 것이 거룩한 삶의 첩경입니다. 예전에 읽었지만 읽을 때 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느 부자가 과연 그가 천국에 갈 수 있을지 미래의 구원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느님께 청했고 하느님은 이에 동의하여 그에게 천국과 지옥의 비전을 보여 줬다 합니다. 먼저 방문한 곳은 지옥입니다. 그는 크게 놀랐습니다. 번쩍 번쩍 빛나는 그릇에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한 진수성찬의 식탁이었습니다. 그러나 식탁에 앉아 있는 이들의 모습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들 앞에 식탁을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까닭은 그들은 긴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자기 입에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영원토록 그렇게 앉아 있었습니다. 바로 그것이 지옥이었습니다.


다음에 간 곳은 천국입니다. 다시 그는 놀랐습니다. 처음 지옥과 똑같은 식탁이었는데 모두가 고도의 영적상태에 있음을 감지했습니다. 웃음소리가 식탁 곳곳에서 울렸고 그들은 실로 음식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젓가락이 짧았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똑같은 긴 젓가락이었는데 여기서는 반대편의 사람에게 서로 음식을 집어 넣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서로 주고 받고, 주고 받고 하는 식사였습니다. 바로 여기가 천국입니다.-


오늘 복음과도 잘 어울리는 일화입니다. 사랑으로 섬길 때 섬김을 받고, 줄 때 얻고, 비울 때 채워지고, 버릴 때 받습니다. 배우기 힘들지만 우리가 꼭 배워야 할 거룩한 삶에 이르는 공부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사랑으로 깨어 당신께 희망을 두고 버리고 비우는 삶에 항구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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