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7.2.17. 연중 제6주간 금요일                                                                                창세11,1-9 마르8,34-9,1



죽음의 길, 생명의 길



오늘 제1독서와 복음의 장면이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전자는 죽음의 길을 보여주고 후자는 생명의 길을 보여줍니다. 하여 강론 제목도 ‘죽음의 길, 생명의 길’로 정했습니다. 문득 어제 말씀 중 두 말마디가 생각납니다.


“주님은 하늘에서 땅을 굽어보시리라.”(시편102,ㄴ).


화답송 후렴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살펴 보시는 하느님이시라는 이야기입니다. 베네딕도 규칙 7장13절 말씀도 생각납니다. '사람은 하느님께서 천상으로부터 매시간 항상 자신을 내려다 보시고, 자신의 행동을 하느님께서 어디서나 살펴보시며, 또 천사들이 매시간 보고드리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것이다.'라는 말씀입니다. 이어 베드로를 꾸짖던 예수님 말씀입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마르8,33).


예수님은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여 당신의 길을 가로막던 무지無知에 눈 먼 베드로를 당신 뒤에 자리잡게 하셨습니다.


하늘에서 땅을 굽어보시던 주님께서 오늘 창세기의 현장에 개입하십니다. 죽음을 향해 질주하는 도시의 집단문명사회를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공동체가 아닌 눈먼 집단사회입니다.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낱말들을 쓰는 이들이 하나로 모인 참 답답하고 막막한 맹목적盲目的 획일적劃一的 집단입니다. 


눈이, 방향이 없는 집단입니다. 영혼이 없는 건물이요 도시같습니다. 깊은 내적공허와 두려움을 반영합니다. 내적 공허와 두려움은 저절로 이런 눈에 보이는 가시적 표현을 찾기 마련입니다. 마치 오늘날 끊임없이 위로 치솟는 무수한 고층건물들이 즐비한 도시를 보는 것 같습니다.


“자, 성읍을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자. 그렇게 해서 우리가 온 땅에 흩어지지 않도록 하자.”


인간의 본질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이들의 내면에는 깊은 내적공허와 흩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깊은 두려움이 깔려 있음을 봅니다. 두렵고 외롭기에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두려움과 외로움은 인간의 근원적 정서입니다. 하느님 빠진 그 자리에 어김없이 자리 잡는 내적 공허와 절망, 두려움과 외로움입니다.


말 그대로 맹목적입니다. 고유한 개인이 없습니다. 자기를 모르는 무지無知와 교만驕慢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마침내 주님은 파멸의 죽음을 향해 질주하는 현장에 개입하셔서 성읍을 쌓는 일을 중단시키고 온 땅으로 흩어 버림으로 모두를 살려 내십니다.


오늘 복음은 이와 대조적으로 생명의 길을, 획일적 집단이 아닌 다양성의 일치 공동체의 길을 보여줍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길이 생명의 길입니다. 밖으로의 눈길을 안의 자기에게로 돌리는 것입니다. 각자 활짝 열린 눈으로 제 삶의 자리를 돌아 보게 합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예외 없이 모두가 따라야 할 방향이 주님이십니다. 주님은 일치의 중심입니다. 막연히 버리고 떠나기가 아니라 버리고 주님을 따르기입니다. 다양성의 일치를 가능하게 하는 길은 이 길 하나뿐입니다. 제1독서의 창세기의 사람들은 이런 인간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빠져 있습니다. 답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습니다.


부단히 자기를 버리고 책임적 존재가 되어 제 운명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구원의 길, 생명의 길, 자기실현의 길은 이 십자가의 길 하나뿐입니다. 주님 향한 사랑으로 자기를 버리고 주님을 믿는 믿음의 힘으로 제 십자가를 지고 희망의 주님을 따르는 여정의 삶입니다. 믿음, 희망, 사랑의 신망애의 향주삼덕이 삶의 원동력임을 깨닫습니다. 


삶의 무의미와 허무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의 저변에 깊이 스며 들어 있는 허무주의, 니힐리즘Nihilism을 경계해야 합니다. 하느님을 잊은 업보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막연한 질문에서 ‘어떻게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까?’로 물음을 구체화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주님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입니다. 


외적으로 바벨탑을 쌓는 삶이 아니라, 내적으로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삶이 구원의 삶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는 일에 항구할 수 있는 믿음과 희망, 사랑을 선사하십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98 참으로 삽시다 -제자리, 제모습, 제색깔, 제향기, 제대로-2019.6.8. 부활 제7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6.08 149
1797 주님의 참 좋은 은총의 선물 -평화, 성령, 파견, 일치-2019.6.9.성령 강림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9.06.09 236
1796 교회의 어머니 복된 동정 마리아 -“너 어디 있느냐?”-2019.6.10.월요일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6.10 212
1795 떠남의 여정 -버림, 비움, 따름-2019.6.11.화요일 성 바르나바 사도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6.11 183
1794 사랑-예수님 -율법의 완성이자 분별의 잣대-2019.6.12.연중 제10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6.12 133
1793 사랑과 ‘마음의 순수’ -사랑이 답이다-2019.6.13.목요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1195-1231)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6.13 181
1792 질그릇에 담긴 보물 -순수의 힘, 사랑의 힘, 예수님의 생명-2019.6.14. 연중 10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6.14 148
1791 사유하라! -예수님이 답이다-2019.6.15.연중 제10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6.15 137
1790 아름답고 행복한 삶 -아름다운 삼위일체 하느님 닮기-2019.6.16.주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9.06.16 237
1789 참 아름다운 영혼들 -적극적 사랑의 비폭력적非暴力的 저항抵抗의 사람들-2019.6.17.연중 제11주일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6.17 148
1788 평생과제 -둥근 사랑, 둥근 마음, 둥근 삶-2019.6.18.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6.18 158
1787 하느님 중심의 삶 -올바른 수행자의 자세-2019.6.19.수요일 성 로무알도 아빠스(951-1027)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6.19 182
1786 단 하나의 所願 -영원한 현역의 주님 전사戰士로, 학인學人으로 사는 것-2019.6.20.연중 제11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6.20 139
1785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 -모든 사랑의 수행들-2019.6.21.금요일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 수도자(1568-1591)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6.21 156
1784 참 멋진 삶 -하느님 중심의 아름답고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2019.6.22.연중 제11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6.22 130
1783 예닮의 여정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2019.6.23. 주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9.06.23 164
1782 신의 한 수 -성 요한 세례자와 우리들- ​​2019.6.24.월요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9.06.24 166
1781 영성이 없다! -참 좋은 영성을 위한 기도, 회개, 용서의 삶-2019.6.25.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1 프란치스코 2019.06.25 224
1780 참 삶의 열매들 -열매를 보면 나무를 안다-2019.6.26.연중 제12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6.26 235
1779 주님 반석 위의 인생 집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슬기로운 사람들-2019.6.27.연중 제12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6.27 317
Board Pagination Prev 1 ...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