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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3.3.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이사58,1-9ㄴ 마태9,14-15



사랑은 연대連帶다

-참된 단식-



참된 단식은, 하느님이 좋아하는, 기뻐하는 단식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나 제1독서의 이사야 예언자는 결코 단식을 무시하거나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주객전도, 본말전도된 단식 수행을 개탄하셨습니다. 이기적 닫힌 단식을 지탄하셨습니다. 


단식 수행은 좋습니다. 그러나 단식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사랑의 열린 단식이어야 합니다. 사랑은 분별의 잣대입니다. 세끼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가난한 이들에게 단식은 무의미합니다. 이들은 먹어야 합니다. 독거의 외로운 노인들 역시 침묵은 무의미합니다. 이들 외로운 노인들과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어야 합니다. 


정작 단식이 필요한 이들은 절제가 필요한 풍부한 식생활의 탐식가나 미식가들입니다. 정작 침묵이 필요한 이들은 말많은 직업의 정치가나 법조인들 교사들 종교인들 상담가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된 단식 수행은 좋습니다. 어느 수도 영성 대가는 중년 이후 40여년간 하루 1회만 먹고 단식하며 ‘단식을 사랑하기(to love fasting)’란 소책자도 냈습니다. 분도규칙도 ‘단식을 사랑하라’(성규4,13), ‘순결을 사랑하라’(성규4,64) 권고합니다. 단식을 사랑한다는 것은 단식을 적극적으로 내면화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며 댓가를 기대하거나 하나의 의무 규칙으로 대하는 것과는 아주 다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수행의 최고 경지는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억지로 마지못해 의무로서의 수행이 아니라, 단식을 사랑하고, 침묵을 사랑하고, 정주를 사랑하고, 순종을 사랑하고, 성독을 사랑하고, 공부를 사랑하고, 기도를 사랑하고, 노동을 사랑하고, 겸손을 사랑하고, 가난을 사랑하고, 환대를 사랑하여 적극적으로 내면화하여 자기 것으로 할 때 비로소 영육의 건강이요 참된 수행자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참된 수행은 우리 그리스도교 수행자들에겐 한결같이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자기만족, 자기도취의 이기적 닫힌 수행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에 활짝 열린 사랑의 수행입니다. 이런 활짝 열린 사랑의 수행이 우리를 순수하고 자유롭게 하여 비로소 영성생활의 최종목표인 하느님과 이웃을 위한 섬김의 삶을 살게 합니다.


사랑은 연대입니다. 참된 단식은 저절로 이웃 사랑으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이웃이 빠진 자기 건강만 챙기는 이기적 단식은 주님 눈에는 역겹고 공허하며 무의미하고 무가치합니다. 곤궁중에 있는 이들과 사랑과 연민으로 닿아 있고 모든 외로운 이들을 존경과 존엄으로 대하게 될 때 비로소 참된 단식입니다. 


오늘 이사야 예언자의 참된 단식에 대한 선포는 얼마나 통쾌한지요. 참된 단식의 정신을 통해 참된 종교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사랑은 연대임을 통절히 깨닫게 합니다. 단식과 삶이 유리된 이들을 질책하신 후 참된 단식에 대해 사자후를 토해 내는 이사야 예언자입니다.


-“보라, 너희는 너희 단식일에 제 일만 찾고 너희 일꾼들을 다그친다. 보라, 너희는 단식한다면서 다투고 싸우며 못된 주먹질이나 하고 있다.---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1.불의한 결박을 풀어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

2.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

3.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 들이는 것,

4.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이사58,6-7).


바로 이것이 하느님께서 좋아하는, 사랑하는, 기뻐하는 단식입니다. 사랑은 연대입니다. 참된 단식은, 참된 종교는 이렇게 구체적 이웃 사랑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주님은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이런 참된 수행자들에 대한 놀라운 축복을 선언하십니다. 


“그리하면 너의 빛이 새벽빛처럼 터져 나오고, 너의 상처가 곧바로 아물리라. 너의 의로움이 네 앞에 서서 가고, 주님의 영광이 네 뒤를 지켜 주리라. 그때 네가 부르면 주님께서 대답해 주시고, 네가 부르짖으면 ‘나 여기 있다.’하고 말씀해 주시리라.”(이사58,8-9ㄴ).


이사야 예언자의 시적 표현이 너무 아름답고 은혜로워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생각을 바꾸는 것은 이런 사랑의 수행을 통한 하느님 체험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또한 이런 예언자적 시야와 전망을 지니신 분입니다. 단식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셨지만 절대화하지 않으셨고 사랑의 잣대로 단식을 상대화하셨으며 항상 삶의 현실을 직시하시어 단식의 때를 분별하셨습니다. 결코 축제인생을 어둡고 무거운 고해인생으로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단식을 잣대로 하여 시비를 걸어오는 종교꾼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십니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느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마태9,15).


주님은 당신과 함께 축제인생을 즐기는 것이 우선적 일이고, 단식의 때가 되면 그때 저절로 단식할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무분별한 단식으로 축제인생에 재뿌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미 주님은 올바른 단식의 원칙을 알려 주셨습니다.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6,17-18).


자기(ego)를 만족시키는, 이웃을 불편하게 하는 헛된 단식이 아니라, 하느님만 아시는 감쪽같이 숨겨진 겸손한 사랑의 단식을 하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수행의 대원칙입니다. 이런 이들이 진정 하느님을, 단식을 사랑하는 이들입니다. 예전 장상의 ‘먹고 겸손한 것이 먹지 않고 교만한 것보다 낫다.’하신 말씀도 생각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이웃과 연대된 참된 단식의 영성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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