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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6.18. 연중 제11주간 목요일                                                                                                          2코린11,1-11 마태6,7-15


                                                                                                   주님의 기도


인간은 물음이고 하느님은 답입니다. 하느님 없이 아무리 인간이 무엇인가 물어도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문 열고 밖에 나오면 본능적으로 눈을 들어 하늘을 보게 됩니다. 하늘의 하느님, 땅의 인간입니다. 지난 새벽 문밖을 나서는 순간 흐린 하늘에 약간 내리는 비가 참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어제 읽은 경향신문의 일면 상단부를 차지한 인상적인 사진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무늬가 독특하여 가까이 봤습니다. '갈라진 땅, 타들어가는 민심'이란 제하의 40년만의 가뭄으로 모내기는 끝났지만 물부족으로 벼는 말라 죽고 논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이렇게 가물 때 농부는 저절로 하늘을 봅니다. 농부의 하늘을 보는 마음은 그대로 기도가 됩니다. 기도해야 삽니다. 살기위해 기도합니다. 기도해야 비로소 겸손한 사람입니다. 겸손(humilitas), 사람(homo)이 흙(humus)에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흙같이 겸손해야 비로소 사람이라는 것인데 기도하지 않고는, 하늘 은총이 아니곤 불가능합니다. 바로 하늘이신 하느님과의 소통이 기도입니다. 


소통은 생명입니다. 소통은 사랑입니다. 하늘이신 하느님과 소통해야 비로소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하여 숨쉬듯이 기도하며 하느님과 소통하라고 모든 기도의 대가들은 끊임없는 기도를 권합니다. 하여 언제 어디서나 기도하라고 눈을 들면 보이는 하늘입니다. 말씀이 영혼의 밥이라면 기도는 영혼의 호흡입니다. 기도 없이는 영혼은 질식사 합니다. 영혼의 숨쉬기인 기도는 빈 말의 되풀이가 아닙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는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 기도의 노하우를 우리에게 전수하십니다. 성체성사가 영성생활의 제자리이듯이 오늘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는 기도의 제자리, 기도의 원형입니다. 예수님의 평생 삶을 압축한 기도로 인간 삶의 기본과 본질이 환히 드러나는 기도입니다. 사람이, 내가 누구인지 의문이 떠오를 때, 또 기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음에 혼란이 올 때 기도의 제자리 인 주님의 기도로 돌아갈 때 답이 나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생의 답이 주님의 기도안에 있습니다.


우리의 청원과 더불어 실천할 결심을 새롭게 하는 기도입니다. 참으로 삶이 간절하고 절실할수록 우리가 바치는 주님의 기도 역시 간절하고 절실할 것입니다. 우선 하느님 아버지 중심의 삶을 분명히 하고,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드러나게 해 주십사,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해 주십사,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해 주십사 기도하는 것입니다. 


간절한 청원과 동시에 우리는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나는 삶을,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는 삶을,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삶을 살겠다는 결심과 실행을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대로 이루어 달라고, 해 달라고 아버지께 모든 책임을 다 떠 넘길게 아니라 우리도 적극적으로 하느님의 나라가 실현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입니다. 이어 우리 삶의 필수적이며 본질적인 네가지 청원을 합니다. 일용할 양식의 청원, 용서의 청원,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는 청원, 악에서 구해 달라는 청원, 모두가 영적전쟁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참으로 절실한 청원들입니다. 역시 하느님께 청원과 동시에 우리의 현실에서의 적극적인 분발과 투신을, 실천의 노력을 자극하고 격려하는 기도입니다. 


새삼 '주님의 기도'의 제자리는 공동체 전례 안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개인적인 기도가 아니라 공동체적 기도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들이자 형제들이 우리 아버지께 공동으로 세상 하느님의 백성들을 위하여 바치는 기도로 공동체의 정화와 일치를 위한 참 좋은 기도입니다. 하여 우리 수도공동체는 함께 아침성무일도시, 저녁성무일도시, 그리고 미사의 마지막 부분인 영성체 예식 중 주님의 기도를 바칩니다. 


제가 늘 감격하는 부분은 미사 영성체 예식 중 함께 하늘 향해 양팔을 들고 주님의 기도를 드릴 때입니다. 모든 형제자매들이 한 마음이 되어 간절히 바치는 주님의 기도후 받아 모시는 일용할 양식인 주님의 성체가 공동체를 정화하고 성화하며 일치를 이루어 주는 결정적 표지입니다. 주님의 성체가 상징하는 바 우리의 일용할 양식인 믿음, 희망, 사랑, 생명, 평화, 기쁨 등 필요로 하는 모두입니다. 미사은총을 통해 우리는 이 세상에 실현되는 주님의 기도요 주님의 나라임을 은연중 깨닫습니다.


주님의 기도가 우리 삶의 꼴을 형성해 줍니다. 끊임없이 바치는 주님의 기도가 우리를 주님을 닮아 단순하고 진실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변모시켜 줍니다. 기도하는 만큼 살고 사는 만큼 기도합니다. 성인들은 모두가 기도와 은총의 열매들입니다. 바로 바오로가 그 좋은 모범입니다.


"나는 하느님의 열정을 가지고 여러분을 위하여 열정을 가지고 여러분을 위하여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여러분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자제하였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바오로의 이런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배려와 절제는 바로 끊임없는 기도의 열매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 중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열렬히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우리 모두에게 풍성한 은총을 내려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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