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31. 화요일 성 요한 보스코 사제(1815-1888) 기념일

히브12,1-4 마르5,21-43



믿음이 답이다

-“탈리타 쿰!”-



‘믿음이 답이다.’ 오늘의 강론 제목입니다. 어제의 강론 제목 ‘예수님이 답이다.’와 일맥상통합니다. 그전의 '사랑이 답이다.' ‘기도가 답이다.’ ‘회개가 답이다.’란 제목과도 역시 일맥상통합니다. 불신불립不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습니다. 믿음이 없으면 안팎으로 서서히 무너져 내립니다. 인간 품위를 유지하며 살 수 없습니다. 가난하고 병들고 약해도 믿음이 있어 의연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를 입증합니다. 


믿음은 인간 품위의 마지막 보루堡壘입니다. 믿음의 힘은 하느님의 힘으로, 믿음의 승리는 결국 하느님의 승리로 귀결됩니다. 정말 한결같이 믿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저절로 존경과 신뢰를 지니게 됩니다. 무수한 사람들이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언제 어디서든 하느님 앞에서 ‘하느님의 자녀답게’ 품위 있게 살아가는 이들이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제 좌우명과도 같은 자작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제목의 말마디 역시 믿음의 표현입니다. 구체적으로 ‘하루하루 믿음으로 살았습니다.’로 표현하면 분명해집니다.


성서의 사람들 모두가 한결같이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탓할 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내 믿음 부족입니다. 주님께 청할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믿음입니다. 믿음이 있으면 안정과 평화이지만, 믿음이 없으면 불안과 두려움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약한 믿음, 부족한 믿음으로 불안과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 지요. 


믿음이 답입니다. 앞서의 히브리서 11장은 온통 믿음의 선배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구름떼 같은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마치 ‘믿음의 장강長江’같은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면면히 흐르는 믿음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믿음의 장강長江’입니다. 오늘 기념하는 성 요한 보스코 역시 믿음의 사람입니다. 세례성사로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 역시 믿음의 DNA를 선사 받았기에 믿음의 사람들로 살 수 있습니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 믿음보다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사실 옛 사람들은 믿음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우리 역시 세상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마련되었음을, 따라서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에서 나왔음을 믿습니다. 죽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을 믿는 우리들입니다. 알아서 믿는 것이 아니라 믿어야 알 수 있습니다. 믿음은 앎의 필수 전제 조건입니다.


예수님이 늘 꾸짖는 것도 약한 믿음이며 예수님이 칭찬하고 감탄하는 것 역시 굳센 믿음입니다. 예수님의 치유의 기적 역시 일방적인 은총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이 항상 전제되어 있음을 봅니다. 오늘 복음의 야이로 회당장 역시 믿음의 사람입니다.


“제 어린 딸이 죽게 되었습니다. 가셔서 아이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 아이가 병이 나아 다시 살게 해 주십시오.”


당신 발 앞에 엎드려 간곡히 청하는 회당장의 믿음에 응답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이어 등장하는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는 여자 역시 믿음의 사람입니다. 믿음이 있었기에 열두 해 동안 좌절로 무너지지 않고 살아오다가 마침내 구원자 예수님을 만나 믿음으로 치유됩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 져라.”


예수님의 사랑과 신뢰가 가득 담긴 말씀입니다. 믿음은 영육의 건강에 필수 전제 조건입니다. 똑같은 주님께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을 믿는 우리들에게도 역시 치유의 은혜를 베풀어 주십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회당장 야이로를 격려하시며 오직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 세 제자만을 동반하고 회당장의 집을 찾습니다. 새삼 세 제자의 믿음에 대한 예수님의 신망이 각별했음을 깨닫습니다. 이어 회당장 야이로의 믿음에 대한 예수님의 통쾌한 응답이 오늘 복음의 절정입니다.


“탈리타 쿰!”


이는 번역하면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는 뜻입니다. 그대로 부활을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자신의 약한 믿음에 좌절할 것이 아니라 내적으로 불안하거나 두려움이 엄습할 때 주님의 ‘탈리타 쿰!’을 되뇌이며 벌떡 일어나시기 바랍니다. 


넘어지는 것이 죄가 아니라 절망으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 죄입니다.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는 백절불굴百折不屈의 믿음이 있어야 영적탄력靈的彈力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믿음의 힘을 그대로 반영하는 영적탄력입니다. 오늘 제1독서 히브리서 주님의 말씀은 그대로 우리를 향합니다. 우리의 믿음을 고무하고 격려합니다.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많은 믿음의 증인들이 우리를 구름처럼 에워싸고 있으니, 우리도 온갖 짐과 그토록 쉽게 달라붙는 죄를 벗어 버리고,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걸어갑시다.”


우리의 삶은 풋 열심의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평생 걸어야 하는 우보천리(牛步千里) 믿음의 여정입니다. 그러니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그분께서는 당신 앞에 놓인 기쁨을 내다보시면서, 부끄러움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십자가를 견디어 내시어, 하느님의 어좌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 


우리의 영원한 인도자引導者이시자 도반道伴이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의 부족한 믿음을 도와주시고 치유의 은총을 베푸시며 말씀하십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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